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리우 - 은랑전

은랑전 서문 중에서 발췌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소설 쓰기의 핵심에는 역설이 있다. 소설 매체는 언어이고 언어는 소통이 지상 과제인 기술이건만, 작가인 나는 소통이라는 목적을 멀리해야 비로소 마음에 드는 소설을 쓸 수 있다.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작가로서 나는 말을 재료로 삼아 작품을 만들지만, 그 말들은 독자의 의식이 생기를 불어넣어야 비로소 의미를 띤다. 이야기는 작가와 독자가 함께 들려주는 것이기에, 모든 이야기는 독자가 찾아와 해석할 때 마침내 완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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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나는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거주자를 만족시킬 집을 짓는 것은 힘에 부칠뿐더러 답답하고 막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나 자신이 현실과 언어로 지은 인공물 사이의 공감대에 위로받으며 아늑하고 평온하다고 느끼는 집을 짓는 편이 훨씬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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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랑전 중 첫 번째 단편 일곱 번의 생일을 읽고서,

 작가의 ‘종이 동물원’ 속에 이야기들을 만드는데에 만약 그의 친구 류츠신의 ‘삼체’의 영향이 컷다면? 작가의 전작이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도심 속 테마파크 였다면, 이번 작품은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집시 서커스단 같은 느낌이야. 분명 장르의 곡예를 잘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소외된 시골의 마을 사람들에게 보내려는 그의 위로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인물들 중에 혹시 기상학자로 나오는 케릭터를 기억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일곱 번의 생일‘은 굉장히 반가운 이야기가 될거야. 이 책 속 ’프로젝트‘ 언급은 그에 대한 헌사였을거야. 내 세계에서는 ‘매트릭스’ 정도 수준에서 느꼈지만 다른 친구들은 내가 놓친 더 풍부한 감상의 즐거움이 있을지도! 

 첫 단편이 ‘일곱 번의 생일’인 점이 매우 고맙게 느껴졌어. 엔솔로지 단편집 속에 엔솔로지 형식의 이야기를 첫 안내자로 해서 마중 나와줘서. 심지어 그 주제 또한 엔솔로지라서 감동이였어. 주제는 마치 엔디 위어의 단편 ‘알’ 과 비슷했던 것 같아. 지금이 몇번째 생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나 자신들을 위해서 오늘은 조금 더 친절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