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를 읽고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작 소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 수록되어 있는 소설이다. 금융회사에서 일을 하는 40대 독신 남성 가타기리는 집에 도착하자 커다란 개구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자신을 ‘개구리 군’이라고 소개한 개구리는 도쿄에 지진을 일으키려 하는 지렁이 군과 싸울 건데,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카타기리는 자신은 아무런 능력도 없는데 어떻게 도울 수 있냐고 하니 개구리는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저 응원만 해달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개구리 군이 지렁이 군과 싸우기로 한 날, 키타기리는 괴한에게 총을 맞고 의식을 잃어버린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개구리 군을 만나고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에게 너가 응원해줘서 무서웠지만 싸울 수 있었고 덕분에 지진을 막아 도쿄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퇴원을 하면 개구리 군이 좋아하던 안나 카레니나와 백야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키타기리는 죽어가는 개구리 군을 보고 악몽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다시 꿈이 없는 조용한 잠에 빠진다.
가타기리는 자신이 개구리 군을 도와주지 못한다고 하였다.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인물인 가타기리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스스로 이런 면을 모두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불완전하고, 불행하고, 성공하지 못한 모습을 말이다. 모두 개구리 군과 같은 영웅과 같은 인물을 원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개구리 군은 가타기리의 내면의 모습일 수도 있다. 도쿄를 구한 개구리는 결국 죽음을 맞는다. 그렇게 가타기리 안에 있는 내면, 순수하고 영웅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일반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가타기리는 좋아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개구리 군을 누구보다도. 도쿄를 파멸에서 구원한 개구리 군을.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고베 대지진 이후의 타자의 모습을 그린 소설집이다. 이 소설은 지진 현장에서 고통받고 피해를 입은 인물들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지진이라는 먼 일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이런 말을 우리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그렇다. 우리들은 자신의 불행을 느낄 때 비로소 타인의 불행을 보다 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감정이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집중되는 것이다. (백야)
기타기리가 안나 카레니나와 백야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 건 불행에서 나오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