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백', '너의 색' 짧 후기
(스포 포함)
상영시간표와 지도를 한참 들여다보다 두 편을 연달아 봤습니다.
룩 백
평일, 저녁에 가까운 오후. 《룩 백》을 보러 온 관객은 저 빼고 단 둘 뿐이었요.
저는 후지노가 으스대는 첫 장면부터 영화에 빠져들었어요.
쿄모토의 만화를 본 후지노가 열심히 그림을 익히는 장면부터는 눈가가 촉촉해졌구요.
그만큼 영화의 반환점이자 도돌이표인 부분에서 맘이 아팠고,
그 뒤의 반복과 변주를 곱씹으며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도 어릴 적부터 십수년 동안 좇아왔던 꿈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결국에는 그걸 포기했고, 엄청나게 노력한 것 같지도 않지만요.
너의 색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목소리의 형태》나 《케이온!》도 재미있게 봤지만
《리즈와 파랑새》와 《타마코 러브스토리》를 더 인상깊게 본 입장에서
이 영화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어려웠어요. 굉장히 슴슴한 맛인데, 감정이입할 등장인물도 찾을 수 없었거든요.
주인공 토츠코는 햇살 같은 아이였습니다. 그 흔한 질투와 시기심도 드러내지 않아요.
다른 두 주역, 키미와 루이는 토츠코의 시선에서 너무 밝게 빛나고 있어서
그들이 가진 내적 갈등과 관계 없이 저랑은 거리가 멀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주인공의 색깔론과 자신의 색에 관한 떡밥도 별로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슴슴한 맛 그 자체를 즐기려고 애쓰게 만드는 어려운 애니였어요.
음악 영화로 보자면, ambient나 디스코 같은 노래들이 일단 신선했어요. 도파민 기준으로는 이 곡이 영화의 고점이었고 저는 꽤 좋았어요. (CGV영상인데 제목이 수능금지곡… 그정돈가?)
또 이걸로 밴드가 될까 싶은 편성이나,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런 슴슴한 맛 좋아한다는게 좀 오만이었던 거 같네요.
어쩌면 다섯 번쯤 더 보면 굉장히 마음에 들어할지도 모르겠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