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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주제 사라마구 - 눈먼 자들의 도시

취급주의민트초코절임
24.09.18
·
조회 650

『눈먼 자들의 도시』는 주제 사라마구의 이름을 널리 알려준 대표적인 작품으로, 한 도시 전체에 ‘실명’이라는 전염병이 퍼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확실하지 않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또한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눈이 멀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작품 속의 인간들은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자신의 인간성조차 잃어버린 장님들인 것이다. 

수용소에 강제 격리되어 각자의 이익을 챙기는 눈먼 사람들, 이들에게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하는 군인들의 폭력, 전염을 막기 위해 수용 조치를 내린 냉소적인 정치인, 범죄 집단을 방불케 하는 폭도들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만 있지는 않다. 

처음으로 눈이 멀어 수용소에 갇히는 인물들은 함께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의지하며 도와가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라마구는 이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눈이 먼 남자는 초조한 마음에, 얼굴 앞으로 두 손을 내밀어, 그가 우유의 바다라고 묘사했던 곳에서 헤엄치듯이 두 손을 휘저었다. 입에서는 벌써 도와달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절망으로 넘어가려는 마지막 순간에, 눈이 먼 남자는 다른 남자의 손이 자신의 팔을 가볍게 잡는 걸 느낄 수 있었다. _ 13쪽

 

이어지는 정적 속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엄마 보고 싶어. 그러나 그 말에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마치 어떤 자동 반복 기계가 중단했던 말을 엉뚱한 시간에 다시 불쑥 내뱉은 것 같았다. 의사가 말했다, 방금 그 명령을 들어보니 의심의 여지가 없군, 우리는 격리된 거야, 과거의 어떤 전염병 환자들보다 더 엄중하게 격리가 된 거야, 이 병의 치료약이 발견되기 전에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겠군. _ 69쪽

 

시간은 흘러갔고, 눈먼 사람들은 잠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머리 끝까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진짜 어둠이 흐릿한 해가 되어버린 그들의 두 눈을 완전히 꺼버릴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팔이 닿지 않는 높은 천장에 걸린 세 개의 전등은 침대들 위로 흐리고 노르스름한 빛을 던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림자도 만들지 못하는 빛이었다. 마흔 명이 잠을 자고 있거나, 잠을 자려고 애쓰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꿈을 꾸면서 한숨을 쉬거나 중얼거리고 있었다. 꿈에서는 앞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것이 꿈이라면, 나는 깨어나고 싶지 않아, 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손목시계는 모두 멈춰 있었다. 태엽을 감아주는 것을 잊었거나, 아니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_ 106~107쪽

 

이 눈먼 사람들, 그것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들처럼, 평소 습관대로 매애 하고 울면서, 그래, 약간 혼잡하긴 하지만 그것이 늘 살아온 방식이니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친밀하게 꼭 붙어서, 서로 숨결과 냄새를 섞으며 차분하게 들어갔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울음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도 있고, 두려움 때문에 또는 격분 때문에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효과는 없지만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기도 한다, 너희들 내 손에 잡히기만 하면 눈알을 뽑아버릴 거야. 여기서 너희들이란 아마 군인들일 것이다. _ 158~159쪽

 

눈먼 사람에게 말하라, 너는 자유다. 그와 세계를 갈라놓던 문을 열어주고, 우리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가라, 너는 자유다. 그러나 그는 가지 않는다. 그는 길 한가운데서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다. 그와 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들은 정신병원이라고 정의된 곳에서 살았다. 사실, 그 합리적인 미로에서 사는 것과 도시라는 미쳐버린 미로로 나아가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_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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