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공생충이 기생충이 되지 않으려면 - 김초엽 <공생가설>
사진: Unsplash의Phil Hearing
어떤 이미지에 마음 끌리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에 나왔던 귀걸이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파니핑크(1994)>에서 파니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요란스럽게 부딪혔던 뼈 모형 귀걸이와
<해피투게더(1997)>에서 우수가 서린 장국영의 눈빛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준 고리형 귀걸이였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공생가설>에서 뇌 연구원들은 아기들의 심오한 뇌 패턴을 분석하면서
지금은 소멸한 행성에 거주하던 지성적 생명체인 ‘그들’이 아기의 머릿속에 공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아기에게 이타성 등 인성을 가르치지만 아기가 7살이 되는 해(年)에 사라집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들’이 떠나지 않는 사람은 오직 ‘류드밀라’라는 예술가 뿐입니다.
<공생가설>을 읽고 저는 두 가지를 상상했습니다.
‘그들’이 7살 이후로 떠나지 않는다면?
‘그들’이 공생하고 있는 아기의 머릿속에 개별성을 부여한다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잘했던 일, 왠지 모르게 애착 가는 물건들과 이미지.
이런 것들이 사실은 ‘그들’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는 증거가 아닐까요?
자기 자신의 기호, 취미, 흥미에 무감각할 사람은 드물 테니 ‘그들’이 보내는 신호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신호들의 공통점을 파악하고 신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파악하는 일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왜?” , “어떤 부분에서?”라고 질문한다고 답이 바로 나오지 않기도 하고
경험을 많이 한 후에야 답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개성을 회복하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왠지 모르게 억울하고 마음속이 꽉 막힌 답답한 감정에 속수무책이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영화에 나온 귀걸이에 대한 애착처럼 작은 것부터 ‘그들’이 보낸 신호의 위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억누른다면 언젠가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을까요?
우리의 한정된 에너지를 좀먹는 기생충으로 돌변하지 않도록 나와 공생하는 ‘그들’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