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겸 써보는 수학 계보
수학에는 수학 계보 프로젝트(Mathematics Genealogy Project) 라는게 있걸랑요.
다른 학문도 그렇겠습니다만, 수학은 유독 ‘누구의 지도를 받았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물론 수학자들도 모교에 대한 자부심도 있습니다만, 그보다 지도교수를 더 큰 자부심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구실이나 실험장비가 필요한 학문이 아니라서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자부심의 결정체가 바로 수학 계보 프로젝트입니다. 수학자들이 ‘어디서, 누구의 밑에서, 무슨 주제로 박사를 땄나?’가 전부 기록되어 있는 웹사이트지요. (진짜 광기)

8월 9일 기준, 313,654명의 수학자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17, 18세기 수학자들도 기록되어 있어서, 이들 모두가 현직은 아닙니다.
웹사이트에서 정의하는 ‘수학자’의 기준은 ‘수학 박사 학위 소지자’입니다. 수학과 관련 없는 일을 해도 수학 박사학위가 있다면 등록이 가능하고, 반대로 취미로 연구한다 하더라도 박사학위가 없다면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단, 여기서 말하는 `수학'의 범위는 굉장히 포괄적이라고 합니다. 통계학, 컴공, 철학 박사도 포함한다고 하네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수학의 왕자 가우스를 찾아볼까요?

가장 먼저 가우스가 언제 어디서 박사학위를 받았는지가 나옵니다. 옆에 나오는 국기는 해당 학교의 국가를 의미합니다.
Dissertation은 박사학위 논문을 의미합니다. 라틴어로 쓴 모양이군요. 뒤이어 가우스의 지도교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래에는 가우스의 지도를 받고 박사학위를 받은 수학자들이 정리되어 있군요.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박사학위를 받은 학교와 연도, 그리고 그 가지 밑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의 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단에 ‘가우스에겐 15명의 제자가 있었고, 총 121176명의 학문적 후손이 있다’고 요약해놨군요.
저도 최근에 이제 박사를 졸업해서 이 사이트에 등록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자동으로 해주는 줄 알았는데 제가 직접 등록해야 하더라구요. 모양빠지지만, 박사논문 통과하자마자 얼른 등록을 넣었습니다. 흐흐흐.
이 계보의 등록과 검증은 일일이 손으로 하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등록해도 이름이 올라오는데에는 1달정도 소요됩니다. 저도 최근에 등록이 되었어요.
저처럼 아무런 제자도 없고 학문적 후손이 없다면 요런 식으로 나옵니다. 이름은 가릴게요.

(앞서 언급했듯, 국기는 모교의 국가를 의미합니다. 전 한국인이에요.)
이 웹사이트의 묘미는 학문적 선조를 알아보는데에 있습니다.
Advisor 링크를 타고 타고 올라가서 몇번만에 가우스, 오일러가 나오나 혼자 알아보고 뿌듯해하는데에 있습니다. 흐흐흐
저도 기왕 등록된 김에 저만의 침뿌찾, 아니 나뿌찾을 해봤는데 ‘와 이분이?!’ 싶었던 분들이 몇몇 있더군요.
그래서 한번 자랑해볼겸 수학 계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을 적어봤습니다. 흐흐흐.
먼저 4대 위로 올라가면 필즈상 수상자 코언이 나옵니다. 8대 위로 올라가면 독일 수학계의 거장 힐베르트가 나오죠. 흐흐흐
요즘에야 한명의 교수 밑에서 지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전에는 지도교수가 여럿인 경우도 왕왕 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떤 계보를 타고 올라가면, 이 사람이 나오고, 다른 계보를 타고 올라가면 저 사람이 나오고 합니다.
저도 5대 위에서 계보가 나뉘어지는데, 한 계보를 타고 8대를 더 올라가면 가우스가, 다른 계보를 타고 8대를 더 올라가면 오일러가 나옵니다.
그 외에도, 클라인, 디리클레, 푸아송, 푸리에, 라그랑주, 라플라스, 달랑베르, 체비쇼프 등등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이름들을 발견하게 되어서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답니다.
근데 사실 등록된 수학자가 30만명이고, 가우스의 후손이 12만명이다보니, 미국/유럽 수학계에서는 가우스의 후손이 아닌 사람을 만나기가 오히려 어렵죠 흐흐흐.
어쨌든 오늘은 이렇게 수학자들의 너디한 자부심 ‘수학 계보’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다음번엔 또다른 너디한 자부심 ‘에르되시 수’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을 써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