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키노쿠니야 서점 본점 방문기
안녕하시렵니까.
오늘도 하라는 과제와 취준은 안 하고 수업 끝나자마자 마실 나온 도쿄 침순이입니다.
오늘은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그거 사러 시내에 나왔더랬습니다.

바로 이 책인데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영화)으로 만들어져서 호평을 받았던 “창가의 토토”라는 작품입니다.
쿠로야나기 테츠코라는 일본 연예인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보다 보니 재밌어서 좀 찾아봤더니 원작이 소설이라고 하더라구요. 궁금해져서 읽어봐야겠다 싶어서 사러 나왔습니다.
저는 대학가에 사는데요, 이 동네엔 큰 서점이 없습니다. 서점 한 번 가려고 30분 버스 타고 나가는 대학생 제법 장하지 않나요? (딱히 아님)

“창가의 토토” 일본어판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양장본과 문고판 두 버전이 있는데요, 이건 문고판 버전입니다. 문고판은 크기가 작고 얇은 종이를 써서 휴대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도 양장본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저는 가능하면 문고판만 삽니다.

저것 하나만 사고 가려니 좀 아까운 것 같아서 서점 내부를 이곳저곳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본점이라 매장이 준내 큰데요, 그냥 2층만 보셔도 무난합니다. 소설, 논픽션 등등 다양한 장르가 조금씩은 다 있거든요. 요즘은 이런 게 핫한가 보네~ 하면서 대충 둘러봤는데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좀 재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K-Book 페어라고 한국 도서를 따로 진열해 둔 서가가 있었습니다. 김초엽, 서이제, 정세란 작가 등의 작품이 있었고, 한강 작가의 작품도 소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진 노벨상이니 뭐니 한국에서나 별일이랍시고 떠드나 보다 했죠.

그런데 이게 웬걸???
알고 보니 한강 작가 단독 섹션이 따로 있어서 한국책 섹션에 진열된 작품이 별로 없었던 거였습니다.
축!! 노벨 문학상 수상 Han Kang 이라고 써 있습니다.


그냥 한강 작가 작품을 통째로 다 가져왔더라구요. 없는 게 없는 느낌? 동화에 시집까지 있으니 말 다 했죠.
신기한 점은 이게 다 한국어 원어판이라는 겁니다. 여기가 한국으로 치면 광화문 교보문고 같은 곳이긴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상 탔다고 해서 광화문 교보에 노르웨이의 숲 일본어판을 진열하진 않을 것 같지 않나요??
신주쿠 대형 서점에 한국어 원어 소설이 진열되기까지의 일본인들의 사고의 흐름? 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채식주의자도 물론 있었습니다. 제 기준 제일 예쁘다고 생각되는 커버로 셀렉해 두었더군요. 좋아하는 사진 작가와의 콜라보 버전이라 덕후는 두 번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게 좀 재밌는 부분이었는데요, “한강의 아버지도 소설가예요~” 라는 문구로 깨알 영업 시도를 하는 걸 보았습니다. 아래쪽엔 영문판 번역서가 있네요.

점심 시간에 찍은 도쿄의 청명한 가을 하늘(여긴 아직 낮기온 10도 이상) 사진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벨상이 좋긴 좋군요. 해외살이 10년이 넘었는데 한국어 책을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험은 처음이라 너무 생경하고 기쁩니다.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한국의 영향력과 위상이 커져서 바다 건너에서도 한국을 쉽게, 자주 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