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란>은 좋은 반찬으로 고추장 없이 먹는 비빔밥이다.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영화를 봤습니다. 아. 박정민 배우가 양반이고 강동원 배우가 몸종이라는 건 알고 봤습니다.
제 개인 평점은 3.5/5 입니다.
(같은 점수의 사극 영화로는 남한산성, 올빼미, 명량 등이 있네요. 굳이 이 세 영화들 사이에 자리를 두자면, 말석입니다.)
필수적으로 회수해야할 최소한의 떡밥들은 회수했고, 서사의 수미상관이 이어지는 부분들도 좋았습니다. 근데 다 보고 나서 느낀 건, 제목처럼 ‘담백함 혹은 슴슴한 느낌’이었어요.
장을 나눠 명백히 분기점을 두고 각 장에 축을 둔 건 좋은데, 석연치 않게 흩어지는 얕은 당위성들이 묘하게 부스러기들로 남았어요. 이건 아마도.. 잊고 넘어간 연출이라기 보다는 편집 과정에서 과감하게 잘라낸, 필요 이상으로 깎은 손톱 같이 느껴지는데- 어쩔 수 없었나 싶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힘을 줘야할 때는 확실히 주겠다고 힘쓰는 부분들이 되려 조금 과하게 느껴진 거 같아요. 베어진 머리, 꿰뚫리는 목. 비주얼에서는 확실히 어필이 되는 건 맞지만.. 차라리 점진적인 노출, 혹은 그 반대로 담아내는 게 더 좋았을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개방된 지형에서의 액션은 합이 더 치밀하거나 여백을 줄이는 게 예쁘게 나왔을 거 같은데 그걸 피와 육편의 연출로 벌충한 느낌도 조금 있구요.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다 좋았어요. 그리고 매번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박정민 배우는 표정과 눈빛을 참 잘 쓰는 거 같아요. 사극 연기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소년미가 묻어나는 얼굴이라 그런지 아직 중장년보다는 도련님 나이에 더 어울리는 느낌. 어쨌든 연기로는 모자랄 데 없이 완성형의 궤도에 들어섰다 감히 말씀 드립니다.
각자가 맛있는 반찬들이고 이것들이 고추장으로 묶여 바텀 자리에서 자기들의 맛을 내야 ‘비빔밥’인데, 고추장이 없어서 ‘나는 고사리!’, ‘나는 콩나물!’ 하는 하얀 비빔밥 같은 느낌. 게다가 통역사의 충실한 통역의지는… 굳이 넣어서 한번씩 잇몸을 찌르는 단단한 멸치볶음 같았어요.
요약 : 이 비빔밥은 저마다의 간이나 입맛에 따라, 맛이 있거나 아쉬울 겁니다. 근데 이 반찬들, 다 제 값 이상은 하는 것들이에요. 맛 없진 않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