애직박과의 추억

일요일 집을 나가는데 바닥에 떨어진 아기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울음으로 보아 직박구리였다.
주위엔 어미 새가 있었고, 아기새는 담장을 넘지 못하고 그앞으로 계속 떨어졌다.
그곳은 주차장이었고 고양이들이 다니는 길이기도 했다.
나는 아기 새를 위에서 날려주려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어미 새가 삐익!삐익! 화를 냈다.
집에서 아기 새가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 쫓아온 어미 새는 우리 집 창가에서 빨리 내놓으라고 안달이었는데, 나는 널 도와주려는 거야.
방충망을 열자마자 아기 새는 날았다. 그것은 꼭 기저귀를 차고 나는 모습이었다.
우리 집 바로 앞에는 향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는 이 어린 것이 그리로 날기를 바랐는데 아기 새는 앞집 옥상 잘 보이는 곳으로 떨어졌다.
어미 새가 쫓아갔다.
일을 마치고 다시 집을 나갔다. 나는 네 시간 후 돌아왔다.
아, 그런데 아까 그 녀석이 이번에는 담장이 아니라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초록빛이 감도는 작은 솜털은 지나가다 모르고 밟을 법했다.
이번에는 어미 새도 안 보였다. 고양이가 다니는 길이었다.
나는 다시 직박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물을 주고 먹이를 줬다.
처음에는 좀 불안해하는 눈치더니 이내 안정을 찾았다.
먹을 게 최고였다. 직박이는 눈을 감고 잤다.
이 조그만 놈이 뭘 아는 건지 희한하게 안 보이는 곳에서 내가 뭔가를 하고 있으면 그 소리를 듣고 자꾸 울어 내 어깨에 올려줬다.
직박이는 처음으로 새 특유의 잠자는 자세, 고개를 뒤로 말아 날개 사이에 넣고 자는 자세로 잤다.
나를 움직이는 나무 정도로 생각하는 건가?

머리를 하고 온 지혜가 돌아왔다.
어깨 위에 직박이를 올려두고 컴퓨터 타이핑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지혜는 “새 박사가 됐다”고 했다.
지혜가 그 모습을 찍어줬다.
현관문 소리에 깬 직박이는 ‘넌 누구냐!’ 하는 모습으로 위풍당당하게 찍혔다.
지혜는 직박이를 쓰다듬어 줬다. 녀석은 온순했다.
직박이는 우리를 어미처럼 여기는지 가까이 가면 밥을 달라고 입을 벌리고 날개를 파닥였다.
그러나 찔끔찔끔 한두 번 먹으면 그만이었다. 안 먹는다고 입을 다물고 또 잤다.
밤이 되자 바닥에서도 고개를 말고 잤다.
나는 새벽이 되면 직박구리가 가장 먼저 노래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직박이 엄마는 매일 그렇게 우리 집 앞 전선에서 노래 불렀다.
그래서 나는 새벽에 어미가 오면 직박이를 보내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희부연 새벽이 됐고 그날은 구름이 많이 낀 바람 부는 날이었다.
한여름 무더웠던 열기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었다.
나는 일찍 일어나 직박이에게 갔다.
아니나 다를까 밤새 잠만 자던 직박이는 벌써 일어나 있었다.
삑삑! 저 날고 싶어요! 나를 보더니 방에서 한 번 날았다.
나는 밥을 조금 주고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밖에선 엄마 직박구리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직박이는 특별히 그것에 반응하진 않았다.
사실 직박이가 한 마리 더 있었는데(2박이) 그 녀석은 늦은 저녁 또 집 앞에서 자던 걸 발견한 친구다.
지혜와 같이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그놈이 고양이존에서 떡하니 몸을 말고 자고 있었다.
그 2박이는 1박이 보다 조금 더 꺼멨고 몸집이 컸다.
2박이는 창문을 열자마자 작은 틈의 하늘을 보더니 즉각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우리 1박이는 엄마 울음에도 미덥지근하고 고민을 했다.
나는 손가락 위에 1박이를 올려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줬다.
그러나 직박이는 손을 떠나지 않았고 나는 억지로 에어컨 실외기 위에 놓아줬다.
바람이 불었고 입이 삐죽 나온 직박이의 깃털이 휘날렸다.
깃털에선 살짝 회색이 감돌았다.
왜 날지 않는 거니?
직박이는 한참 고민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려는 걸까?
바람에 깃털이 휘날리는 직박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나도 봤다가 하늘도 봤다가 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기저귀 비행술로 하늘로 날았다!
어미 새가 곧장 따라붙었다.
그렇게 직박이를 보내고 그날 오후.
1박이, 2박이 모두 전깃줄에 앉아 있는 것을 봤다.
혹시나 몰라 불렀는데 오지는 않았다. 삑삑 대기만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황조롱이 한 마리가 직박구리를 움켜쥐고 사냥에 성공한 것을 봤다.
직박구리 일대가 난리가 났고 성조 두 마리가 따라붙으며 황조롱이를 공격했다.
사냥당한 것이 성조인지 유조인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나는 그게 직박이가 아니길 기원했다.
바람에 날리는 깃털과 고민하는 새벽의 직박이가 떠올랐다.
하늘은 아무것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 하늘은 조용했고 모든 것이 가능했다.
직박이가 그리로 뛰어들었을 때 아, 나는 이해가 됐다. 직박이는 하늘이 아주 멋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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