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25화 리뷰
-김훈과 최질은 어차피 난을 일으키기로 작정한 이들로 묘사된다.분명 영업전과 녹봉은 그 자체로 중대사항임에도 사소한 껀덕지처럼 묘사한 부분에 아쉬움이 크다.영업전 자체가 중요 쟁점이 되었다면 고려가 전란 회복으로 재정이 부족함이 잘 드러났을 것이다.장연우,황보유의의 조금 우습지만 할 일을 다하려는 면모와 김훈,최질이 보여 준 직업인으로서의 무관의 면모를 다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군비를 증강해서 다른 비용들이 모자라진 것이라 무조건 문관이 빼앗는다는 구도도 아닌데,정작 그 부분을 부각하지 않는다.
- 또한 현종이 무조건 뺏지 않고 다른 보상을 마련할 것으로 엮어서 전사자들을 잘 포상한 것을 잠시 시점을 미루어 보여 주려는 듯한데,현종은 무결한 성군인데 무신들이 마음을 몰라 주어 그렇다는 평면적인 구도가 되었다.
-강감찬은 도용수에게 군무일지를 꼬박꼬박 쓰라고 했던 데서 나오듯 군사 자료들을 모아서 분석하는 데 열심이다.귀주 대첩 때 구사할 전략을 미리 언급으로 보여주고,나레이션으로 생략된 정신용이 뛰어난 전략으로 많은 타격을 주었다고 대신 언급한다.
-갈수록 라스푸틴이 되어가는 박진은 재물도,세력도,수완도 너무 막연하게 뛰어나다.이 정도로 고려의 중추를 장악할 수 있으면서 왜 아들들의 군대를 빼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물론 남들이 다 징병되던 때라 보내긴 해 놓고 복수심 때문에 가산을 다 털고 있는 상황이기야 하겠지만,박진은 정말 끊임없이 무신들을 먹이고 건물을 지어가며 연줄을 대고 자유롭게 가스라이팅을 하며 무리수가 심해진다.김은부가 가장 징집 성과가 좋았다는데 정작 이런 강력한 세력가의 아들을 둘이나 뜯어 간 충주 절도사가 훨씬 실적이 좋은 셈 아닌가?김훈과 최질이 엄연히 반란의 주체여야 하는데 박진이 사실상 책사 노릇을 하고 두 상장군을 오라가라 하고 있다.
-박진과 아예 대면한 채 대립한 전력이 있는 최사위와 김종현이 박진을 수상하게 여기는 시점이 너무 늦는다.또한 비록 얼굴을 가렸다 하나,임신한 몸으로 위협당했던 원정황후가 유산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나 다름없는 박진의 말을 원성황후를 쫓아 준다고 하니 말을 듣는 상황도 부적절하게 느껴질 정도이다.누구보다 용손임에 자부심이 넘쳤고 황실의 권위를 중시하던 원정황후가 반역에 동조하는 기괴한 상황을 만든다. 무신들을 황후의 편으로 만들어 지나치게 도식을 단순화시키고,황후가 명을 내려 황명으로 출정한 군사를 멈춘다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해내려 한다.
-편전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진 대신들이 중구난방으로 앉은 연출은 인간미가 있고 조정 역시 직장이라는 느낌이 있어 좋았다.그리고 장연우와 황보유의의 희생 역시 개그 캐릭터의 각오에서 오는 감동은 있으나,이 둘을 그저 문관의 총대를 맨 불쌍한 방패막이로만 묘사한다.
-장연우와 황보유의를 죽이지는 않고 분노해서 패는 모습에서 무신들이 왕조 자체를 뒤엎을 생각은 없고,단지 분노가 터진 것뿐이라는 부분을 보여준다.
- 김훈은 지채문을 죽이지 않거나 같은 무관끼리 피를 흘리지 않으려 하는 등,역적이 아니라 정말 무신의 처우 개선만을 원하는 데서 명분을 잃지 않으려 한다.김훈은 꾸준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현종 자체는 건들지 말라 하고 시간을 준 건 지키는 모습을 보이며 분을 못 이기고 문관을 지키는 병사도 모두 죽이려는 진영논리에 함몰된 최질과 대비된다.
-실제 기록처럼 반란군은 북과 징을 치는데 이는 이들의 난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한 선전적인 목적이 강했음을 보여준다.훗날의 무신 정변은 의종의 친위 세력들 사이에서 평소 버릇대로 문무신의 차별을 한 결과이기에 반란을 일으킨 무신들이 나라를 이끌 비전 따위 없었다.김훈과 최질은 관직과 국사 등 나름 무신 위주라도 운영 비전은 있었다는 데서 후배들보다는 낫다.
-야율융서 스스로가 거란을 정의하는 대사들은 유목 민족이 왜 강성하게 중국을 정복하는지와,왜 막상 정복한 후에는 힘을 잃는지를 잘 담는다.거란의 힘은 유목 생활과 정벌,그 과정에서 선진 문물을 흡수하는 것이지만 정작 정주 생활이 시작되면 약화된다.
-완력에 기반한 원초적이고 강력한 지채문의 다찌마와리 액션은 나름 멋지다.
-원성은 현종을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묘사해 놓고 갑작스럽게 합방을 요구하며 또 이상하게 묘사한다.
-현종이 거란의 침입에 방비할 시간의 문제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반란군에게 분노하고 자신의 충신인 장연우,황보유의를 잃지 못하는 심정은 잘 전달된다.반면 강감찬이 동북면의 부하들을 설득할 때 난데없이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폐하가 필요하다.꼭 계셔야 한다"는데 이건 현종이 비범하게 거란에 맞설 인물이어서인지 아니면 명분상 군주이기 때문에 안정을 위해서인지 좀 더 설명하는 대사가 붙었어야 한다.아니면 현종이 거란 황제에 맞설 도발적이고 기발한 면모가 있게 묘사해서 이런 돌출적인 군주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그렸거나.이번 화의 강감찬의 대사는 베스트커플상을 받은 애틋한 구도의 연장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