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싱가무
"싱가무?"
"응, 싱가무."
"그게 무슨 뜻이지?"
너는 이것도 모르냐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설명한다.
"떨어트리는 거야, 일부러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라 실수로 떨어트린다는 걸 싱가무라고 해."
"그런 단어는 없어."
너와 나는 작은 이자카야 안에 있다. 가게 내부는 목재로 되어 있고,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앉아 있는 듯한 자리는 밑이 파여 있는 좌식 테이블이다.
나는 그곳의 점원이고, 왠지는 모르지만 너와 함께 앉아 있다. 그것이 너와 나의 마지막 데이트인 것 같다.
이런 아무런 영양가 없는 듯한 대화를 주고 받은 뒤, 너는 자리를 나선다. 너가 나서려는 순간부터 나의 오른손에는 짙은 회색의 일회용 주방 장갑이 끼워지고, 나가는 너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윽고 나는 망설이다가 장갑을 낀 채 가게 입구의 미닫이 문을 왼쪽으로 밀어 연 후, 밖으로 나가 너를 찾는다. 밖은 비포장도로로, 비교적 깔끔한 흙길이다. 마치 아직 잔디가 깔리지 않은 초등학교의 운동장처럼. 너는 왼쪽으로 이미 열 다섯 걸음 정도를 걸어 가 있고, 모퉁이를 왼쪽으로 꺾어간다. 나는 내심 너가 돌아봐주기를 바라지만, 너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내 쪽을 한번도 뒤돌아 봐 주지 않는다. 왼쪽 길로 들어가는 너의 담담한 옆모습의 잔상만 눈으로 쫓을 뿐이다. 나는 왜인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마스터에게 잠시만 쉬고 나와도 되냐고 부탁한다. 마스터는 동그란 두상에 머리카락은 없고 전체적으로 수염이 많이 나는 얼굴이라 회색빛 얼굴을 하고 있지만, 콧수염만 유독 두드러지게 기른 인상 좋은 사람이다. 평소 항상 성실히 일해왔기 때문에 그것 정도는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순간에 항상 내점해주는 단골 손님은 마스터에게 나에 대한 칭찬을 하며 나간다. "저 친구 아주 예의가 바른 친구네요." 마스터는 식기를 정리하며 말한다."몬섕긴게 예의죠."하며 아주 사람 좋은 느낌을 풍기며 활짝 미소를 짓는다. 단골 손님은 미닫이 문을 열어 둔 채 가게를 나가며 나에게 말한다. "아까 저 친구와는 얘기를 잘 나눠 보게." 여기서 이야기는 끝나고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