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8~10월, 세 달간 본 영화 결산
1. 잔 다르크의 재판, 1962 / 로베르 브레송

극도로 미니멀한 미장센과 쇼트들
영화 내내 재판장과 잔 다르크가 갇힌 감옥 내부, 사실상 이 두 곳만을 관조하듯 비추는데 특유의 편집과 촬영으로 브레송만의 ‘리듬’을 느낄 수 있었어요
2. 살인의 낙인, 1967 / 스즈키 세이준


급나누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소위 말하는 ‘B급’ 영화에도 급이 있다고 처음으로 느꼈어요
3. 필사의 추적, 1981 / 브라이언 드팔마


원제는 ‘Blow Out’
드팔마 감독이 안토니오니 감독의 1966년도 작품 ‘Blow-Up'(국내 개봉명 ‘욕망’)에서 모티프를 따와 만든 영화예요
사실 저도 이 사실 하나 때문에 보게 된 영화인데요
<욕망>을 오마주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공포분자>도 그렇고, <필사의 추적>도 그렇고 뭔가 다 아쉽더라구요
4. 미션 임파서블, 1996 / 브라이언 드팔마

5. 캐리, 1976 / 브라이언 드팔마
6. 비디오드롬, 1983 / 데이빗 크로넨버그
7. 일곱 번의 기회, 1925 / 버스터 키튼

8. 아내는 고백한다, 1961 / 마스무라 야스조


저가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국내 개봉을 기다리다 지쳐서 박찬욱 감독 인터뷰 다 뒤져가면서 영향 받았다고 고백한 데이비드 린의 <밀회>와 김수용 감독의 <안개>,
칸 프리미어 이후 관객들을 통해 이야기가 나온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등을 보면서 기다릴 정도로
기다리기도 많이 기다렸고, 또 기다린 것 그 이상으로 만족한 영화이기도 해요
근데 이 영화를 놓쳤더라구요
특히 <헤어질 결심>의 2부 중 1부의 메인 플롯과 2부의 극후반부 플롯이 매우 유사했어요
위의 적은 <헤어질 결심>이 영향 받은 영화들도 정말 유명하고 세기의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이지만, 이 영화도 그의 필적한다고 생각해요
9. 감각의 제국, 1976 / 오시마 나기사
살면서 처음으로 영화 보다가 딴짓했어요
정확히 중반부부터 핸드폰 만지면서 본 거 같아요
원래 항상 영화 본 뒤에 스틸컷 구경하면서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 주르륵 저장해두는데요
이건 저장해둔 게 없네요
그래서 사진도 없습니다 ㅋㅋㅋ
평점도 살면서 처음으로 0.5점 줬어요
0점 주고 싶었는데 왓챠피디아는 0점을 못주더라구요
10. 애정만세, 1994 / 차이밍량

차이밍량의 <밀레니엄 맘보>이자 <버닝>
차이밍량은 ‘청춘’을 이렇게 그리고 싶었나 봐요
비교군으로 든 두 작품보다 더 정적이지만, 그래서 더 깊이가 느껴졌어요
11. 열망, 2008 / 크리스티안 페촐트

12. 소서러, 1977 / 윌리엄 프레드킨

봉준호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아주 어렸을 때 화장실을 못 가고 오줌을 참으며 봤다고 밝힌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공포의 보수>를 리메이크한 작품
사실 저랑 저희 아빠 영화 성향이 정반대 거든요?
아빠는 주인공이 총을 들고 있거나 폭탄을 터뜨리거나 등등
아무튼 뭐라도 폭발해야 영화라고 생각하시는 분이셔요
그렇다보니..
영화를 본 뒤에 아빠한테 추천해드릴 생각을 해본 적이 잘 없는데
이 영화를 보고 자신있게 추천드렸어요(재밌단 뜻)
저도 정말 재밌게 봤고요
특히 보는 내내 음악이 정말 흥미로웠는데요
제가 본 영화들 중에서 프레임과 음악이 가장 잘 조응한 영화 중 하나인 거 같아요
그래서 영화 끝나자마자 바로 찾아봤는데 텐저린 드림이 작업했더라구요?
즉-시 보관함 추가
그리고 이 영화 보기 얼마 전에 이 걸작을 연출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돌아가셨어요
편히 쉬시기를.
13. 앙투안과 콜레트, 1962 / 프랑수아 트뤼포

<400번째 구타> 이후 성장한 앙투안의 성장기
14. 호수의 란슬롯, 1974 / 로베르 브레송

위에서 말씀드렸던 브레송 감독 특유의 촬영과 편집을 통해 창조해낸 ‘리듬’이 가장 도드라진 작품
여태 본 브레송 감독 작품들 중에 가장 좋았어요
15. 삼포가는 길, 1975 / 이만희

16. 막다른 골목, 1966 / 로만 폴란스키

17. 천국과 지옥, 1963 / 구로사와 아키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서 봤어요
저는 몇몇 시퀀스에서는 <살인의 추억>도 떠오르더라구요
18. 수집가, 1967 / 에릭 로메르


19. 도둑맞은 키스, 1968 / 프랑수아 트뤼포



‘Mise en scène FRANÇOIS TRUFFAUT’
20. 바바라, 2012 / 크리스티안 페촐트

21. 피닉스, 2014 / 크리스티안 페촐트

22. 운디네, 2020 / 크리스티안 페촐트


베를린 토박이 페촐트 감독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베를린 이야기
그런데 이제 신화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23. 트랜짓, 2018 / 크리스티안 페촐트

24. 어파이어, 2023 / 크리스티안 페촐트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놀라운, 그리고 가장 오래 기억될 오프닝 시퀀스
그리고 후반부 예고 없이 들려오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제 앞에서 관객들과 농담 따먹기 하는 이 아조씨까지
좋았어요
25. 밀양, 2007 / 이창동

위에 농담 좋아하는 아조씨가 <어파이어>의 특정 시퀀스를 이야기 할 때 언급해서 큰 마음 먹고 본 영화
저만 그런가요?
이창동 감독 작품은 보고 나면 감정적으로 너무 지치더라구요(영화 잘 만든단 뜻)
몇 안되는 이창동 감독의 필모지만 평생 아껴 보고 싶어요
26. 이탈리아 여행, 1954 / 로베르토 로셀리니

위에 농담 좋아하는 아조씨가 <어파이어>의 특정 시퀀스를 이야기 할 때 언급해서 본 영화 2
27. 다운 바이 로, 1986 / 짐 자무쉬

트래킹을 기가막히게 사용했어요
젊은 톰 웨이츠를 볼 수 있는 건 덤
28. 잊혀진 사람들, 1950 / 루이스 부뉴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영화에서도 초현실주의적 미학을 참지 못하는 부뉴엘
이 분야 장인답게 모든 것이 맥락 안에 있어요
29.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1969 / 에릭 로메르

30.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 1972 /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파스빈더에게 적당한 크기의 방 한 칸만 마련해 준다면 모든 걸 아름답게 찍을 수 있습니다
31. 8 1/2, 1963 / 페데리코 펠리니

다른 의미의 영화적 체험을 했어요
얼마 전에 CGV에서 열린 펠리니 기획전
펠리니 감독의 여러 작품들 중에 <8과 2분의 1>만 딱 한 회차에 한해서 CGV 용산 4관에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을 해줬어요
올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좌석이 가득 찬 경우는 <플레이타임>, 며칠 전에 본 <솔라리스> 그리고 <8과 2분의 1>이었는데요
앞의 두 영화는 비교적 크기가 작은 서울아트시네마였지만, 이 영화는 무려 400석이 넘는 대형 상영관을 가득 채웠어요
나이대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아서 더 감동적이었어요
60년대 영화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공유했다는 게 저에게는 ‘영화적 체험’이었습니다
이 영화처럼 꿈 같았어요
32.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제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유
33. 부부의 거처, 1970 / 프랑수아 트뤼포


34. 사촌들, 1959 / 클로드 샤브롤

35. 파 프롬 헤븐, 2002 / 토드 헤인즈

보면서 몇몇 시퀀스들이 저번에 봤던 파스빈더 감독의 <불안을 영혼을 잠식한다>가 떠올랐는데요
영화 보고 찾아보니까 두 영화 모두 더글라스 서크 감독의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두 작품을 비교하면 캐릭터들의 상황이 다른 몇 개의 지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파스빈더보다는 토드 헤인즈의 이 작품이 좀 더 좋더라구요
36. 탄생, 2004 / 조나단 글레이저


가끔은 말보다 눈빛으로 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37. 역마차, 1939 / 존 포드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지만 그 안에 액션, 서부극, 복수극, 멜로, 코미디 등등 다 스까넣은 영화
근데 그것들이 정교하게 맞물리네요
38. 플라워 킬링 문, 2023 / 마틴 스코세이지

어쩌면 영상매체를 통해 전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메시지
39.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3 /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입문을 이 영화로 했는데요
저는 정말 재밌게 봤어요
그리고 영화 본 뒤에 가장 오랜 시간 사유한 영화이기도 하고요
대중적인 영화는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혹평이 많아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스포 없는 게시글이기 때문에 특정해서 적을 수는 없지만
나선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시퀀스와 후반부 히미의 대사는 너무나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특정 시퀀스에서는 위에 제가 첨부한 <8과 2분의 1> 스틸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40. 안드레이 루블료프, 1966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종교, 특히 예수 이야기는 1도 모르는데요
살면서 이 사실이 이렇게 아쉬운 적은 처음이었어요
그럼에도 저같이 문외한 사람들이 봐도 넘치게 훌륭하네요
(신이 있다면) 신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4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1989 / 배용균

변주되는 사생(四生)과 이미지로 무한히 반복하는 삶과 죽음
“멈추지 않는 영원한 흐름 속에 태어남도 사멸함도 없다지만 죽음은 남은 자들에게 풀지 못한 과제입니다.”
이번에도 무식하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영화 결산
6~7월, 두 달간 본 영화 결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