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아서 C. 클라크 - 유년기의 끝

인류 진화의 비밀을 둘러싼 충격적인 미래상
"별들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오."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외계 종족의 도움으로 인류는 황금시대를 맞이하지만 그것이 사실은 우주적인 차원에서 인류의 진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신에 가까운 외계 지성의 장대한 계획의 일환이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아서 C. 클라크의 소설 [유년기의 끝]은 충격을 넘어 전율을 안겨준다.
예술이 죽고 종교가 그 빛을 잃어도 현재의 안락에 빠져 내일의 환란에 대비하지 못해 결국 우월한 외계 종족에 의해 강제적으로 진화당하는 인류의 모습을 아서 클라크는 철학적 통찰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외계인 감독관 캐렐런의 입을 빌려 인류는 지구라는 조그만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라고 비판하는 대목에 이르면 작가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비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외계 지성의 강제에 의한 인류의 진화를 인류의 유년기의 끝이라고 말하지만 인류로부터 진화한 존재는 인류와는 전혀 다른 미지의 존재이다.
그것은 진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종말에 가깝게 보인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지성을 가진 종으로서의 인류는 걸음마도 제대로 내딛지 못하는 유년기에 머물러 있으며 자신의 힘으로는 유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구라는 육아실에 갇혀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 아닐까?
유년기의 끝이 출간된 무렵은 미소 냉전이 극에 달하여 핵 위기가 고조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전반에는 종말에 대한 절박함과 암울함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러면 오늘날의 세계는 어떤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 인류는 여전히 유년기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독자에게 그 호소력을 발휘하는 이유이다.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 기념판 『유년기의 끝』.
과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성찰을 통해 외계지성과 인류의 ‘최초의 접촉’과 ‘인류 진화의 비밀’을 이야기한 《유년기의 끝》은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과 함께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그는 초기 대표작으로 인류를 넘어선 존재,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한 아서 C. 클라크의 비전을 상징하는 아이콘 같은 작품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아 왔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판 《유년기의 끝》은 반세기가 넘도록 사랑받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클라크의 단상을 담은 2000년의 《서문》과 독자들의 애정 어린 축하글들을 담아 더욱 의미 있는 판본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