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잿빛도시, 토론토에서 즐기는 탐조생활 (2)
토론토에서도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심에 적응을 잘하는 House Sparrow (집참새) 나 Rock Pigeon (바위비둘기)가 그 예입니다. 이 새들은 유럽에서 건너오거나 들여온 외래종입니다. 기존에 살던 토착종이나 철새들을 위협해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비둘기는 병균을 옮기는 주 원인으로 오해받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사실 청결한 동물들입니다.
이들은 이제 200년 가까이 이곳에 살며 토론토 생태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저는 이들에게서 캐나다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민자들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필요로 인해 들어오게 되었고, 이 사회의 일부가 된 지 오래지만 사회 문제들의 주 원인으로 항상 뽑히게 되는 모습에서 일까요. 너무 감상적이고 순진한 접근이겠지요.


전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집참새와 바위비둘기. 강한 적응력과 엄청난 번식력으로 생태계 일부를 차지하였다.
어떤 새들은 한국에선 보기 쉬우나 토론토에서 찾기 힘듭니다. 까치는 토론토가 위치한 온타리오 주 전역 어디서도 찾을 수 없으며, 까마귀는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끔 로드킬 된 사체 근처에 날아 온 것 이외에는 시내에서 까마귀를 보기가 생각보다 힘듭니다. 그 반대로 토론토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새들이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있죠. 이 글에서는 그 중 대표적인 토착종 세종류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토론토에서 접하기 쉬운 종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새는 아마 Northern Cardinal 일 것 입니다. 수컷은 푸른 나뭇잎과 강렬하게 대비되는 새빨간 몸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도 이 새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영어로 Cardinal은 주교를 뜻하는 단어로, 이 새의 화려한 빛깔이 붉은색의 수단을 입은 주교를 연상시켜 붙은 이름일 것입니다.
강렬한 색을 뽐내며 앉아 있는 Northern Cardinal. 눈에 잘띄는 빨간색이 생존에 위협이 되진 않을까 궁금해지지만,
맹수들이 적록색맹이라는 얘기가 있으니 괜찮을지 모른다.
그리고 머리깃도 위로 솟아있는 형태를 하고 있어 멋진 헤어스타일이 이목을 끌리게 합니다. 안타깝게도 털갈이 시즌엔 멋있었던 이 머리털부터 우수수 빠져 앙상한 뼛가죽을 드러내게 되며, 그 모습이 기괴해 최근 인터넷 상 탐조 커뮤니티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탈모는 인류뿐만이 아닌 조류도 피해갈 수 없이 같이 겪는, 종을 뛰어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창일 때 머리깃을 뽐내는 중인 Northern Cardinal. 그러나…

“Bloödcheëp, 저주받은 심연으로 부터 온 공포의 탈모-악마”
털갈이 시즌엔 앙상한 머리와 뻥뚫린 귓구멍만 보이게 되어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게 된다.
(출처: Bird and Moon Comics)
토론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새는 Red-winged Blackbird 입니다. 수컷은 새까만 깃털에 날개에 흰색과 주홍빛의 줄무니가 그어져 있어 꼭 레이싱카를 연상시킵니다. 목청이 크고 째지는 울음소리를 갖고 있어 한 번 알아두면 어디서나 소리를 듣고 알아챌 수 있는 새 입니다.

Red-winged Blackbird. 높은 곳에 올라가 자신의 둥지 근처를 경계하고 있다.
나름 멋진 외관에도 불구하고 이 새의 명성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Red-winged Blackbird 수컷들은 강한 보호본능을 넘어 예민함으로 악명 높습니다. 산란기인 여름엔 자신의 둥지 근처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침입자들을 경계하며, 가까이 올 때 마다 사이렌 같은 높은 경고음을 울립니다. 만약 그 대상이 위협으로 간주 된다면 가차없이 공격하며, 사람도 예외대상이 아닙니다. 보통 뒤통수로 날아와 날개로 머리를 연타하거나 부리로 쪼아 공격하는 대담함을 보여줍니다. 저 또한 공격당한적이 있어 탐조를 갈 땐 항상 모자를 챙겨나가고, Red-winged Blackbird 의 경고음을 들으면 혹시 모르니 그 자리에서 일단 벗어납니다. 동물들의 터전에 허락 없이 들어와 용인되고 있는 인간으로서, 그 자비가 끝나면 떠나는게 도리니까요.

Red-winged Blackbird 암컷. 수컷과 암컷이 다른 모습을 지닌 Sexual Dimorphism 의 좋은 예로,
탐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종으로 자주 오인 받곤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새는 American Robin 입니다. American Robin 은 토론토나 캐나다 뿐만 아니라 북미 전역에 분포하여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새입니다. 아침에 공원 잔디밭에 나와 단체로 지렁이나 벌레를 잡는 모습을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붉은 가슴팍이 눈에 띄는데, 이 새의 이름이 Robin 인 이유기도 합니다.
아침에 나와 벌레를 찾고 있는 American Robin. 노란 부리와 회색 몸통, 붉은 가슴의 색 대비가 매력있다.
Robin 은 그 전까지는 European Robin, 유럽의 붉은 솔딱새과 새를 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신대륙에 넘어와 비슷하게 붉은 가슴팍을 가진 이 새를 보고 Robin이라 이름 붙이게 된 것이죠. 이름만 같지 사실 American Robin 은 지빠귀과로,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종입니다. 우리가 쌓아온 경험이나 편견이 세상을 해석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또 객관적으로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노력없이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습니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