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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베르길리우스 - 목가

취급주의민트초코절임
02.04
·
조회 366

“두 사람 노래하게, 나긋한 잔디 위에 우리 앉아 있으니,
지금 온 땅이, 지금 온 나무가 싹을 틔우고,
지금 숲에 잎이 돋아나, 지금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니.”

 

자연의 정경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노래
서구 문명의 목가적 이상향 ‘아르카디아’의 시원
베르길리우스의 《목가》 라틴어 원전 번역 출간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 기원전 70~기원전 19)의 《목가(Bucolica)》가 읻다 시인선 16권으로 출간되었다. 

《목가》는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베르길리우스가 기원전 39년 출간한 첫 작품으로, 목가적 정경에 대한 묘사 속에 로마의 정치적 현실, 신화와 우주론, 사랑과 우정 등 다양한 테마를 담은 시 10편을 엮은 책이다. 

출간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으며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등에게 영감을 준 베르길리우스의 《목가》는 이후 여러 세기를 거치며 ‘아르카디아’라는 이상향의 모티프와 함께 문학과 미술, 음악 등 서구 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라틴 문학 연구자의 원전 번역으로 《목가》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이 책은 시편마다 옮긴이의 해설을 더해 낯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역사적 배경부터 시의 구조와 내용, 운율까지 아우르는 충실한 해제로 라틴 고전 문학을 향한 문을 열어준다. 

 

전통과 혁신을 아우르며 피어난 고전
시들지 않는 고대의 유산

 

라틴 문학은 호메로스를 필두로 한 희랍 문학의 커다란 영향력 아래 발전했다. 

그러나 로마의 시인들은 희랍 문학을 단순히 모방하고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창적인 재해석을 통해 독특한 미학을 구축했다. 

희랍 헬레니즘 문학에서 출발한 목가 장르 역시 두 전통 간의 영향 관계를 보여준다. 

기원전 3세기의 그리스 시인 테오크리토스가 남긴 목가는 시칠리아의 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가운데 목동들의 일상 생활과 노래 경연, 즉 대창(對唱)을 경쾌한 정조로 풀어내며, 다양한 전통을 결합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시적 영토로서 목가 장르를 확립했다. 

라틴어로 목가를 노래한 최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역시 테오크리토스의 작품을 모델 삼아 자연의 정경과 목동들의 대창이라는 목가의 두 모티프를 이어받으며, 여기에 독창적인 변주를 가미한다. 

테오크리토스의 시가 경쾌하고 희극적이라면, 베르길리우스는 여기에 당대 로마의 역사적 현실과 양가적 정서를 삽입하여 미묘한 애수의 정조를, 때로는 숭고와 장엄함을 더한다. 

기존의 전범을 따르면서도 고유한 미학을 구축하여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아우르는 것이다. 

 

출간 당시에도 참신한 언어로 큰 반향을 일으킨 베르길리우스의 《목가》는 후대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호라티우스와 오비디우스 등 동시대 및 후대의 시인들은 구성이나 문체, 주제 등 여러 면에서 《목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후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수용한 뒤 《목가》는 예수의 재림을 예언하는 시로 읽히기도 했으며, 중세와 르네상스에는 단테,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등이 시적 대화와 알레고리의 공간으로서 목가의 전통을 계승했다. 

근대에는 존 밀턴, 퍼시 비시 셸리 등이 《목가》를 추도의 자리로 삼았으며, 현대에도 스테판 말라르메, 앙드레 지드 등이 작품에 《목가》를 애독한 흔적을 드러냈다. 

폴 발레리는 프랑스어 운율에 맞추어 《목가》를 번역하기도 했다.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연작이 대표하듯,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 미술에서도 목가적 모티프는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이러한 모티프는 음악에서도 평화로운 목가적 정경을 표현하는 양식으로 발전했다. 

 

인간의 노래에 응답하는 자연의 되울림
그 속으로 갈마드는 역사와 사랑

 

“《목가》에는 침묵보다는 노래가 있고, 회한보다는 우정과 사랑이 있다.”
 

옮긴이 해제 중에서

 

베르길리우스의 《목가》는 자연, 시, 역사, 사랑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요약된다. 

우선 《목가》에서 자연은 스스로의 법칙을 거슬러가며 인간의 감정에 공명한다. 

자연은 비통함에 빠져 그 생명력을 상실하며, 희열에 들떠 스스로 열매를 맺고 다채로운 빛깔을 입는가 하면, 목동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메아리로 전하기도 한다. 

즉, 《목가》의 자연은 인간을 고독과 절망에서 구원하는 공간이자 시를 주고받는 공간이다. 

자연이 인간의 감정에 응답하듯, 목동들 또한 자연을 향해 노래로 응답한다. 

신록의 계절은 목동들의 조화로운 대창을 이끌고, 목가적 공간은 시적 공동체의 은유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적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 있으니, 하나는 권력과 정치의 장인 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격정에 빠뜨리는 사랑이다. 

베르길리우스는 내전의 참상이라는 비참한 역사를 도입해 목가 전통에 파격을 더하는가 하면, 황금 시대의 재래와 평화를 향한 희망 속에서 역사와 목가의 조화를 꿈꾸기도 한다. 

이처럼 시인은 시의 무력함과 강력함에 관한 성찰을 오가며, 과거의 비통한 역사를 인식하는 동시에 미래의 찬란한 희망을 노래한다. 

 

역사가 이처럼 시의 바깥에서 시적 자유를 공격한다면, 사랑의 격동은 시 내부에서 이를 위협한다. 

목가적 공간의 평온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목가》의 가장 유명한 구절인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네”는 사랑의 신 아모르의 무정한 위력에 굴복하는 시인의 절망감을 표출한다. 

그러나 한편에서 목동들은 서로 노래를 청하며 또다른 사랑의 신 베누스의 풍요로운 생명력을 찬미한다. 

이들의 사랑은 새봄의 나무와 같이 자라나며 목가의 공간을 약동케 한다. 

목가의 세계는 이처럼 과거의 비참과 미래의 희망, 아모르의 잔혹과 베누스의 생기라는 상반된 힘으로 언제나 위태롭지만, 목동들은 그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법을 서로에게 가르친다. 

 

《목가》는 이렇듯 ‘아르카디아’가 연상시키는 소박하고 이상적인 풍경화로 단순히 축소되지 않는 다채로운 복잡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베르길리우스는 비극적 현실 앞에 선 시의 무력을 통감하면서도 시의 영원한 힘을 길어내고자 희망하기 때문이다. 

《목가》가 보여주듯 시는 역사의 폭력을 막을 수 없지만, 그 무력함으로 온전하게 상처 입고 그 상처를 진실하게 드러내는 시적 현실을 창조해 낸다. 

베르길리우스가 구축한 이 시적 세계는 문학의 고유한 역량을 질문하는 독자들의 물음 속에서 다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차례

제1목가
해설

제2목가
해설

제3목가
해설

제4목가
해설

제5목가
해설

제6목가
해설

제7목가
해설

제8목가
해설

제9목가
해설

제10목가
해설

옮긴이 해제


 

티튀루스, 그대 크넓은 너도밤나무 그늘막 아래 가로누워  

가느다란 풀피리로 숲속의 무사를 연주하네. 

우리는 고향의 터전과 달콤한 농지를 떠나네, 

우리는 고향을 등지네. 허나 그대, 티튀루스, 그늘 속 느긋이, 

어여쁜 아마륄리스 되울리라 수풀에게 가르치네.

 

〈제1목가〉, 7쪽

 

운 좋은 늙은이, 여기 낯익은 시냇물과  

성스러운 샘들 사이에서 서늘한 응달을 찾겠지. 

여기 이웃 사잇길 울타리에서는 언제나 그랬듯 

버드나무 꽃 마시는 휘블라의 꿀벌들이  

그대에게 부드럽게 잠을 속삭이는 일도 자주 있겠지.  

여기 높은 절벽 아래 가지 치는 사람이 바람에 노래하겠지. 

그동안에도 그대가 아끼는 쉰 소리 멧비둘기들은,  

호도애는, 느릅나무 우듬지서 울음을 그치지 않으리

 

〈제1목가〉, 13쪽

 

이 ‘그늘’은 한편으로는 티튀루스가 풀피리를 연주하는 나무 아래처럼 평온하고 안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멜리보이우스가 고향을 등지고 염소를 다그쳐야 하는 저녁의 기나긴 길처럼 무겁고 어둡다. ‘그늘’의 이러한 양가성은 목가라는 장르 속에 새겨진 예술적 이상과 역사적 현실의 괴리를 암시하고, 기록되지 않은 멜리보이우스의 응답처럼 흐릿하게 부유하는 슬픔의 정조를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독특한 이미지와 분위기는 베르길리우스의 《목가》 전체를 맴돈다. […] 이 시편을 통해 우리는 어떤 기미와 함께, 베르길리우스가 드리우는 ‘그늘’ 속으로 들어간다.

 

해설, 22~23쪽

 

빛나는 다프니스, 올륌포스 산의 처음 보는  

문턱에 경탄하네, 발밑에 구름과 별들을 보네.  

그리하여 숲과 들을, 판과 목동들을,

드뤼아데스 소녀들을 흔연한 희열이 사로잡네.  

늑대도 덫처럼 가축을 덮치지 않고, 올가미도 사슴에게 

속임수를 꾀하지 않네. 선한 다프니스, 평온을 사랑하기에.  

메숲진 산은 기쁨에 겨워 스스로 창공 향해  

목소리를 던지네, 바위도 이미 노래하며, 

나무들도 울리네. “신이로다, 그는 신이로다, 메날카스!”

 

〈제5목가〉, 85~87쪽

 

정치와 예술이 분리되지 않는 지점, 찬가와 목가가 구별되지 않는 지점, 그리하여 신화와 역사가 통합되는 정점에 이르는 것이 베르길리우스의 목표였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하나는 여럿의 전형이 되고, 역사는 영원의 이미지가 되며, 고유명사는 일반명사로 변모한다. ‘카이사르’라는 이름이 결국 ‘황제’를 가리키게 된 것처럼.
 

해설, 93쪽

 

실레누스 노래하였기에, 어떻게 커다란 허공에 

대지와 바람과 바다와 해밝은 불꽃의 씨앗이 한데

모여 있었는가, 어떻게 이러한 시초들로부터 만물이, 

만물과 세계의 부드러운 천구가 굳어지게 되었던가. 

그때 흙이 단단해지면서 네레우스를 바다에 가두고  

점차 사물의 형상들이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하네, 

이윽고 처음으로 태양이 비치어 대지는 아연하고, 

하늘 높이 모여든 구름에서 빗물이 쏟아지니, 

이내 숲이 처음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해 드문드문 

짐승들이 길 모르는 산속을 헤매었다 하네.

 

〈제6목가〉, 97~99쪽

 

이끼 앉은 샘이여, 잠보다 부드러운 풀이여,  

드문드문 그늘로 너희들 덮어주는 푸르른 딸기나무여,  

가축을 더위에서 지켜주거라. 뜨거운 여름은 이미 오고  

있으니, 산드러진 포도 넝쿨 속에 움은 이미 트고 있으니.  

여기 화로와 송진 가득한 횃불이, 여기 언제나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그리고 검은 그을음 끊이지 않는 문설주가 있네. 

여기서 우리는 북풍의 추위 따위 걱정하지 않는다네, 늑대가 

숫자를 걱정하지 않듯, 넘치는 물살이 강둑을 걱정하지 않듯.

 

〈제7목가〉, 115쪽

 

숲속 짐승들의 동굴에서 견디기로 하였노라, 

여린 나무들에 나의 사랑 새기기로 하였노라. 

나무들이 자라면 너희들도 자라겠지, 나의 사랑아

[…]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네, 그러니 사랑에 항복하세.

 

〈제10목가〉, 165~167쪽

 

역사를 향한 시선이 과거와 미래로 갈라지듯 사랑을 향한 마음 또한 두 개로 갈라져, 하나는 아모르의 잔혹한 힘에 절망하고 다른 하나는 베누스의 풍요로운 힘에  기뻐한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가 결국은 하나의 시간에 속하듯, 아모르와 베누스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영원한 하나의 힘에 속할 것이다. 목가의 세계는 언제나 위태롭지만, 동시에 목가는 그 위태로움을 인식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노래한다. 목동들은 자연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혼탁한 세계와 불안한 격정 속에서 순수하고 맑은 빛을 찾아내는 법을 배우고 가르친다.

 

옮긴이 해제, 225~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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