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BGM : 라디 - 날 위한 여행
항상 느끼는게 공항에서부터
"대한민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 인지 다시 보게 됩니다.
유럽 여행 갔을 때 처음 떨어진 곳이
런던 히드로공항 이었는데요
허름했던 공항을 빠져나와
비좁은 런던 지하철을 낑낑대며
숙소를 찾기 위해 Piccadilly Circus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데,
30분 가까이를 기다려도 열차가 오지 않더군요...
문제는 저만 그렇게 기다리는 게 아니라
현지인들마저 어리둥절해 하며 서서 기다리는데
안내 방송 한번 안 나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마도 열차 점검 비슷한 걸 그날(평일 저녁) 했던 것 같은데,
환승 게이트나 열차 플랫폼을 막아 놓을 생각은 안하고
일을 진행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리둥절하며 고단한 몸과 산더미 같은 짐들을 이고,
관광해야 할 Piccadilly Circus에서 버스 정거장 찾기를 포기하고,
극강의 요금을 자랑하지만,
놀라우리 만치 불편한
Black Cab을 타고 숙소를 찾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로마 지하철 역에서는 티켓 발권기로 발권을 마치고
거스름돈 집어 가려는데
웬 털난 시커먼 손이
제 거스름돈을 제 것인 양 집어서 유유히 걸어가더군요..
말도 안 통하는데 괜히 시비 붙었다가
저만 손해겠다.. 싶어서 걍 넘어갔습니다 (절때루 쫀게 아님)
여행 막바지에는 유레일로 밀라노발 빠리행 TGV를 끊기 위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발권 순서를 밀라노역에서 기다렸던 적이 있는데요
20개 가까워 보이는 창구에
딱 10명의 직원들이 1시간마다 칼같이 교대하면서 일하는데
끝없는 대기 줄에 제가 발권하기까지
6-7시간 가까이 참 느긋하게 일하더군요
그리스에서는
동사무소 가서 등본 떼는데 2주 걸린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농담이겠거니 했었지만.. 진담이겠거니 하게 됐습니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공항 리무진이란 걸 처음 탔습니다.
일단 대기 중이던 리무진에 중년의 직원 분들이
친절하게 손님들의 짐을 실어주시더군요
근로 시간 길고, 꼰대들이 즐비한..
가끔은 노동착취가 일상인 듯한 나라지만..
다른 나라를 갔다 오면 항상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만큼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 자신 및 타인에게 솔직한 나라도 드물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여행에서 겪은 불편함이
단순히 일시적이거나 불운한 상황들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유럽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고 돌아와 봐도
공항에서 마주하는 대한민국은
항상 "좋은나라" 라는 인상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