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애니메이션(스포일러)
-극중극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첫인상만 보면 "왜 여자 감독이 소년 성장 메카물이고,남자 감독이 마법소녀물을 하지?"라는 단편적인 의문이 생길지 모른다.하지만 오히려 업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자면 초보고,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졌던,그리고 직업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려 하는 히토미는 왕도적인 전개의 작품을, 오히려 거장으로서 검증되고 자신의 작품세계가 있으며 행동거지가 방종한 오우지는 작화가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게 맞다.제작사 역시 규모가 크고 훨씬 권위주의적인 쪽이 오히려 실험적인 리델을 방영하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극중극의 나레이션을 통해 사백은 작품 내내 1년 정도가 지나고, 리델은 오우지의 대담에서 설명대로 회마다 인물들이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역시 처음으로 작업하느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히토미와,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로 지시를 술술 내려버리는 오우지를 전개 속도,인물들의 성장으로도 대변하는 것이다.
-사백의 기억의 상실조차 수용하는 성장이라는 성숙한 교훈을 담지만 5시 방영에 부적절한 결말은 히토미가 그간 조정자,샐러리맨으로서의 감독으로서 자신이 잘 못하는 것에 억눌렸다가 예술가로서의 자아,애니메이션을 접한 초심을 깨달아 타협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정작 그렇게 큰 틀에서 곤조를 부리고 나서야 성장해서 각 부 감독들에게 맞춤 지시를 내리고,스태프들을 당당히 이끌고 시사에 들어간다.반면 제멋대로였던 오우지는 오히려 5시에 맞는 해피엔딩을 냈지만 정작 대사는 "죽어야 영웅이 되는 건 구시대적이다"라고 썼다.요스가의 성공이 그림자가 되어 '주인공을 죽이는' 강렬하고 참신한 엔딩에만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내용은 안 정해놓고 주인공을 죽이면 안 되냐는 결론만 계속 질문하고 곱씹다가,오히려 타협을 하고 허용되는 결말을 선보임으로서 스스로가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역설적인 상황을 클리셰 깨는 클리셰인 작품의 결말을 통해 전달한다.
-사백은 파편적이더라도 나름 전개가 파악은 되는 반면,리델은 독특한 신들만 나오고 마지막화만 길게 잡아서 사실 내용을 파악하긴 어렵다.초반부의 대담 장면은 이런 극중극의 이후 배치에 아주 효과적이다. 히토미가 초보답게 줄거리 설명을 잘 못한지라 오히려 "대체 뭔 내용이라는 거야?"라는 호기심이 생겨서 그 내용이 설명되는 극중극에 집중하게 되고, 오히려 프로,작품에 자부심이 넘쳐서 줄거리를 잘 설명한 리델은 내용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마지막화를 그냥 인물들의 플롯과 연결지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간 리얼충(자막은 인싸로 나온다)에 가까운 삶을 살던 인물인 히토미는 사실 면접 때 질문을 들을 만큼 공기업에 공무원이라는 객관적으로는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물론 스스로 밝힐 만큼 어린 시절이 굉장히 불우하고,자기 딴에는 풍성하지 못했다),오히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당당하지 못하다.대담에서 말한 내용대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로 자위를 했다는,상당히 비참했던 오타쿠 시절을 보낸 오우지는 반면 이걸 밝히는 것조차 당당하고,행사에서 군중들을 빠져들게 할 만큼 말도 잘 하고, 함께 작업하는 이들을 척척 지휘한다.직업의 세계가 현실이 아닌 곳으로 바뀌면 이런 역설이 이루어진다.
-오우지의 "전국민 오타쿠화란 단어가 진짜 있긴 해요?"라는 발언은 뉴스나 인터뷰 등에서 특정 상황을 정의하려고 마음대로 만든 단어들에 의문을 가져 본 사람들에게는 자못 통쾌하다.그 질문 하는 순간에 자기가 만들어놓고!
-오우지의 아웃사이더스러움은 단체로 리델을 보며 검토하는 와중에 혼자 폰으로 경쟁작인 사백을 감상하는 모습으로 단적으로 드러난다.어떤 의미로는 진짜 애니메이션을 사랑해서 가능한 행동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대사를 인용해서 말하거나 히토미의 음료를 뺏어가고,스타일링을 데스노트의 L처럼 하고 다니는 등 근본적인 오타쿠 기질이 자연스레 배어난다.
-인포그래픽 연출이 정점이다.파란색과 분홍색으로 단적인 대비를 이루며 ,마치 뉴스의 일러스트처럼 두 작품의 마스코트가 레이스를 펴서 앞서고 뒤쳐지는걸 직접적으로 전달한다.그리고 반응을 표현하는 말풍선이 하늘을 채우는 모습은 화제성이라는 개념을 단적으로 전달한다.특히 언론 보도나 시청률에 민감할 제작사 간부들은 배경으로 언론의 헤드라인이 찍히고 환호를 하며 성적 지상주의자들이란 걸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작화 스튜디오가 제작사와 별도여서 작화 스튜디오에서는 동시에 방영하는경쟁작을 보고 있는 미장셴도 독특하다.
-굿즈샵과 가챠는 역시 오타쿠들의 민심을 살피는 데 최적이다.
-일본 직장인 특유의 고개 숙이기가 가진 힘도 굉장하다고 느껴진다.숙이면 차마 거절을 하지 못한다.
-변덕스러운 감독과 꼰대 제작위원들 사이에서 조정하느라 힘든 아리시나는 사무직원의 면모가 강해 보이지만, 결국 오우지가 안 오면 자기가 대신 예고를 만들겠다고 총대를 매는 장면이나,오타쿠답게 내일의 죠를 무심코 따라하고,감독의 이상 구현을 위해 자신의 고개마저 숙이고 작화 스튜디오에 오니기리를 만들어 돌리는 모습 등에서 결국 예술을 아는 사람이기에 서포트하려고 관료로서 자신을 숙이는 것임을 보여준다.
-작화의 신 카즈나가 히토미에게 "당신이 이 아이들 엄마군요"라고 하는 부분은 굉장히 동인녀스러워서 빵 터진다. 하지만 뛰어난 작화도 작화지만,작업 전 히토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죠?"라는 디테일한 질문으로 그저 덕후가 아니라, 프로다움도 보여준다.입 벌리고 소리치는 걸 그리려면 무슨 말로 소리치는지는 생각해야 할 것이니 이런 디테일을 챙긴다.물론 덕후로서 캐릭터에게 과몰입한 것도 있겠지만.
-초반부에 시사에서 각 부 스태프들 위로 뜨는 직책 자막을 모두 번역해주지 않아서 파악이 안 되는 부분이 아쉬웠지만,중반에 트위터 반응이 창밖에 뜨는 장면을 보고 큰 자막만 번역할 수밖에 없었겟다는 생각이 들 만큼 활자의 압박이 심했다.
-밉상처럼 느껴지지만 후반부에 병원에 데려다주고,히토미가 회사에서 잘 배우고 원만히 나갔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드러내며 결말의 변화를 지지하는 등 좀 따뜻하고,애니메이션의 대계를 생각하는 것으로 보일 만한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유키시로지만, 방금까지 싸운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라고 하는 부분이나 결국 원하는 맛의 에끌레어를 안 사주는 부분에서 결국 밉상이긴 하다고 기억되며 작위적인 미화가 아니라 끝까지 적당히 얄밉게 만든다.
-그리고 회사라는 특성상,지금 일하는 동료가 면접때 있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반전 요소로 잘 넣었다.
-처음에는 나이 어리고 대타라는 헛소문으로 뒤에서는 살짝 무시하는 모습도 보이던 각 부의 감독들이, 히토미가 작품을 위해 가장 힘들고 리스크가 큰 제안을 하자 오히려 앞장서서 순순히 따른다.이것은 그들이 노련한 프로이기 때문이다.히토미는 영화 내내 상업적인 홍보에만 매달리는 것에 불만이 많고 작품을 좋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가졌지만,막상 업무로서의 감독으로서는 초짜였고 무시도 당했다.하지만 유키시로의 진심과 유키시로의 지나쳐 보인 홍보가 옆집 소년에게 닿는 경험 등을 통해 상업예술로서의 애니메이션을 깨달은 후에야,진짜 예술적 취지에서의 지시를 척척 내리고 모두가 위기지만 행복하게 작업한다.또한 그냥 얼굴팔이용이라고 생각했던 성우의 진심을 깨닫고 연기에 자율권을 보장한다.하나만 추구할 때는 둘 다 못했지만,인정한 후에는 원래 추구하던 방향마저 성취해낸 것이다.
-감독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감독 이름이 마지막으로 뜨는 엔딩 크레딧의 배치 또한 분야는 달라도 자신도 이렇다는 감독의 어필로 느껴진다.
-예술이란 당장의 성적 말고 두고두고 추억되는 부분도 장수에 중요하다.때문에 쿠키의 dvd판매량으로 증명한 유키시로는 어떤 의미로는 참된 세일즈맨다운 선택을 한 것이다.마찬가지로 상업만 추구하다가 예술적인 도전도 함으로서 더욱 큰 상업을 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