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래리 니븐 - 링월드

이십구 세기의 우주를 만나다!
래리 니븐의 장편소설 『링월드』.
알려진 우주를 설정으로 해서 만들어 낸 오십 편이 넘는 이야기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휴고, 네뷸러, 디트머, 로커스 상을 휩쓴 하드 SF 걸작이다.
이만 년 후의 은하계적 재앙에 겁먹고 알려진 우주를 떠난 겁쟁이 종족 퍼페티어.
살길을 찾아 깊은 우주를 헤매던 그들이 미지의 인공 구조물 링월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심함이라는 종족적 특성에 걸맞게 자신들을 대신해 링월드에 탐사를 보낼 후보자를 찾는 퍼페티어 종족.
두 명의 지구인 남녀와 두 명의 외계인으로 구성된 탐사대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출발한다.
목적지인 링에 접근하던 우주선이 알 수 없는 힘의 영향으로 추락하고 서로 흩어진 탐사대원들은 링월드가 오래전에는 첨단 과학 문명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음을 알게 되는데…….
목차
루이스 우 _7
다채로운 탐험대 _29
틸라 브라운 _53
동물 통역자 _77
로제트 _96
크리스마스 리본 _118
도약 원반 _137
링월드 _156
차광판 _181
링 위에서 _207
하늘의 아치 _230
신의 주먹 1 _247
성간 종자 유인기 _272
막간극: 해바라기에 얽힌 이야기 _293
꿈의 성 _314
지도실 _331
눈동자 폭풍 _355
위험에 처한 틸라 _376
함정에 빠지다 _399
고기 _421
벽 저편에서 온 여자 _436
탐색자 _459
신 행세 _484
신의 주먹 2 _508
역자 후기 _529
지난 세 세기 반 동안 이동 부스는 세계의 무한한 다양성을 없애 버렸다. 이제 세계 어디든 순식간에 여행할 수 있었다. 모스크바와 시드니의 차이는 그저 잠깐의 시간과 십분의 일 스타에 불과했다. 몇 세기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의 도시란 도시는 전부 뒤섞이고 지명은 그저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각각 해안을 따라 쭉 뻗어 있는 거대한 도시군의 북쪽 끝과 남쪽 끝이다. 그런데 요즘 어느 도시가 어느 쪽 끝인지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p. 9
이제 모든 인간은 유전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아이를 하나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뛰어난 IQ, 플래토 아이즈나 절대 방향감각 같은 유용한 초능력, 텔레파시나 타고난 장수 형질이나 완벽한 치아 같은 생존에 유용한 유전자가 있으면 두 번째, 세 번째 권리를 얻을 수 있다. 백만 스타로 권리를 사도 된다. 안 될 게 뭐가 있겠는가? 돈을 많이 버는 능력도 공인받은 생존 능력이다. 게다가 돈으로 살 권리를 주면 뇌물 수수도 줄어든다. 만약 기본으로 하나 있는 출산권을 쓰지 않았다면, 투기장에서 그걸 걸고 싸울 수도 있다. 자기 목숨과 출산권을 걸고 싸워서 이기면 그만큼을 더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정도면 공평하다.
-p. 49~50
“링월드는 현실적인 타협이라는 거야. 다이슨 구와 평범한 행성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지. 다이슨은 고대의 자연철학자야. 소행성 시대 이전, 아니 거의 원자 시대 이전 사람인데, 그 사람이 문명은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제한을 받는다고 했어. 인류가 손에 닿는 에너지를 전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태양 주위에 구형 껍데기를 만들어서 태양 빛을 모두 받아들이는 거라고 했지. ……당시에는 황당한 생각이 아니었어. 그때는 초광속 비행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조차 없었으니까 말이야. ……국제연합의 무인기가 아웃사이더 우주선과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출산 규제법이 실패했다면? 몇 조나 되는 인구는 다닥다닥 붙어 있을 테고, 램스쿱 우주선이 가장 빨랐겠지. 핵융합 에너지로 얼마나 버텼겠어? 백 년 만에 지구의 바닷물에 있는 수소를 다 뽑아 썼을걸. 그런데 다이슨 구는 태양에너지를 받는 것 말고 장점이 더 있어. 반지름이 일 천문단위인 구를 만든다고 해 봐. 태양계 안은 어쨌든 깨끗이 치워야 해. 행성을 건설 재료로 써야 하니까. 그렇게 해서 크롬강으로 몇 미터 두께의 구를 만들었다고 쳐. 그리고 중력 발생기를 전체적으로 깔면 지구 표면의 십억 배나 되는 땅이 생기지. 일조 명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살아도 평생 다른 사람 만나기 힘들 정도라고.”
-p. 166~167
불빛의 정체는 삼백 미터 높이에 떠 있는 십 층짜리 성이었다. 창문마다 불빛이 있어 마치 고대 로켓의 제어판 같은 모습이었다. 벽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창문이 하나 보였는데, 그 안은 오페라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둥글게 솟아오른 바닥 안쪽에 식탁들이 미로처럼 들어차 있었다. 그 위로 십오 미터 정도의 빈 공간에는 철사로 만든 추상 조형물이 하나 떠 있었다. 링월드에서 접하는 것들이 모두 그랬듯 이 공간 역시 놀랍고 새로웠다. 지구에서는 자동조종장치 없이 차량을 하늘에 날리면 중대한 범죄가 되었다. 어디에 추락해도 사람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 링월드에는 도시 바로 위에 건물이 떠 있었다. 게다가 실내에도 머리 위에 십오 미터나 되는 빈 공간이 있었다.
-p. 320
한참 뒤, 루이스는 몸을 부르르 떨며 잠에서 깨어났다. 통역자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을 뒤덮은 오렌지색 털 때문에 눈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그리고 소름이 끼칠 듯이 탐욕스러운 표정…….
“넌 초식동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나?”
통역자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문제는 전부 사소해 보일 정도로 엄청난 허기가 느껴졌다. 루이스는 대답했다.
“시도해 보고 싶지 않아.”
“셋 중에서 나만 먹을 게 없군.”
그 탐욕스러운 표정……. 목덜미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지만, 루이스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먹을 게 하나 있잖아. 문제는 먹을 거냐지.”
-p. 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