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O) 파묘 보고 나서 주저리주저리 후기 아닌 후기?
서사 자체가 '첩장'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별안간 들었어요!
마치 매국노 할아버지 관 밑에 일본군 귀신 관이 첩장되어 있었던 것처럼
1-4장까지의 이야기 밑에 5-6장의 이야기가 첩장되어 있는 느낌?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당연히 매국노 할아버지 관을 파면서 생기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고
묘를 파는 사람들과 묘에 묻힌 것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첩장된 '첩장'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묘를 묻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드러나는 게 신선했달까요
아 ㅅㅂ 할아버지 묘 겁나 험하네 그래도 이것만 끝내면 일 끝이지? -> 아니 이 밑에 관이 더 있다고?
라고 관객들과 등장인물들이 같은 시선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사바하는 서사가 복잡하고 깊이 있는 것에 비해 메시지는 다소 깊이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파묘는 직관적인 두 편의 서사를 첩장해놓고 ‘쇠말뚝에 대한 메시지’를 쇠말뚝처럼 땅 속 깊숙이 박아놓은 느낌이었어요!
어찌됐든 끝까지 가는 그 뚝심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모두들 입 모아 이야기하는 이 급격한 드리프트 때문에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 같긴 한데...ㅋㅋㅋㅋ
오히려 그래서 사바하보다도 대중성은 더 챙긴 듯한…!
검은 사제들부터 장재현 감독 영화들 극장에서 꼭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래봤자 두 작품이지만 ㅋㅋㅋㅋ)
위에 쓴 이유 때문에 저는 파묘가 사바하보다 아주 미세하게 더 좋았어요
확실한 건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다운 영화 본 것 같아요!
솔직히 중반부까지만 봐도 돈값 뽕 뽑고 남습니다 푸하하
저의 한줄평은
“파내는 사람도, 묻힌 것도 아닌 묻은 이유에 대한 고집스러울 정도로 집요한 삽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