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 노을 (변산 OST)
도무지 도려낼 수 없었던
도리어 선명한 기억
갖지 못했던 걸 잃고 되려
갚지 못한 걸 후회해
닮아 있지 아니 닮고 싶지도 않던 존재가
부재가 되며 남긴 말이 내 무제
인생의 부제가 되네
꼬마는 무덤가에 앉아
과거에 콤마를 찍은 다음
당신의 유언을 핑계 삼아
새로운 문장을 적어 내려 가
잘 사는 것이 복수여?
그려 보란 듯이 떵떵대며
평생을 복수로 텅텅 비어
내 남은 노트를 채워가
붉은빛의 고향을 떠나보낸
붉은 조명 아래 시간
묽은 향수는 한순간 흩어지는
굵은 한숨으로 사라져
그래도 향수병은 그대로 남아
끝내 지워지지 않아 저기
해가 지는 동네 바람 부는 곳
내 아버지가 사는 빛과 어둠의 경계
애써 등져야만 했던 그와
그곳이 건넨 금목걸이 그
마른 화해의 인사 등 돌린 시간이 미안해서
묵묵하게 적어 내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비워둔 그다음 행을
겨울 지나 겨울을 겨우 버텨내도 겨울을 사는
거울 속 이방인은 주인을 잃은 배처럼
나고 드는 파도에 녹이 슬고
땀이 마른자리에
굳은 소금기 왜 날 버린 건지
내가 버린 건지 뭐 중요한 건
지금껏 피해 다니기만 했다는 게
거지 같은 거지 보지 않았고
듣지 않았어 그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있잖아 문득 내게 정면을 선물한
그 사람이 밉지 않아
저 세상의 저 사람을 닮은
이 세상의 그 사람은 달을 닮아
시꺼멓게 닳은 어둠에
어스름히 밝은 색이 번지네
조각난 영혼의 먼지엔
빛이 스밀 때 반짝거린단 걸
알려준 당신을 여태 몰라본
내 마음이 말도 못 해
구태여 그때의 구태를 애써
변명하지는 않겠어 그저
내 마음이 가난해서 보여줄 건
상처 밖에 없었어
받아본 적이 없어서 줄 수 없었던
사랑이야 미안해
열여덟의 너와 열두 해 후
지금 나의 마음이 같다면
난 너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는
이 마음도 사랑한다고 말해
노을 · 박정민
Byunsan Monologue
℗ GU Music
Released on: 201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