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핑거(스포일러)

양조위 캐릭터인 청은 보면서 고양이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직접적으로 고양이가 연상된다는 게 아니라,고양이들이 귀여워서 무사한 순간처럼,굉장히 나쁜 짓 해놓고 얼굴이 딱 보였을 때 능청스러운 표정에 초롱초롱한 눈을 보여주는데
진짜 너무 귀엽습니다.
환갑 넘은 아저씨가 자기 귀여운 줄을 너무 잘 압니다.
살인교사까지 해 놓고 순수한 표정으로 눈 빛내지 마요!
수지 앞니 플러팅이 인스타에 뜨는데 양조위 눈빛 플러팅이 더 셉니다.
뭐?최애의 아이가 눈에서 별빛 나는게 말이 안 된다고?
라고 하는 친구에게 양조위를 보여주면 즉시 반박될 만큼 눈이 초롱초롱하면서 눈에서 서사가 나와요.

2시간 내내 ICAC 상대로 나 때릴꼬얌을 시전합니다 진짜로!
이게 또 너무 잘생겨서 미화되고,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반성 없이 이렇게 순수하게 군다고?이런 악행을 해 놓고 이렇게 귀엽게 굴 여유가 있다고?" 싶어서 빌런다움이 뒤로 갈수록 확 살아납니다.
-반면 유덕화는 중후반까지는 양조위의 플롯 쪽이 연출도 재밌는게 많고 양조위 캐릭터가 느물거리다 보니 생동감이 양조위 쪽이 압승인데,뒤로 갈수록 그 슴슴하고 정석적인 플롯에도 불구하고 유덕화 혼자만의 무게감을 통해 꼿꼿이 서서 캐릭터+연출 버프까지 받은 양조위의 에너지를 홀로 온전히 감당해 냅니다.
마치 <서울의 봄>에서 이태신이 물처럼 혼자서의 존재감으로 불 같은 전두광을 받아내듯이요.
-기발하고 독특한 연출들이 많습니다.특히 헛소문에 가깝지만 동남아에서 반군과 싸웠다는 장면이나 kgb 사건 등은 과장된 스케일로 웃음을 줍니다.
난잡하고 문란한 시퀀스들 몇 개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기시감도 주고,한국이나 일본 영화에서 봤던 거 같은데?싶은 제법 기발하다 싶은 연출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주크박스처럼 여러 명곡들을 삽입하는데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 <마약왕>의 연출 기조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의도적으로 홍콩 도시를 지나치게 cg티가 나게 재현하거나 미니어쳐처럼 보이게 잡곤 하는데,홍콩 자체가 이들의 장난감 같다는 인상을 주고 실제로 이걸 살려서 거대한 양조위가 이리저리 주무르는 연출도 있습니다.
-처음 금색 빌딩에 들어갈 때 인테리어를 하나하나 보여주는데,영화 속 양조위가 투자자들을 속이고 방문객을 압도하려는 의도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정해집니다.
-함께 심문되는 양조위의 동료 캐릭터들도 인상적이고 개성있다고 느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중국 반환에는 불안감을 느끼던 홍콩의 양가적 감정을 영국 자본과의 싸움과 중국 반환 이슈로 홍콩달러 가치가 폭락하는 모습을 통해 잘 담아냈습니다.
-"<무간도>의 두 언더커버가 만일 복귀를 포기하고 온전히 들어간 조직에 올인했다면 이렇게 재회했을까?"싶기도 합니다.
-양조위의 전작인 <풍재기시>에서 홍콩 경찰들은 영국에 허위 보고를 하고 몰래 사리사욕을 채우다 몰락하는데,이 영화가 딱 ICAC에 반대하는 홍콩 경찰들로 시작해서 절묘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