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고선경 -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한국시의 미래” “텍스트힙의 선두주자” 고선경 시인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이 열림원 시인선 시리즈 ‘시-LIM 시인선’의 첫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고선경 시인은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할 당시 이문재, 정끝별 시인으로부터 “넘치는 시적 패기로 써 나갈 시의 힘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았으며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통해 “구겨진 뒤축 같은 오늘을 딛고 끝내 내일이라는 약속을 지켜내는” 씩씩함과 유쾌함으로 많은 독자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장난스럽기도 사랑스럽기도” “시집도 재미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MZ라는 말로 고선경 작가를 담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등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서 ‘스트릿 문학 파이터’로서 개그 본능을 펼치던 시인은 ‘도전! 판매왕’이 되어 돌아왔다.
“떨군 고개를 원래 스트레칭하려 했던 척 한 바퀴 돌리는 것까지가 제 시집의 장기입니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유희 가득한 문학을 하고 싶다고 밝힌 적 있는 고선경 시인은 이번 신작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에서도 유머와 재미, 솔직한 고백 속에서 빛나는 진심, 용기와 사랑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한층 더 깊어진 마음을 전한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는 토마토 한 알로부터 “모르면서 안다고 말하는” 건 사실 “심장보다 단단한” “마음”이라는 걸 깨달은 시인은 함께 살아 있기에 나눌 수 있었던 기쁨과 슬픔 모두를 긍정한다.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삶의 과정에서 너무 큰 슬픔을 감당하지는 않도록, 눈물도 슬픔도 없는 깨끗한 자리에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우리가 살아서 나눠 가진 아름다움”을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에 담는다.
작가의 말
아삭아삭할 겁니다
겨울을 견뎌 본 심장이라서요
2025년 1월
고선경
목차
시인의 말
1부 나는 행운을 껍질째 가져다줍니다
신년 운세
럭키슈퍼
늪이라는 말보다는 높이라는 말이 좋아
맨발은 춥고 근데 좀 귀여워
진짜진짜 축하해
산성비가 내리는 대관람차 안에서
폭설도 내리지 않고 새해
그때 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것
키치죠지에 사는 죠지
SF
오래된 기억인지 오래전 꾼 꿈인지 알 수 없어요
한양아파트
안개가 짙은 겨울 아침에는 목욕탕에 가야 한다
2부 죽어서도 유망주가 되고 싶다
비상계단
망종
보랏빛 안개 흰 사슴
홀로그래피
세계가 도둑맞은 기분을 훔치려 들 때
스틸, 스틸, 스틸
디올 전속 디자이너가 내 옷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은 고양이와 자객
이 봄밤은 왜 나의 봄밤이 되지 못하는가
축하를 말하기 전에
죽어 버려
3부 미래가 태어나려면 필요한 일들이었다
한 가지 비눗방울
가벼운 노크
남영
털실로 뜬 시계
핑크 뮬리
믿을 수 없이 가까운 믿음
흩어지지 않는 마음
요정의 파라솔
눈도 내리지 않는데 고백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
시네마와 무비
물 밖의 일
그 밖의 일
미래에 내리던 비에는 아무도 잠기지 않고
4부 너의 팬이야
알루미늄 빗방울
체리의 서약
진희와 희진
도전! 판매왕
딸기와 판다곰
너는 핸드크림이 다 떨어졌다는 식으로 이별을 말했어
게임 혹은 게임
노을을 좋아하고 때때로 레몬 향을 견디는 사람에게
행복한 파괴자들
카푸치노 감정
뱅 쇼 러브
자몽과 오로라
팬레터-12월 31일
해설
크로셰 메모리 | 소유정(문학평론가)
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벗겨지지만
맨발이면 어떻습니까?
매일 걷는 골목을 걸어도 여행자가 된 기분인데요
아차차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는데요
_「럭키슈퍼」에서
슬픔을 과시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슬픔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_「진짜진짜 축하해」에서
낡고 이상한 세계에서
더 낡고 이상한 세계로
옮겨 가는 동안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무연히 지켜봤다영원히 찾아 헤매겠다 생각했던 것들
무수한 별, 아름다움
어둠 속에서 맑은 물이 쏟아지는 소리
사람의 것과 사람의 것 아닌 아름다움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_「폭설도 내리지 않고 새해」에서
나의 스웨터에는 미세한 구멍들이 있는데
요정이 드나든 흔적은 아니고
영혼이 까슬까슬해서 생긴 것이다
_「안개가 짙은 겨울 아침에는 목욕탕에 가야 한다」에서
600년을 산 은행나무의 뿌리 같은
아, 번뇌반야심경을 외우다가 깜빡 졸아 버린 스님의 당혹감
꿈에서 야쿠자가 되어 버린 스님의 그리움소오데스까
_「스틸, 스틸, 스틸」에서
모든 페이지에 같은 이야기만 적혀 있다고 해도
모든 의미를 사랑해로 바꿔 읽는다면, 이를테면죽어 버려
끝, 같은 건 상상 속에만 있고 우리의 상상 때문에
우주가 우리를 떠나지 못했으면 좋겠어
_「죽어 버려」에서
오래전 나는 핑크 뮬리가 영원히 흔들리는 정원에 나를 가둔 적이 있어 그곳으로 통하는 문의 열쇠를 연수에게 주었고 연수는 내가 행복하다고 믿었다
_「핑크 뮬리」에서
극장에는 빛이 들지 않아, 친구들아 오직 장면 속에서만 빛을 상영하는 것이 극장의 화법이기 때문이지 오래된 영화에는 오래된
장면이 없을 수도 있지만
_「시네마와 무비」에서
높은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마음속에 생겨난 높은 행거가 내가 바라던 것은 아니었을 텐데. 수많은 감정을 걸어 두었지. 무너지고 또 무너질 때마다 번번이 일으켜 세웠다. “떨군 고개를 원래 스트레칭하려 했던 척 한 바퀴 돌리는 것까지가 제 시집의 장기입니다.”
_「도전! 판매왕」에서
여기 남아 내가 할 일: 시 열심히 쓰기, 사랑 열심히 하기, 꿈 열심히 꾸기, 돈 적당히 벌기, 건강 관리 잘하기, 웃긴 생각 많이 하기, 네 꿈 응원하기, 네가 꿈 이루는 거 똑똑히 지켜보기
여전히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새해 그리고 나는 너의팬이야
_「팬레터─12월 31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