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스포일러)
-2024년에 봐도 연출이 스타일리시합니다. 특히 배우의 얼굴 능선마다 마치 색칠을 하듯 다른 색 조명들로 색을 채우고, 민과 환규의 가게가 철거당할 때나,민이 타락해서 길빵을 하며 거리를 걸을 때 미묘하게 기울어진 앵글로 불안감도 잘 조성하고,액션신마다 흐릿해지고 흔들리는 연출도 일품입니다.특히 로미를 잃고 타락하던 민의 몽타주 시퀀스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사실 이런 연출은 왕가위의 그것을 너무 많이 따온 것도 많습니다.큰 흐름의 줄거리 전개 대신 작은 플롯들이 에피소드식으로 조금씩 나열되는 각본과,청춘과 방황이라는 코드로 미화되긴 하지만 상당히 부도덕하고 극단적인 상황들이 발생하는 특유의 느슨한 도덕관 등 왕가위의 인장이 아주 짙습니다.특히 민이 로미를 위로해주려 갔던 술집 시퀀스는 네온사인,인테리어,조명,여배우의 스타일링 등 <중경삼림>이 그대로 연상됩니다.
-의외로 이 영화를 보면 '신인 정우성이 연기를 못했다고?"라는 의문을 가질 겁니다.이 영화의 정우성 배우는 약간씩 대사 처리가 어색할 뿐,표정이나 눈빛으로 정서를 전달하는 연기가 아주 탁월했습니다.심지어 대사 처리마저 누군가를 타이르는 상황일 때는 오히려 자연스럽고 뛰어나단 느낌도 듭니다.당시와 지금의 연기톤 변화가 크지 않은데,그래서 2024년에 보면 90년대 발성을 하는 조단역 배우들과 달리 낯설지 않고 세련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래서 김성수 감독님이 정우성을 페르소나로 삼았다고 느껴집니다.단점은 최대한 가리고 장점만 극대화하는 법을 알기 때문입니다.
-유오성이라는 배우의 얼굴 골격의 융기가 굉장합니다.그림자가 졌을 때, 마치 만화에서 먹을 먹여둔 느낌의 묵직함을 자아냅니다.지금의 노련한 이미지와 달리,패기 넘치는 초짜 건달의 느낌이 볼거리입니다.
-민의 마음에는 첫 친구인 태수가 가장 컸고,결국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로미도,환규도 결국 질투하는 대상은 태수입니다.환규가 떠난 것은 단순히 선아를 빼앗겨서가 아니라,태수의 세계에서 민이 벗어날 수 없고,민의 마음은 늘 태수에게 머무르기에 결국 들어갈 곳이 없어서입니다.로미의 삐삐는 결국 닿지 않습니다.민의 출신성분 같은 친구인 태수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후욱후욱 정우성 풀세트라능 세개나 모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