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는 밀수 긴 후기
개봉 전에 시사회로 봤는데 이제 스포 있는 후기도 쓸 수 있겠네요
1. 가발을 쓰고 항상 밝은 빛이 따라다니는, 살기 위해 자신을 계속 숨기고 과장된 여유를 부리는 김혜수는 계속 텐션이 높습니다. 과할 정도로 튀어서 처음엔 이게 맞는 걸까 싶었습니다.
반대로 염정아 쪽은 거의 내내 착잡해하는 낮은 톤이고, 한 쪽이 가발을 만들때 다른 쪽은 가발을 쓰고 둘이 만나는 시간대가 어둠과 빛이 섞이는 일출(인지 일몰인지)인 건 재밌었습니다.
아마 과한 텐션은 의도된 디렉팅일 겁니다. 염정아와 차분하게 사건의 내막을 밝히는 씬에서 톤을 착 가라앉히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씬에서 착 가라앉았던 염정아는 흔들리고, 튀었던 김혜수가 가라앉으면서 균형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영화가 내용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철면수심 님이 한 방 먹는 씬에서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전말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어떤 작전을 펼치는지 화면을 분할해가면서까지 보여줍니다.
3. 그래서 이 영화의 포지션이 좀 아쉬웠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쉽게 보는 여름 액션이라기엔 사람이 너무 쉽게, 그리고 많이 칼에 찔리고 물 속에서 목이 졸리고, 서로 통수를 거듭하며 범죄에 발을 들이다 씁쓸한 엔딩을 내는 범죄 영화라기엔 막판 박정민에게 총을 겨누면서 사이다를 선물하려 한 것 같고, 그렇다고 제대로 나쁜 놈 하나 잡아서 통쾌하게 복수하는 맛이라기엔 중반까지 관계가 좀 꼬여 있습니다.
물론 정말 사람 아무렇지 않게 찌르고 씁쓸한 엔딩 냈다가는 이걸 누가 보겠냐며 빠꾸먹었을 것 같긴 하지만…
바다의 넓이와 깊이를 이용해 인물 간의 관계를 설명한 걸 보면 애초부터 이건 일종의 콤비 플레이를 노린 영화였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막판 5인큐 집결 씬이 좀 어색한데… (* 성별 얘기와는 전혀 관계 없습니다.)
4. 대신 70년대 분위기는 음악으로 잘 살린 것 같습니다. 익숙한 옛날 노래들 덕분에 나이가 좀 있으신 관객 분들은 특히 신나게 보실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복고 음악과 장소+이해를 최대한 돕는 전개+마지막 해녀들 어셈블까지, 노리는 관객층이 확실해보이는 느낌이긴 합니다.
5. 우원박은 정말 잘했습니다. 멍한 듯 보였던 초반, 껄렁거리면서 유리를 씹어먹는 중반, 눈 돌아가서 총을 겨누는 후반까지 다소 과하게 친절해보이는 대사들을 정말 깔끔하게 소화했습니다. 혀 내미는 씬이 애드립인 게 맞다면 정말 대단합니다. 같이 합 맞춘 철면수심 님의 톤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