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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제프리 유제니디스 - 미들섹스

취급주의민트초코절임
02.15
·
조회 499

십사 년 동안 여성으로 자란 칼리오페는 어느 날 자신이 남성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게 된다. 

5알파환원효소결핍증후군, 남녀를 모두 살아 낸 그리스 신화의 티레시아스, 혹은 헤르모디토스를 닮은 칼리오페, 그녀의 '변신 이야기'는 할머니의 죄의식과 맞물린 집안의 비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비로운 그리스 가족의 대서사시는 폐허가 된 올림포스산 위에서 꽃피는 순수한 사랑으로 시작하여,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클라리넷 세레나데로 맺는 에로틱한 사랑을 지나, 소녀들의 통과 의례와 같은 칼리의 낭만적인 성적 모험에 이른다. 

롤러코스터를 탄 변형된 유전자의 시간 여행은 삼대를 걸쳐 칼리오페의 몸에 종착하지만, 그(녀)의 오디세이는 끝나지 않는다. 

어릴 적에는 아름다운 여성이기를 갈망했고, 나중에는 사회적으로도 완전한 남성이기를 꿈꾸지만 '자기 자신이 되기까지' 좌절과 슬픔을 겪는다.

 

1권

 

나는 두 번 태어났다. 처음엔 여자아이로, 유난히도 맑았던 1960년 1월의 어느 날 디트로이트에서. 그리고 사춘기로 접어든 1974년 8월, 미시간 주 피터스키 근교의 한 응급실에서 남자아이로 다시 한 번 태어났다.(9쪽)

 

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 나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양성인간이 될 것이다. (……) 태아 호르몬이 뇌 화학과 조직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한 나는 남성의 뇌를 가졌다. 그러나 나는 여자아이로 길러졌다. 누군가 타고난 천성과 양육된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고자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경우는 찾기 힘들 것이다.(36~37쪽)

 

신생아 2,000명 중 한 명은 정체가 불분명한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미국 인구가 2억 7500만 명이니까 13만 7000명의 간성(間性)인간들이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양성인간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190쪽)

 

“그렇지만 당신은 아직 젊어요.”
“아녜요, 박사님. 저는 젊지 않아요.” 할머니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전 8,400살인걸요.”(284쪽)

 

“그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글입니다. 창조의 이야기입니다.”
“놀라워. 그럼 우리를 위해 저걸 영어로 번역해 보겠니?”
“모든 것은 알에서 나온다.”(350쪽)

 

2권

 

미들섹스의 모든 것이 망각을 이야기하는 동안, 할머니의 모든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억을 이야기
했다. 뗏목 같은 베개에 기대어 수증기 같은 비애를 발산하면서도 할머니는 상냥했다. 그것은 우리 할머니 세대 그리스 여자들의 특징이었다.(12-13쪽)

 

니체의 말을 덧붙이자면 그리스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아폴론적인 인간과 디오니소스적인 인간. 태어날 때 나는 구릿빛 피부와 곱슬머리가 드리운 아폴론적인 여자아이였다. 그러나 열세 살이 될 무렵에는 디오니소스적인 요소가 내 용모를 슬그머니 덮쳤다.(50쪽)

 

그 애는 손을 잡은 채 바짝 옆으로 다가왔고 내 귀에는 그애의 뜨거운 입김이 닿았다. 아주 달콤하게. “안녕, 티레시아스.” 낄낄거리며 그녀가 말했다. “나야, 안티고네.”(123쪽)

 

아팠다. 칼처럼, 불처럼 아팠다. 그게 날 쪼개고 들어왔다. 내 배를 위까지 젖꼭지까지 벌려 놓았다. 나는 헐떡거리며 눈을 떴다. 올려다보니 제롬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입을 떡 벌리고 서로 바라보았고 나는 그가 안다는 것을 알았다. 제롬은 나의 정체를 갑자기 알아 버렸다. 마찬가지로 나도 머리에 털 나고 처음으로 내가 여자가 아니라 남녀 사이에 끼인 어떤 존재라는 것을 명백히 알게 되었다.(194쪽)

 

“네가 칼리오페로구나.”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디 보자, 내가 아직 신화를 안 잊어버렸나. 칼리오페는 뮤즈들 중 하나였지?”
“맞아요.”
“무얼 관장하더라?”
“서사시요.”(249쪽)

 

나, 칼리 자신이 지금 이 사슬을 손에 꼭 잡고 있다. 그녀는 그 단어를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사슬을 손에 감고 손가락이 하얘지도록 세게 잡아당긴다. 괴물.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꼼짝도 않는다.(289쪽)

 

나는 그때 비로소 내가 무엇을 버리고 왔는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생물학적으로 서로 통한다는 연대 의식이었다. 여자들은 육체를 지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육체가 얼마나 다루기 힘들며 얼마나 연약한지를, 또한 육체로 말미암은 영광과 기쁨을 잘 알고 있다. 남자들은 육체를 자신만의 것으로 여긴다. 그들은 사람들이 보는 데서도 슬쩍 자기 몸에 손을 댄다.(322쪽)

 

“양성인간은 언제나 존재해 왔어, 칼. 언제나. 플라톤은 본래 인간이 양성인간이었다고 말했지. 들어 봤니? 본래 인간은 두 개의 반쪽으로, 그러니까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로 이루어져 있었어. 그런데 이렇게 나뉜 거야. 그래서 모든 이들이 항상 자신의 다른 반쪽을 찾아다니게 된 거지. 우리는 빼고 말이야. 우리는 이미 양쪽을 다 갖고 있으니까.”(385쪽)

 

“그러나 정반대의 문화권도 있어. 나바호 족에는 ‘버다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지. 버다치는 본래 생물학적 성이 아닌 다른 성을 받아들인 사람을 말해. 잘 기억해 둬, 칼. ‘성’은 생물학적인 거야. ‘젠더’는 문화적인 의미고. 나바호족은 그걸 안 거야. 만약 어떤 사람이 자기의 젠더를 바꾸고 싶으면 그냥 바꾸면 돼. 그렇다고 그 사람을 모욕하는 일은 없어, 오히려 경의를 표하지. 버다치들은 부족의 샤먼이란다. 그들은 치유자이고, 위대한 직조공이고, 예술가야.”(385쪽)

 

내 안에서 행복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개들이 느낄 법한 감정이었다, 비극엔 무감각하고 절실한 애정으로 가득 찬 그런 감정. 여기가 우리 집, 미들섹스다.(4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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