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태어난 내가 알고 보니 미술 천재??>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 나는 실패한 것이다.
나는 안타깝게도 미술의 재능을 타고 났다. 우리 집은 가난했기에 어머니는 나를 낳다 죽었고, 아버지는 돈을 버느라 한 달에 얼굴 보는 게 손에 꼽혔다. 그래서 나는 가난한 섬마을에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내가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은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너는 멍청해서 저기 보이는 섬마을 사람들처럼 그저 그런 인생을 살다 마을 묘지에 묻히겠지 싶었는데, 용케 그림은 잘 그리네?" 그 선생님은 항상 불만이 많은 얼굴에 미간에 주름이 져 있었고, 늘 우리에게 지독한 말을 하는 어른이었다. 주변 어머니들의 얘기로는 그도 섬마을 사람이었고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나름 우리 섬의 수재였나 보다. 그래서 인지 육지로 나가서 공부를 하다가 어째선지 다시 돌아와 10년 전부터 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얼굴이 예전엔 밝았는데 언제부턴가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서 미술의 재능을 처음으로 인정받았다. 친구들도 미술 숙제가 있으면 나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다. 그들이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그들의 숙제도 영향을 미칠까 봐 염려해서 나를 그 시간 만큼은 괴롭히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고등학생이 되자, 나는 언제부턴가 공부보다는 미술실로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 문을 잠그고 구석에 숨어 그림을 그리면 걱정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고, 결국 악마들에게 들켰다. 그들은 나의 모든 도화지들을 찢었다. 나는 그 순간 파도같은 절망감을 느꼈다.
나는 내 가방에 붓과 물감 몇 개만 미술실에서 훔쳐 담장을 넘어 도망쳤다. 그 순간은 내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훔쳤다는 죄책감보다는 벅차오르는 해방감이었다. 나는 섬에서 나가는 덕수 아저씨의 오징어 잡이 배를 따라가 일 몇 번을 도와주면 나를 육지에 내려주신다고 했다.
내가 살던 섬은 항상 해무가 가득했다. 날 좋은 날은 몇 번이었다. 또 앞집 현지네에서는 오징어를 말리곤 했는데, 그 맛은 좋지만 참 비린내가 고약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아침'을 그릴 때면 항상 회색빛과 오줌 색이 섞여 있었다.
또 나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무력감이 느껴지거나 억울함, 분노... 뭐 이런 것들이 느껴질 때 할머니 화장 거울에 얼굴을 비추며 자화상을 그리곤 했다. 그때도 전체적으로 회색빛에 공허한 눈빛과 할 말이 많은 듯한 입술, 그렇지만 왜인지 측은해 보이는 미간을 내가 그렸었다.
그리고 땅을 밟자마자 느꼈던 것은 안도감과 새로운 불안함, 또 설레임이었다. 그때 나는 나의 얼굴을 그리고자 했지만, 마땅한 거울이 없었고 형편대로 그냥 상상하는 대로 그렸었다. 그 그림은 자화상이지만 얼굴이 없었고, 채도 높은 색깔들이 휘황찬란하게 어지러져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그림이다.
하지만 나는 당장 일이 필요했고, 근처 인력 사무소로 가서 일을 했다. 그러다 현장 소장이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알았는지, 나에게 아파트 외벽 색칠하는 일을 시켰다. 나름 적성에 맞았고 꽤나 행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도 받았다.
나는 그때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며 하늘빛이 돌았다고 느꼈다. 나는 나의 그림을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도 꽤나 받았다. 또 부탁을 받아서 동네 미술 학원에서 야간에 강사도 했다. 돈도 쏠쏠하니 잘 벌었다. '전업으로 강사만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나는 일하면서 중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했었다. 언제인가 강풍이 불어서 일을 중단해야 했을 때, 늘 그랬듯이 내 가방에서 나의 그림을 찾았지만 없었다. 나는 불안 해하며 여기저기 뒤졌지만 없었다. 또 파도가 밀려왔다. 나는 오후에 일을 해야 했는데 집중이 안 되었고, 결국 의자에서 떨어졌다. 다행히 낮은 곳이어서 살았지만, 내 오른쪽 엄지 손가락이 쥐어지지 않았다. 나는 살아서 느끼는 기쁨보다는 무력감이 들었다. 나는 넝마가 된 것이다. 나는 이제 나의 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덕수 아저씨에게 연락했고 사정을 말했다. 우리 섬 하나 있는 초등학교에 미술 선생 자리가 하나 비었다고 덕수 아저씨한테 들었다. 나는 그거라도 하기로 하고 덕수 아저씨의 비린내 나는 오징어 잡이 배를 탔다. 돌아가며, 나는 배에 걸린 거울에 나의 표정을 보았다. 나의 미간에 주름을 처음 보았고,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낯빛도 꽤나 어두워졌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 나는 실패한 것이다.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그냥 취미 생활로 문학을 즐기고 가끔 씁니다. 부족한 글 솜씨라서 부끄럽습니다.
##제목을 정하는 데에 재능이 없기에 그냥 제목 없이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