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조아, 히오스 섬 방문기

 튀르키예 여행을 마치고 그리스로 넘어갈 때, 한국인이라면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의 섬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히오스 섬(Χιος)은 그리스에서 다섯번째로 큰 섬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매스틱, 즉 유향 산업으로 번성해온 곳입니다. 매스틱은 히오스 섬에 자라는 유향나무의 수액에서 만들어진 천연 수지로, 의약품과 화장품으로, 그리고 향신료나 식재료로, 또는 종교 예식 등에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이런 매스틱은 히오스 섬 남부에서만 생산되며, 다른 곳으로 나무을 옮겨 심으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같은 섬 북부에서도 나무가 자라지 못했다고 하네요.

히오스의 매스틱 나무

이런 희소성으로 오스만 제국 시기에 매스틱은 같은 양의 금으로 물물교환될 정도로 귀중한 물품이었다고 합니다.(출처: 위키백과)

 튀르키예, 이즈미르로부터 40분 가량 배로 이동하면 히오스 항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섬 중앙에 있는 섬의 이름을 딴 도시, 히오스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그리스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낯서면서도 익숙한 문자들, 수학시간에나 보았던 글자가 일상생활에 쓰이고 있는 모습을 마주합니다. 읽을 수 없는 간판들을 지나 예약한 작은 호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와 도시를 돌아봅니다.

히오스 마을의 풍경

 매스틱 산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궁금해 버스를 타고 히오스 남부의 마을 피르기(Πυργί)로 향합니다. 피르기는 과거로부터의 전통을 있는 유향 마을로, 매스틱 생산 주기에 따라 마을 공동체가 함께 움직이는 정겨운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피르기는 독창적인 건물 장식 요소로도 유명합니다. 구글 지도에서 본 한 그리스인의 리뷰에 따르면 재능있는 장인들이 석고를 포크(!)로 긁어내어 얻어낸 미학적 성과라고 하네요.

히오스 남부를 대표하는 마을인 피르기,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있다.

 마을을 간단히 둘러본 후, 매스틱 농장을 따라 30분 가량을 걸어 매스틱 박물관을 방문해봅니다. 그곳에서 매스틱과 그것에 얽힌 마을 전통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흥미로운 문화에 대해 새로 배우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짧은 관광을 마치고 히오스 마을로 돌아옵니다.

피르기의 매스틱 농장과 매스틱 박물관

 아테네로 넘어가기 전, 섬의 이름 때문에 잠깐 들린 히오스 섬이지만 막상 와보니 너무나도 다채로운 섬의 모습에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고오급 레스토랑에 더 길게 머물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독특한 문화가 살아숨쉬는 멋진 섬이었습니다.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네요.

이 게임, 트래쉬 게임이야옹~, 히오스의 길고양이

돌지 않던 히오스 풍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