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화 '잠' 보고 왔습니다, 후기 스포일러 매우 있습니다!!!
봤군, 단군 초대석, 슈카월드 초대석까지 보고 나서야 드디어 잠 관람하고 왔습니다.
내내 귀를 막고 있는 성인 남자의 모습을 자아냈으니… 영화는 공포,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만들어졌음을 보장하며,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어서 보고 오시길 추천합니다. 다만 단동진 리뷰와는 다르게 영화 속 꽤 많은 점프스퀘어가 존재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ㅋ
조곤조곤 사랑스럽게 말씀하시는 감독님의 모습과 공포스러운 영화의 분위기가 배치되어 있는 게 되새겨보면 또 무섭군요.
아래의 리뷰에는 매우 큰 스포일러가 존재함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초대석과, 단군님 리뷰를 통해 뭔가 반전이 존재한다는 정보를 알고 본 저는
[몽유병의 주체가 이선균 배우가 아닌 정유미 배우일 것이다] 라는 추측을 하며 영화를 봤습니다.
물론 예측은 힘차게 빗나갔습니다만, 단군님 추천대로 영화는 역시 좋았습니다.
영화는 총 3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 장은 희생의 주체가 누구인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장에서는 남편의 몽유병으로 키우던 강아지 후추가 희생되며
두 번째 장에서는 출산 이후 남편의 몽유병으로 인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감수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세 번째 장에서는 무너져 버린 아내를 위해 이성, 상식을 내려 놓고 아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연기해내는 남편의 희생으로 마무리됩니다.
영화 전반부와 중반부가 공포와 스릴러로 짓눌린다면 후반부는 컬트적인 요소로 진행되어 숨통이 조금 트이며, 약간 다른 종류의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은 우리의 공포가 이해할 수 없는 타자성에서 근원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타자와 나 사이의 차이,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나무 팻말에 새겨진 가훈 “둘이 함께면, 극복하지 못할 것이 없다”를 통해 아이러닉하게 드러납니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 서로 다른 두 세계는 합일 되지 못하고 부딪히게 되며 한쪽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이는 천도제(씻김굿) 사진 속 나체로 제물처럼 누워있는 남편을 통해 선연하게 드러납니다.
영화는 메시지를 매우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기시감이 느껴지거나 클리셰라고 느껴지는 몇 장면과 연결고리가 느슨해 보이는 한 두 장면을 제외하면 만듦새가 좋게 느껴졌습니다.
좋았던 장면을 꼽자면, 정유미 배우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아파트 단지 앞에 잠시 담배를 피러 가는데, 아랫집 이웃 여자가 여기서 담배 피면 안 된다고 말하며 화단에 앉아 전자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다 안다는 듯이 “힘들죠…? 결혼 생활 힘들면 그만두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장면입니다. 나를 모르면서 다 안다는 듯이 행동하는 타인, 곱씹어보면 이 또한 공포스럽지 않은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