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라' 감상기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올해 오스카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편집상을 수상하며 비평쪽에서 굉장한 인정을 받은 '아노라'를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길래 주요 시상 부문을 휩쓸었는지 큰 기대감을 가지고요.
스트리퍼인 주인공 '애니'가 러시아에서 온 어린 부자 '바냐'를 만나게 되고 두사람이 일주일간 연인이 되기로 계약한 이후로 벌어지는 우당탕탕 블랙 코미디 소동극.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의 시놉시스였지만 실제 영화가 보여주는 사건들은 예상했던 범주에서 많이 벗어나서 굉장히 신선하였고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연 조연 단역 가릴것 없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연기들은 연기의 느낌이 들지 않고 실제 사람들을 데려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고요.
저는 '와~ 이 사람 연기 정말 잘한다~' 라고 생각이 드는 것보다 연기를 하고 있다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게하는 연기가 더 어렵고 굉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이키 메디슨'은 진짜 스트리퍼를 데려다가 영화를 찍은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 말 다했죠.
'원스어폰어타임 인 할리우드', '스크림' 등으로 이미 그녀를 접했어서 그 충격이 덜했지만 이 작품으로 처음 그녀를 봤더라면 대체 어디서 나타난 인재인지 많이 궁금했을 것 같아요.
오스카 여우주연상은 역시 아무나한테 주는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러시아 조연들도 어찌나 다들 연기가 자연스럽던지 감초 역할들을 톡톡히 해줬고요.
덕분에 많이 웃었습니다.
편집도 짧게 툭툭 끊어가는데 튄다는 느낌없이 자연스럽게 빨리 전개되니
흥미로운 전개와 더해져서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다 떠나서 영화자체가 그냥 재미있습니다.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는 구간들도 많았고요.
다만 스트리퍼의 이야기가 주가 되다보니 선정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연인, 친구, 가족들과의 관람은 주의를 요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어색하지 않을 오래된 연인, 부부들은 괜찮을것 같네요.)
'애니'와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하다 보니 어느새 영화는 끝나가고 있었고 엔딩이 주는 여운은 굉장했습니다.
극장 안 불이 켜졌음에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네요.
애니가 그녀의 이름에 어울리는 삶을 이어갈수 있었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타인을 바라볼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시선이 판단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평점: 9/10
*평점 가이드
10: 주기적으로 반복 관람해야하는 걸작
9: 다시 봐도 꿀잼인 수작
8: 한번쯤은 볼만한 평작
7: 아쉬움이 남는 실망
6: 재미없는 졸작
5: 끝까지 집중해서 보기 힘든 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