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하지은 - 눈사자와 여름



<얼음나무 숲>의 작가 하지은이 선보이는 유쾌 발랄한 코믹 추리극.
가상의 도시 그레이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쾌하고 경쾌한 미스터리물이다.
대문호 오세이번 경이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주변에는 대문호가 좋아하던 초콜릿 포장지만 남아있고,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집필하던 원고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비밀금고 안에 남아있는 푸른색 장미만이 사건의 실마리를 쫓아갈 단서.
사건을 맡은 레일미어 경위는 대문호가 쓰러진 조 마르지오 극장장의 딸 세라바체 양을 3년간 쫓아다닌 끝에 뺨을 맞고 쫓겨난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만난 세라바체 양을 보고 또 사랑의 불길을 태우고 만다.
살인사건을 쫓는 건지, 연애를 다시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레일미어 경위의 엎치락뒤치락 수사가 시작된다.
목차
프롤로그 7
1. 죽은 대문호의 마지막 원고 11
2. 유명 배우와의 나인볼 게임 49
3. 첫사랑과 단둘이 벽장 안에 갇힌 사연 95
4. 왕자님의 조문과 푸른 장미 131
5. 장례식과 괴도와 뜻밖의 병문안 186
6. 뱀파이어 백작과 한밤중의 만찬 226
7. 푸른 장미의 주인 275
8. 동화책의 비밀과 기이한 자백 301
9. 그날 저녁 정원에서 일어난 일 353
10. 수상한 쪽지와 한밤의 묘지 386
11. 진실을 위한 마지막 연극 426
12. 서재에서의 고백과 두 번의 청혼 470
에필로그 510
외전. 그날 자작부인은 왜 자신의 목을 그었나 521
P.20-21
이쯤 되면 반장님이 나를 엿 먹이기 위해 일부러 내게 사건을 맡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존경하는 반장님이 아무 의미 없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아마 세라바체 양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가 그 극장에 들락날락거리면서 쌓아 둔 인맥 때문에 이러는 것일 것이다.
“자, 그럼 누구 내기할 사람? 레일미어가 찾아가는 순간 또 뺨 맞는다, 아니다. 난 맞는다에 걸지!”
신이 난 반장님이 외쳤다. 저 양반이, 막 두둔해 주고 있었는데!
머독도 맞는다에 한 표, 그래도 의리를 아는 손튼만이 안 맞는다에 동전 하나를 걸어 주었다. 그리고 뒤늦게 쥬안 양이 소심하게 자기도 안 맞는다에 걸겠다고 했을 때, 우리 모두 그녀가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잠깐 놀랐다.
“뭐, 농담이고. 잘해 주길 바라네, 레일미어. 손튼도 얼마든지 보조로 쓰도록 하고.”
“농담이라면서 그 돈은 왜 다 주머니로 넣으십니까, 반장님?”
“자네는 분명히 잘해 낼 거야.”
“왜 주머니로 넣으시냐니까요?”
“그럼 잘 다녀오게!”
나는 반쯤 울음을 터뜨릴 듯한 심정으로, 그때까지 극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던 제복 문지기와 손튼과 함께 경시청을 나왔다.
“우리 아가씨가 뺨을 때렸다던 소문의 그 경위님이 당신이었군요.”
차를 타고 가면서 한동안 말이 없던 문지기가 꺼낸 이 말에 난 다시 경시청으로 되돌아가서 사표를 제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차는 잠시 후 우리를 조 마르지오 극장 앞에 데려다 놓았다. 갈색의 고풍스러운 건물 외벽에는 곧 상연될 공연의 포스터와 남녀 주연 배우의 초상화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존재의 존재에 관한 고찰》, 공연을 앞둔 연극인 듯 보였는데 조 마르지오의 이미지를 잘 말해 주고 있었다.
극장으로 들어서면서 손튼은 먼저 대문호가 돌아가신 방에 가 보기로 하고, 나는 극장장을 만나기로 했다.
“극장장님 방으로 가는 길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계단이 워낙 여러 개라…….”
“아, 걱정 마세요. 여기 구조라면 다 꿰고 있으니까요.”
문지기는 의심스럽다는 눈빛이었지만, 정말로 그의 안내 없이 척척 찾아가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도 한 여자한테 미쳐서 3년을 낭비해 보시라. 이 정도는 하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