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악질해커 체포된 썰 듣고 쓴 글

밖에서 워커발 소리가 들려왔다. 난잡하게 발 구르는 소리가 꼬여있는걸 보아 꽤 여러명이 들어온것 같다. 내 신상정보들은 이미 알고있을텐데 비만에 합병증을 달고 사는 방구석 해커 하나 잡으려고 근육덩어리들을 주렁주렁 달고 온걸로 봐서 협박하려는 모양이다. 후..쫄지 말자,쫄지말자..나는 '혁명해커'다..쫄지 말고 녀석들은 내가 어떤놈인지 모를거야...좁밥인 티 내면 안된다...내 뒤엔 수많은 인터넷 추종자 동지들이 있어... 미친듯이 떨고 있는 심장을 속여보려 심호흡을 하고 인터넷에서 내 위신을 부풀려  나를 포장하려 해보지만 30 년이 넘게 안전한 방에서 컴퓨터와 감자칩만 붙들고 살아온 심장은 이미 패닉에 내 말따위 들리지 않는다. 문앞에서 멈춘 발소리, 예상했던것보다 상냥하게 문을 열었다. 난 뒤를 돌아본다. 하나 둘 셋 넷 다서...내 10평 남짓한 방에 밖에서 만났으면 눈도 못마주칠거 같이 생긴 커다란 놈들이 여덟명이나 들어왔다. 흑복을 입고 무장한 녀석들, 심장 깊숙한 곳에서부터의 공포심에 경찰인지 군인인지 확인해볼 질문은 커녕 눈알을 굴리는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젠장 내가 밖에 나가기가 싫은게 바로 이 이유다. 그냥 사람도 무서운데 이정도 덩치의 녀석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두 나를 내려보고 있다.괜히 나혼자 위축돼있는거다 쪼다같이.. 그때 녀석들 사이로 평범한 샌님 체형의 왁스로 가르마를 타고 셔츠를 입은 남자가 들어온다. 셔츠남은 자신을 보며 정말 살짝의 묘한 안도감을 얻은 나를 비웃듯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자신의 머리 뒤를 향해 두발을 발사한다. 
'탕! 탕!....'
처음 듣는 총소리에 고막이 터질것 같다. 무섭긴 했지만 병X같은 표정으로나마 간신히 들고 있었던 목을 움츠리고 두 팔을 들어 '샌드백모드' 포즈를 하고있다. 셔츠남은 내 방에 반을 차지하고 있는 침대에 귄총을 툭 던져놨다. 이제서야 무슨 총인지 눈에 들어온다. 뭐지..콜트 m1911? 아니 짝퉁 같은데..경찰이 왜 이런 구식 총을..그것도 짜바리를..
"그게 뭔지 알어?"
셔츠남이 물었다. 그야 총이지, 하지만 내 입에선 대답할듯 못할듯 거친 호흡섞인 신음소리만 간신히 왔다갔다 했다. 
"너 앞으로 등록된 총이야"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셔츠남이 말했다..그런데 잠깐, 내 앞으로 등록된 총이라니 난 그런 흉물스러운 쇳덩이랑 관련이 없는데..
셔츠남 이자식은 날 보고 입가에 묘하게 웃음기를 머금고있다. 날 무시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재수없는 새끼, 뒤에 옆에 있는 근육들이 지 몸인줄 아나보지?
"너는 지금 경찰특공대한테 총을 쏜거야, 그리고.."
셔츠남 이자식이 뭔가 엄청나고 무시무시한 헛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난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평소의 나, 그러니까 악질 추앙받는 혁명해커 말고 현실세계의 나의 모습이다.
"너는 총을 빗맞히고 대원들은 무장한 기관단총으로 너를 완벽하게 제압하겠지, 어깨에 한발, 가슴에 한발, 그리고 머리에 한발로 인터넷 테러리스트를 마무리하겠지"
...나도 알고있다 그냥 협박용 멘트인걸, 하지만 이미 몸은 덜덜 떨리느라 모든 에너지를 써버렸고 모공은 땀을 뿜기 바쁘다. 표정은 나도 모르는 새에 병X같이 일그러져 굳어있고 눈은 이리저리 시선피하기와 눈치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내 입은 셔츠남이 원하는 그 어떤 말이든 할 준비가 됐다.
"ㅈ..제가 뭘...하면 되죠..?"
병X같은 톤에 삑사리까지 내며 내 안에 모든 긴장을 뱉어내듯이 말했지만 이제와서 그런것들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이제 셔츠남에게 나는 인터넷에서 같잖은 정의를 붙여 수많은 이진법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국가기관을 협박했던 혁명해커가 아니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구석에 박혀 컴퓨터만 붙들고 있는 사회부적응자 방구석 찐따인건 이미 들켰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