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 인생에서 감명깊었던 POP 100곡 추천하기 전 100곡 안에 못 들어간 20곡 - 1/4
※ 본격적인 추천이 아니기에 잡담으로 설정했습니다.
120. Nine Inch Nails - Closer (1994)
과감함을 넘어 리스너에게 죄책감을 안겨줄 수 있는 가사를 시적표현으로 적절하게 다듬고, NIN만의 괴랄한 천재성으로 빚은 명곡이다.
선이 없는 아티스트가 중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으면 어떤 음악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노래다.
특히 Closer의 뮤비는 리스너의 성향에 따라 이 노래를 감상하는데 긍정적 (or 부정적) 강화를 시켜준다. (연령 제한이 있음)
물론 글쓴이에게는 길티 플레저를 짜릿하게 느낄 수 있는 곡이다.
119. Death Grips - I've Seen Footage (2012)
연달아 인더스트리얼 계열 음악이 나오니 '얘 정신이 어디 이상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
그만큼 장르 자체가 인상적이면서도 아티스트들의 앨범단위, 곡 단위 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서 순위에서 확실히 밀릴 수밖에 없었다.
(숨은 뜻이 있든 없든) 이 노래는 예측불허한 요소들이 로블럼블처럼 등장하고 데스 그립스는 심판 역할만 한다. 그리고 데스 그립스와 그들이 만들어낸 요소는 러닝타임 내내 오로지 끝만 보고 달려간다. 거기에서 오는 쾌감은 부담스러우면서도 손을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
이 노래가 좋으셨다면 같은 아티스트의 노래 Hacker, Spike, Got Got를 추천해본다. (뮤비를 시청하는 건 절대 비추천한다)
비고로 이 노래의 뮤비는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매콤하다 못해 죽을 맛일 정도로 노래보다 더 정신이 없게 만든다.
118. Sigur Rós - Sé Lest (2005)
시규어 로스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노래다. 처음에는 아이슬란드어인가? 하고 넘어갔지만, 가사는 큰 의미가 없는 허밍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시규어 로스 디스코그래피는 물론이고, 이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4집 Takk…에도 상당히 좋은 곡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Sé Lest를 제일 좋아하고 감성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Sé Lest는 실로폰과 기본 악기를 바탕으로 하고 Vonlenska (보컬 욘시의 시그니쳐 허밍)로 이루어진 노래이며, 이 조합은 리스너에게 몽환함을 안겨준다. 그리고 노래 중후반부터 곁들여지는 관현악은 그 몽환함을 서서히 깨게 만들면서도 압도감과 조화로움을 안겨준다.
밑은 Sé Lest 라이브 중 얼마 없는 고화질 영상이다.
117. Neil Young - On The Beach (1974)
유럽 일주를 하던 중 니스에서 해변을 보고 너무 감성적으로 변한 나머지 (WiFi가 되는 맥도날드 앞에서) 멜론을 키고 Beach라는 단어를 치고 랜덤 재생을 하는 실수를 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XX 온 더 비치 다음 곡으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햇볕이 쨍쨍했던 에메랄드색 바다가 우울한 감정에 뒤덮혀졌다. 그리고 단숨에 흥이 깨졌다.
이런 경험과 별개로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 감정 (무력감 등)을 더 극대화시키고, 결국 역으로 그런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극적인 탈출을 하는데 도움을 준 곡이라는 건 분명하다.
비록 이 노래가 나오고 20년이 지나서 태어났지만 이 노래에 담긴 닐 영의 심정이 닐 영의 읊조리고 울부짖는 보컬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처음 들었을 때나 자주 들었을 때가 상당히 우울했던 상황이라서 더 잘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16. Phoenix - 1901 (2009)
지금도 락을 많이 듣지만 한창 얼터락이 시장을 휩쓸고 있을 때는 얼터너티브 록에 꽂혀서 죽어라 듣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피닉스는 개인적으로 세련된 느낌이 약간 가미된 그저 그런 얼터락을 하는 밴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이 노래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깜짝 놀랬던 걸로 기억한다.
일단 이전 앨범과 결이 다른 음악이었는 건 바로 알 수 있었고, 단순하지만 강렬한 캐치력 있는 가사와 올드한 감성을 현대적 요소로 제대로 살려낸 느낌을 받았다.
비고로 LP를 딱 4장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1901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 ‘Wolfgang Amadeus Phoenix’ 다.
이 노래가 좋으셨다면 같은 앨범에 수록된 곡인 Lisztomania, Lasso 또는 최근에 나온 앨범 Alpha Zulu를 들어보는 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