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이 책은 한 문장 한 문장에 담긴 의미가 정말 깊다. 생각보다 얇은 책인데도, 그 밀도 덕분에 읽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부조리의 개념이 아직 명확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반복해서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가 깨달아지는 책이라 내 인생 책이 되었다.
카뮈의 부조리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는 이 책은 쉽지 않다. (만약 한 번에 이해한 사람이 있다면 내 기준에서는 천재다)
간단하게 감상을 적어보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세계에 반항하면서 살아야 한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이 책의 첫 문장에 나오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내가 책에서 찾은 답은 다음과 같다. 부조리한 인간은 삶 그 자체의 가치를 깨달아 모든 것을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소진하며 산다. 자살은 문제를 피하는 것이지 해결책이 아니고, 그저 세계에 굴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부조리한 인간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세상에 저항하고, 명철한 의식으로 깨어 살아간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과 비합리적인 세계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부조리는 우리의 의식을 늘 깨어 있게 만든다. 그 후의 삶이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일상의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부조리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많은 철학자들조차 결국 ‘비약’을 통해 부조리 문제를 외면하고자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종교’와 ‘실존주의’가 그 예다. 읽다 보면 카뮈가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느낄 수 있다. 니체의 책과 함께 읽으면 카뮈 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도스토예프스키와 프란츠 카프카는 카뮈가 부조리의 맥락에서 주목한 대표적인 소설가다. 이들도 끝에는 비약을 하기는 했지만 부조리한 삶을 조명하는 과정을 자세히 표현했기 때문에 그 위대성을 인정받았다. 시간이 된다면 이들이 쓴 소설을 읽고 나의 감상과 카뮈의 사유를 비교해 가면서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좋았던 점은 부조리라는 개념이 다양한 예술작품에서 표현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덕분에 내가 접해왔던 여러 작품들의 내용이 새롭게 이해되었다. 문학이 나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지만, 이 책을 계기로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고전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현대 문학으로 넘어가며 읽어보려고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악령》 - 도스토예프스키
《성》 - 프란츠 카프카
[《시지프 신화》 이후에 읽을 책]
《반항하는 인간》 - 알베르 카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