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우에노의 판다
나는 판다이다. 사람들은 나를 샹샹이라 부르지만, 이름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나는 우에노 동물원 판다 존의 첫 번째 방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나를 보기 위해 보통 반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린다.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려서 드디어 나의 방이 보이는 곳에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대나무를 뜯어먹거나 잠을 자는 데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내가 열심히 대나무를 뜯어먹거나 조금이라도 (나 나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자면,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고 박수를 치거나 깔깔 웃으며 행복해한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기계를 들이밀며 건조한 기계음을 낸다. 그 기계는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데, 작고 네모난 것이 있는 반면 사람의 조막만 한 얼굴을 다 가리는 정도로 큰 것도 있다. 그게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 기계가 내는 무미건조한 '찰칵' 하는 소리는 굉장히 신경 쓰인다. 큰 소리는 아니지만 그것이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난다고 생각하면 당신들도 대충 얼마나 짜증 나는 소리인지 상상이 될 것이다. 그것은 내 부드럽고 큰 귀를 콕콕 찌르는듯한 바늘 같은 소리를 낸다. 이 소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 예전에 한번 매일 그렇게 먹어대던 대나무는 물론, 가끔 사육사가 특식으로 주는 당근(사육사는 항상 당근은 갈아서 내어 놓는다.) 마저 먹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었고, 얼굴을 만져보니 거의 반쪽이 되어 있었다. 그러자 사육사와 동물원 직원들은 나를 그 나의 방이 아닌 다른 따로 떨어져 있는 방에서 지내게 해 주었고, 다행히 나의 식욕을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의 수많은 시선과, 신경을 건드리는 작고 빠른 그 기계들의 소리라는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먹고 자기만 하는 게으른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먹고 자는 것은 판다에게 있어서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 판다는 맹수의 몸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육고기도 먹으려고 한다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도통 안된다. 그래서 대나무 같이 소화가 잘 되는 채식을 양껏 해야만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잠을 자며 몸을 움직이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야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먹고 열심히 자는 것으로, 이른바 '근면 성실한 게으름'이라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겠지만, 사육사는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만큼 멍청하지 않기에, 나에게 먹을 것을 많이 주고 잠을 자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반면 방에서 내가 자고 있을 때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은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실망한다. 나는 자는 동안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참 한심하다. 그러니 당연히 또 그 짜증 나는 기계 소리를 내곤 한다. 나의 잠을 방해하는 것은 나의 생존과 직결되는데도 말이다. 내가 사람 말을 할 줄만 알았다면 잠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누워 있다가도 일어나 한마디 해 줬을 텐데, 그건 정말 아쉽다. 언제는 한 번 사람 말을 공부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역시나 귀찮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밤이 되면 줄지은 사람들도 다 사라지고, 사육사만이 내 주변에 남는다. 사육사는 나에게 먹을 것을 잔뜩 챙겨주고 간다. 그때부터가 나의 쉬는 시간이다. 동물원의 밤은 고요하다. 낮 동안 이어지던 사람들의 소리가 사라지고 고요함만 남는다. 나는 언제나처럼 잠을 자다 깨서 사육사가 두고 간 대나무를 뜯어먹고, 다시 잠을 잔다. 또다시 배가 고파지면 일어나서 대나무를 뜯어먹고, 잠이 오면 잠에 들며, 철저하게 나의 생존을 위한 '근면 성실한 게으름'을 피운다. 나는 다음 날이 되면 들어야 할 무미건조한 기계음과 사람들의 소리를 떠올리며 으적 으적 대나무 씹는 소리만이 울리는 고요한 밤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