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01

제목: 중요한 것 

"너는 직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모든 사람이 생계만을 위해 일하진 않아."

나는 너의 말에 잠시 얼어붙었다. 그리고 부정하고 싶었다.

창피했던 것일까, 금기시된 것을 하다 들킨 느낌이었다.

왜 창피함이 올라올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꽤 오래전부터 나는 직업을 생계의 수단으로만 여겼다.

"내가 그랬어?"

"응, 뭐 대놓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뭔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

"내가 그랬구나. 그런 생계 때문에 일을 하는 사람들은, 뭐랄까 자기를 잃어버린 느낌이 있는 거 같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되게 다양하단 말이지. 예를 들어 가정을 이룬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은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지만 엄청나게 불행해하면서 일을 하진 않거든. 그게 일상이고 현실이니까. 가정을 꾸려야 해. 아기를 먹여 살려야 되니까, 근데 그걸 함으로써 행복을 얻는 거거든"

너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얼굴은 발그레 상기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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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생계를 위한 일에 대한 나의 거부감은.

샤워하는 아빠가 혼자 소리를 지르며 욕을 했을 때부터일까?

엄마가 내게 바가지를 건네며 구역질하고 있는, 토사물을 게워 내고 있는 아빠에게 전달하라고 했을 때부터였을까.

직장에 다니는 아빠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그 불행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회사원은 다 그렇게 사는 줄만 알았다. 나는 무서웠다. 아빠가 무서웠고 아빠 같은 삶이 싫었다.

가족의 생계 때문에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빠같이 살고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귀었던 연인을 주제넘게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당장 돈이 필요했다. 나는 직업이 곧 생계가 되어버렸고, 그게 나의 버팀목이자 구원이었다. 너의 말대로 내가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꽤 나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연인과 허무하게 헤어진 이후 나는 그 직장에서 도망쳤다. 더 이상 그 고통을 견딜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잔여물이 남겨진 채로 발견된 건 나의 생각이었다. 일에 관한 생각.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은 불행하다는 생각. 빈손으로 나온 줄 알았던 나는 그 생각을 양손에 꼭 쥔 채로 너를 마주했다. 내 손에 들린 것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기 때문일까? 나는 얼어붙어 버렸다. 부정하고 싶었다. 너는 멈추지 않고 차분히 말한다.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직업관이 달라진다고 생각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너야

그 말을 하려다 나는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삼킨다. 나는 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중요했다. 그들이 바라지 않았는데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의 그 말 한마디에 나는 깨닫는다. 아 나는 나를 충분히 사랑해 보지 못했구나! 나만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구나.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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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목적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바다를 보러 가는 것 정도는 정했을 때 느꼈던 마음과 비슷하다. 이 편안함을 두 팔로 가득 안고 느낄 때쯤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 알게 된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 바로 너와 나누었던 얼마 전 그 이야기가 나를 충만하게 한다. 너에게 또다시 사랑을 고백하러 가보려고 한다. 통화연결음이 울릴 때 내 마음도 함께 울린다. 너를 사랑하는 만큼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다고 되뇌면서 마음을 가만히 만져본다. 미소 짓는다. 전화 받은 너는 묻는다.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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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나에게 뭔지 찾기 전에, 나를 먼저 돌보려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