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결속밴드의 봇치를 떠올린다 (장문)
다른 사람들 사이, 혹은 앞에서 잔뜩 긴장했다가
바스라진 멘탈을 수습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애니메이션 '봇치더락'에서 본 히토리 고토(봇치)가 떠오른다.
첫 합주 연습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좌절하던 모습이,
공연에서 고개를 쳐박고 기타를 치던 모습이,
어릴때부터 시작해서 그 나이(고등학생)까지 그렇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히토리가 그 나이까지 익히지 못한 능력 중 상당부분은
이미 따라가기엔 너무 늦었다.
때를 놓쳐서 따라갈 수 없게 된 능력인 거다.
물론 사람들은 그런 식의 부족한 부분들을 갖고 있고,
대개 30대가 되기 전에 자연스럽게 커버하거나 피하는 방법을 익힌다.
히토리 같은 사람들의 문제는 그게 대다수에게 너무 자연스럽고,
어떤 이들은 그 능력을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히토리는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중증이다.
그래서 '결속 밴드'의 정규(full-length)앨범 '결속 밴드'가 좋았다.
이 앨범을 들으면 히토리가 시종일관 고개를 쳐박고
손을 제외한 부분은 찔끔찔끔 움직이며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다른 멤버들의 이미지는 그렇게 선명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곡에 이르르면
봇치는 고개를 조금 들고 마이크 앞에 서서
(정말 놀랍게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관객들의 앞인지 그냥 레코딩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그냥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결국 공감이 잘 된다는 거다.
그래서 '걸즈밴드크라이'의 '이세리 니나'를 봤을 때는
결코 '결속 밴드'를 듣는 것처럼 몰입해서
'토게나시 토게아리'의 앨범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에게도 결손과 아픔이 있지만
그 기간과 누적된 데미지의 차원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다르게 그냥 듣다가 좀 익숙해지니
머릿속에서 밴드 멤버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베이스는 빼고..
내가 막귀라 그런지 나중에 합류해서 그런지
소음이 꽤 있는 곳에서 노래를 주로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퍼포먼스가 역동적이라 상상하는게 봇치랑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그래서 한 곡을 꼽자면 가장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ideal paradox가 제일 마음에 든다.)
빗나간 예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면,
히토리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부터 따질 필요가 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서 도망치지 않은 그는 빠르게 나아갈 것이다.
그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이다.
인기를 끌겠다는 동기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꾸준하게 할 수 있었냐가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그로꾼 같은게 되기 십상인데.
'기타히어로'는 실력이 있으니까 어그로를 좀 끌어도 어그로꾼이 되진 않는다.
그런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익히지 못한 것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인간답게 살 수 있냐란 관저에서 너무 늦지도 않았다.
그는 '고쳐야 할 나쁜 습관'*만 남은 듯한 나랑은 다른 젊은이로 성잘할 수 있겠지.
*밴드 Dream Theater의 곡 Surrounded 가사 中. (원문- I’ve only habits left to break)
요약/결론
- 결속밴드나 토게아리 앨범 좋은데, 너무 비싸서 못사겠다.
실사용 용도인데 간단한 구성으로 그냥 3만원 이하로 팔면 안되나? - 히토리보다 2배쯤 느린 거 같지만 나도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