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스포일러)
-오프닝부터 제임스 완 스스로 1과 2의 아쿠아맨을 다르게 접근한다는 느낌이다.1편의 아쿠아맨은 거친 외모와 달리 의외로 지적이고 섬세하며 배려심 있는 사람이기에 적법한 왕이라는 이미지였다.그런데 역으로 2편은 오프닝부터 등장 때 어정쩡하게 엉덩이를 보여주며 등장하거나,아들의 오줌을 맞고,국정을 지루해하며 조는 모습으로 오히려 소위 근육뇌에 가까워졌다. 그나마 후반에 음파 아이디어를 내거나,옴과 소통으로 블랙 트라이던트를 이겨내는 장면에서야 1편의 아쿠아맨의 이미지를 얼추 회복한다.
개그 역시 1과 2의 지향이 다르다.1편의 개그 포인트는 지나치게 전근대적이고 야만스러운 아틀란티스인들이 유치하지만 자기들 딴에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토마스나 아서가 인간스러운 침착한 반응을 하는 식으로 상식과의 괴리로 웃겼다.아서와 옴이 싸워서 물살이 퍼지자 잠시 멀뚱대다 흥분하는 군중이나,금붕어를 먹는 아틀라나,장미를 먹는 메라,피노키오 동화책 보고 배운 걸로 목숨을 거냐고 따지는 개그 등 말이다.2편은 아틀란티스를 이미 알다 보니 그냥 당연한 기본 조건이 된지라,아쿠아맨 스스로가 망가지거나 대사를 쳐서 웃기는 빈도가 늘었다.작은 옷 개그라던가,오줌을 맞는다던가 취향을 크게 탈 만한 개그들이다.
-오프닝에서 나오는 개그나 신 박사의 안쓰러운 모습으로 웃기는 모습은 솔직히 타율이 좋진 않았다.하지만 역시 감독의 페르소나인 패트릭 윌슨 덕인지,옴을 구출하고 정글을 휘저을 때부터 티키타카의 타율이 높다. 특히 1에서는 배려심 깊게 메라를 위해 장미를 먹어주던 아서가 놀리려고 바퀴벌레를 먹이는 장면이 혐오스러워야 하는데도 제법 웃기다.
-옴은 1의 카리스마는 땅에 떨어졌고 로키에 가까워졌다.다만 오히려 처음부터 왕자로 자란지라 정석적이고 귀족적인 마인드이고,털털하고 서민적이며 돌발적인 아서를 보고 당황하는 상식인 역할을 맡는다.다만 아서 못지않게 강했는데 만타의 기지에서 로봇들과 싸울 때는 너무 약하고 총기에만 의존하는 등의 모습이 모양 빠진다.육지와 바다의 혼혈인 아서만은 못함을 보여 주는 장치였을 듯하지만 그걸 좀 더 부각시키는 장면 하나쯤(굳이 따지면 달리는 법을 모르는 장면인 듯하지만) 있었으면 좋았을 듯하다.
-개그인지 아닌지 의문이던 대사 중 하나는 남극에서 신 박사와 대원의 대화였다.
"진원이 어디죠?"
"우리 발 밑이요"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물론 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지만 발 밑에 진원을 두고도 그냥 가만히,도망치지도 않고 떨어지는 아이러니함이 웃기면서도 기가 찬다.
-지구 공동설,크툴루 신화,고생물,특촬스러운 슈트 등 현존하는 모든 펄프 픽션,서브컬쳐의 요소를 때려넣은 종합 세트이자 비주얼의 혁명이었던 1편에 비해,2편은 결국 1편의 아틀란티스 자체가 익숙해졌고,또 하나의 표준안이 된 데다 등장하는 왕국의 수도 적다 보니 전편만큼 놀랍지는 않다.무엇보다 아쿠아맨인데 정작 모험을 육지에서 더 많이 한다.
-누가 봐도 자바 더 헛이 연상되는 뒷세계의 거물 캐릭터나,원시적인 정글 묘사의 클리셰인 거대 곤충과 식충식물,그루트+앤트+스타워즈의 사막 부족들이 연상되는 옴을 감시하던 부족이나,듄의 모레벌레가 연상되는 크리쳐,대놓고 대사로 나온 토르와 로키가 연상되는 아서와 옴의 티키타카,블리자드 시네마틱을 연상시키는 고대의 전쟁 장면,이안 감독의 <헐크>나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의 고블린을 연상시키는 거울 이중인격 연출 등이 있지만,모든 장면이 레퍼런스로 가득하면서도 독창적이던 1편에 비하면 익숙함에서 나오는 아쉬움이 크고,정작 레퍼런스를 발견하는 맛도 적다.
-의외의 재미 포인트는 잃어버린 왕국의 기술로 만든 함선이 음파 캐논을 쏠 만큼 첨단인데도,손으로 핸들을 돌려서 조종하는 언밸런스함이다.
-위장 슈트를 이용해 투명해진 채로 잡졸들을 상대로 잠입 액션을 벌이는 아쿠아맨의 모습은 주로 배트맨 영화에 많이 나오는 모습이다.어쩌면 배트맨이 나오려다 사라진 각본의 흔적일 듯하다.
-의외로 소문과 달리 메라는 너무 많이 나와서 당황할 정도이다.비중이 거의 더블 주인공 체제였던 1에 비하면 그냥 주인공의 아내가 됐지만,그건 파트너 역할을 옴이 가져갔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아틀라나 역시 거물 배우로서 영화를 지탱하던 1편과 달리 그냥 주인공 어머니 정도로 나온다. 대신 1편에서 호감을 얻은 네레우스와 브라인 왕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부상당한 아버지를 잡고 머리 흔드는 아서나,네레우스를 구하려고 도끼를 들고 온 옴을 잡을 때 흔들리는 화면 편집은 묘하게 튄다.
-아서 쥬니어의 물고기와 소통할 때 음파가 나오는 연출이나,후반에 물을 끌고 육지에서 달리는 메라 등 분명 어색하진 않은데 따로 노는 cg가 존재한다.
-<와칸다 포에버>의 탈로칸처럼,수중 왕국을 다루면 결국 육지의 국제기구에 정식 국가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다뤄지는 것은 불가피한 듯하다.옴을 상대로 농을 치며 편견을 버려 보라는 말을 계속 했듯,결국 아서가 육지에 외교를 하며 끝난다.하지만 본편이 육지와 바다의 갈등의 틀은 썼지만 결국 블랙 만타,그리고 잃어버린 왕국과의 대립이기에 육지와 바다라는 대립 구도도 약하기에 육지와의 외교 엔딩이 다소 당황스럽다.
-블랙 만타는 얼핏 보면 블랙 트라이던트에 씌인 듯하지만,거울 장면에서 오히려 더 급진적이라는 지적을 듣는다. 마냥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가 더 잔인함을 보여주었고,결국 죽음마저 스스로 택하며 나름 주체적이다.특히 지구의 위기 따위 아쿠아맨을 잡기 위해 신경쓰지도 않는 데서,배보다 배꼽이 큰,그만큼 도덕관이 뒤틀렸고 일개 인간으로서 아쿠아맨에 맞설 깡이 있는 인물임이 보였다.다만 거의 개인 용병에 가깝던 그가 무슨 수로 수하들이 생긴 건지는 의문이다.그리고 하필 그들이 유니폼까지 갖추어 입으니 더 우습다.
-아틀란티스를 향한 순수한 호기심이 가득하던 신 박사는 악당 밑에서 이리저리 치이다가 선은 못 넘는 과학자 클리셰에 충실하다.그래도 랜들 박의 연기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지만 아기는 지키는 모습이 인간의 선은 지키며 인간미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토르>시리즈처럼,보통 고대의 전쟁이 오프닝으로 나오고 그 요소가 본편의 진행에서 발견되는 반면,아쿠아맨은 1편도 아틀란티스의 세계관 설명은 중반에 묘사되고,2편도 블랙 트라이던트라는 키 아이템의 유래를 중후반에 설명하며 나름 변주를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