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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호영 - 전부 취소

취급주의민트초코절임
24.10.12
·
조회 433

“내가 나를 트랜스젠더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삶과 신체를 창조의 대상으로 삼은 조물주들, 투명한 레이저가 가득한 사무실을 떠들썩한 놀이터로 만드는 익살꾼들,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 위대한 실천가들의 계보에 나를 기입하겠다는 뜻이다.”

은유 인터뷰집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의 인터뷰이로, 《한편 11호: 플랫폼》의 필자로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한영 번역가 호영의 첫 산문이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세상이 정해둔 이분법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규범과 규준에 보란 듯 취소선을 그어버리는 호영의 글 서른네 편이 해독제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은혜 ㆍ 8
호박잎 같은 사랑 ㆍ 16
생일, 기일 ㆍ 23
정확한 사랑 ㆍ 29
환장 ㆍ 33
더는 미룰 수 없을 때 ㆍ 38
손상 ㆍ 53
30대의 트랜지션 ㆍ 61
b에게 ㆍ 66
일기: 목소리, 식욕, 체온 ㆍ 73
STRAWBERRY SWISHER / NO ONE ON THE CORNER ㆍ 78
초대 ㆍ 109
시선, 칼날: 일기 2022년 2~9월 ㆍ 112
나는 이제야 알았다 ㆍ 119
밤이 온다 ㆍ 122
용서하지 말 것 ㆍ 129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일기 230409 ㆍ 132
우리끼리니까 해보는 말 ㆍ 135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못 한 내가 미워지면 웹툰을 번역한다 ㆍ 140
열 개의 진실 ㆍ 145
아무것도 아닌 일 ㆍ 151
자전거 타는 법 ㆍ 158
동네에서 ㆍ 163
라이너 노트: 번역이랑 ㆍ 172
동성애는 ‘용인’되고 트랜스젠더는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이유 ㆍ 197
트랜스섹슈얼 계보 ㆍ 207
클럽에서 ㆍ 210
내가 젠더 좀 바꿨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됐을 것 같아? ㆍ 215
love language ㆍ 218
파도 ㆍ 225
탕국 ㆍ 236
몸을 씻다 욕하는 사람 ㆍ 241
냄새 없는 영화, 믿을 수 없는 사람 ㆍ 248
트랜스 트랜스 ㆍ 258

 

엄마, 저거 뭐야?”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말했다. 질문을 받은 어른은 얼른 손사래 치며 “언니야”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순간이 무척 기뻤다. 나의 모호함을 뾰족하게 감지하는 아이들. 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아이들.
-31쪽

 

트랜지션은 오랫동안 나에게 선택지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있는지 몰랐고, 한동안은 트랜지션 이후의 삶이 고통과 수치심으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다. 그다음에는, 트랜지션이 나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해서 할 수 없었다. 부모, 형제, 부모의 친구, 나의 친구, 회사 동료, 현 고용주, 미래의 고용주, 지나가는 행인⋯. 이 모든 사람의 편안함과 삶에 대한 만족감을 나 자신의 것보다 우선시했다. 여태껏 잘 참고 살았잖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없어. 그렇게 주워들은 말을 반복하다가, 나를 이보다 작게 만들 수는 없어서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47~48쪽

 

타투가 생기기 전에는 이렇게 말했었다. 오른쪽 갈비뼈 끄트머리에 큰 점이 있다고 해. 새끼손가락이 엄지를 향해 꺾인다고 해. 가슴 한가운데가 아이스크림 한 스쿱 떠낸 것처럼 움푹 파였다고 해. 갈비뼈 언저리에 있는 점은 원래 하나였는데, 2년 전쯤 옆에 새 점이 생겼다.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지는 모양은 할머니 손과 닮았다. 오목가슴은 너의 뺨을 수납하기에 적당한 깊이다.
-110~111쪽

 

이 몸은
달아나고 싶을 때 말로 눈을 축이는데요
새 말을 찾아서 매만질 때 머릴 비비는데요
솟구치는 선율, 두근대는 연골
연착
착란
이 몸의 지리적 특성
이곳의 지리적 특성상
뭍도 볕도 견뎌야 하는데요

(복싱장에서 드디어 풀어헤쳐지는 남자들 / 서로를 때린다는 약속 아래 마음 놓고 서로를 만지고 다독이고)
-118쪽

 

내가 나를 트랜스젠더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삶과 신체를 창조의 대상으로 삼은 조물주들, 규범이라는 투명한 레이저 센서가 가득한 사무실을 떠들썩한 놀이터로 만드는 익살꾼들, 자신의 몸-마음을 불변의 자연이나 주어진 한계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무엇인지, 무엇이 될 수 있을지에 놀라워하고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 위대한 실천가들의 계보에 나를 기입하겠다는 뜻이다.
-207쪽

 

내가 당신에게서 배운 것, 그건 당신이 말로 알려줄 필요가 없던 것들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연다. 밤사이 차가워진 몸을 움직여 따뜻하게 한다. 책을 읽으며 생각난 것은 그때그때 메모한다. 그리고 매일, 매일, 기꺼이 혼자가 된다.
-247쪽

 

번역에 대해, 트랜스젠더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다른 사람들을 인용하지 않고 말하는 법을 나는 영원히 터득하지 못할 것이다. 이 자리에 자꾸만 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기 때문이다. 왜 나는 텍스트로 만난 존재들에 대해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하는 걸까? 왜 매번 경계에서 사는 사람들, 땅에 발붙이지도, 세상살이를 초월하지도 못한 존재들에게 매혹되는 걸까? 우리는 서로를 깊이 알지 못하는데도 서로에게 파고들고, 목소리를 이식하고, 기어코 서로를 변형한다. 트랜스 트랜스, 이건 결국 내가 당신과 뒤엉키고 우리를 오염시키겠다는 약속이다.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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