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 음반 #183 이장우 「장우(長友)」 (1996)
"이장우의 장우(長友)들이 만들어낸, 한 시절을 담은 소박한 그릇"
"어느덧 이장우를 기억하는 이들은 적다. 015B의 여러 곡과 유희열의 밴드 토이의 곡을 불렀던 객원보컬로, '훈련소 가는 길'을 불렀던 솔로 가수로, 간간이 방송에 출연해 근황을 알리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가 본인의 이름으로 발매한 정규 앨범은 총 세 장이다.
모든 앨범이 참여한 세션과 작곡, 작사가의 명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지만 오늘은 그의 두 번째 앨범, [장우(長友)]를 선정해 본다.
본인의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 따뜻한 치유를 받는다면 가수에게 그것은 커다란 행복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취향에 맞춰 위로와 위안을 받았던 음악이 존재한다. 본인마다의 갖가지 일로 우울에 빠졌던 어느 날 우연히 들었던 음악일 수도 있고, 평생 알고 지낸 음악이 이제와 새삼 다르게 들렸을 수도 있다. 본 작도 많은 이들에게 비슷한 맥락에서의 '위로와 위안'을 준 앨범이다. 허나 하나의 큰 차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법의 방식에 있다. '힘들지? 같이 힘들어 줄게'라거나 '힘들지? 내가 위로해 줄게'의 메시지는 분명 아니다. 상술한 방식만이 위로를 전하는 방식이라면 이 앨범은 위로를 전하는 앨범이라 하지 않겠다. 본 작이 채택한 방식은 '떠올리기'이다. 이승환이 작곡한 '청춘예찬'을 들어보라. 정확히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우린 모두 경험했다고 느낀다. 가끔은 달라지지 않는 현실 앞의 직접적인 위로의 말보다 현실은 잠시 눈 밖에 둔 채 떠올린 옛 추억이 보다 달콤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일전에 선정한 바 있는 더 클래식의 [해피 아-워] 소개의 개괄적 내용과 유사하다. 눈을 감고 돌아간 과거의 어느 날, '소녀'를 만나 '슬픈 사랑'도 경험하고 때로는 '어리석'어 보기도 하며, 우정에 눈을 뜨고 사랑에 눈을 뜬다. 사랑으로 시작해 친구로 끝나는 앨범의 전개의 한 가운데에는 청춘이라는 중요한 낱말이 존재하였고 그것은 본 작의 핵심이 된다. 각각의 곡들은 비록 지난 날의 행복일 뿐이라 하여도 그 순간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한 완성도로 꾸려져 있고, 그것들을 모아 구성해낸 앨범 프로듀싱의 소박한 미학 또한 인상적이다.
Track List
1. 소녀
2. 슬픈 사랑
3. 지금 이 순간을 (Feat. 이준)
4. 어리석은 기대
5. 청춘예찬
6. 처음 만난 그때처럼
7. 널 만난 이후
8. 미팅 사전
9. 슬픈 이야기
10. 장우(長友)
- 추천 음반은 모두 1번 트랙부터 쭉 음미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 주로 소장 중인 음반을 추천 드립니다. (20230424 수정)
- 멜론, Chanceshin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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