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후기 (진짜 약스포 O, 원작 2% 읽음)

영화 파과를 보고 왔습니다.
원작 소설은 1년 전쯤 접했지만, 제목에서 짐작하셨겠듯 완독은 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한 달에 많게는 10권, 적게는 1~2권 정도 책을 읽는 편입니다.) 당시 끝까지 읽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너무 세세해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오히려 그 점이 영화화의 강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예전에 짧게나마 읽었던 부분은 물론 읽지 않았던 후반부까지도 긴장감 있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초반 약 5분 정도가 아는 내용이었고, 그 이후는 아무런 정보 없이 감상했습니다.
좋았던 점은 아무래도 소설을 원작으로 하다보니 스토리가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다만, 그만큼 아쉬움도 있었어요. 클리셰적인 대사라고 해야 할까요. 몇몇 장면에서는 ‘이 문장을 글로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로 접하면 거부감 없이 ‘음, 멋지다’고 느낄 수 있는 문장들도, 누군가 입 밖으로 직접 말할 때는 다소 간지럽게(negative) 들렸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이고, 제가 유독 이런 대사들에 민감한 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막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대사는 또렷하게 들렸지만, 가끔 중간중간 놓치게 되는 대사가 있어 유추하며 들어야 했습니다. OTT 자막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또 하나, 액션/범죄 장르에서 술이나 담배 장면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건 정말 신선했습니다. 최근 야당을 보고 흡연 장면이 너무 자주 나와서, 나중에는 ‘불 안 붙이면 대화를 못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ㅋㅋ
개봉 당일이라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스토리적인 언급은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스토리는 괜찮았고, 연출도 꽤 좋았습니다. 적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은 어떻게 구현했을까 하는 재미가 있으실 것 같고, 보지 않은 분들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