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준 선물(read. 라틴어 수업)
시내에 나가면 제가 늘 가는 곳이 있습니다.
중고 책방이죠. 그곳은 서점과 다르게 깨끗한 책들이 많고 절판되거나 1년도 안된 책 3년도 안된 책인데도 불구하고 좋은 책들이 많아 가격대비 양질의 서적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자주 들리곤 합니다.
제가 라틴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무렵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라틴어 수업〉 한동일 저
라틴어에 대한 서적은 시중에 많으나 따라해보기에는 사제지간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공부하기가 어려운게 라틴어라는 언어이긴 합니다. 거의 사장되었다시피한 라틴어를 배운다는 것은 미친짓이긴 합니다. 그래도 영어원문을 보다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영어어원 사전을 찾아볼 때 대부분 라틴어 계열에서 출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되어 저는 라틴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저는 기력이 쇠해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변명할 수는 없습니다. 저보다 연루하신 분들이 얼마나 많으신데요. 길거리에 나가보면 저보다 연배가 많으신 분들께서 열심히 달리시며 정정하게 다니시는 것을 보며 나이가 들어간다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력이 쇠해진다라고 밖에 답을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하여도 예전보다 건강이 좋다고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 섭리에 따라 변화하는 듯 싶습니다.
몸도 쇠하여지니 마음도 쇠하여지는 것은 당연한 듯 싶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 서서히 부정적인 마음으로 물들어가게 되어 비관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됩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삶에 대해 기운차게, 기쁘게 시작했었다면 유튜브를 보며 하루를 소비하는 삶으로 변질이 되어가고 사람들과의 대화보단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의 글을 보며 히히덕 거리는 것을 더욱 선호하며 유튜브 영상, 게임을 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것을 회피하는 성향으로 변해갑니다. 이랬던게 아마 2~3주간 그랬던 것으로 압니다. 어떤 사람은 '나는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살아가는 데'라고 생각을 해볼겁니다. 영(靈)적인 존재가 되어서 제 주변을 살펴보면 하루를 마치고 다음 날을 회복하기 위해 유튜브, 커뮤니티를 보는 것이 아닌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생활하는 것이라고 단번에 알아차릴겁니다. 고대부터 영적인 존재들은 감각이 뛰어난다는 정설이 있습니다.
이 책을 완독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2월 초인가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번 책을 읽으면 최소 3일, 많이 걸리면 일주일정도 걸립니다. 책〈라틴어 수업〉은 저도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위의 글을 보고 앞선 문구를 보고 '아, 게으름이네', '귀찮아서 그런거네'라고 말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보면 게으름, 귀찮음이라는 감정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읽을 책은 책장에 두고 언제든지 바로 꺼내서 볼 수 있을정도니까요.
여러분이 만약에 맛있는 음식이 눈 앞에 있다면 허겁지겁 드실 것인가요? 아니면 눈, 코, 입과 같은 감각으로 음미하면서 마지막까지 드셔보실건가요? 전자보단 후자에 가까울겁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에 독자들이 볼 수 있는 책이 약 15억 권 정도 된다*는 말을 합니다. 앞선 음식을 비유로 들자면 15억개나 되는 음식 중에 제 오감에 만족하는 음식을 발견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5억개나 되는 책 중에 제 삶에 만족스러웠던 책은 몇 권 안되며 그 중에 하나인〈라틴어 수업〉입니다.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과 같은 책을 완독하는 것이 아까워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완독을 하고 서평이 아닌 후기를 남깁니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어느 날 보니 한 점으로 모여서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성경에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Cor hominis disponit viam suam,
sed Domini est dirigere gressus eius.
잠언 16:9
코르 호미니스 디스포니트 비암 수암, 세드 도미니 에스트 디리게르 게르세우스 디우스.
cor는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면 심장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심장은 비유로 말하면 마음 혹은 영혼으로 이야기 할 수 있죠. hominis의 기본형은 homo입니다. homo sapiens라는 단어를 들어본적이 있을겁니다. 거기서 쓰이는 단어 맞습니다. 여기서 문법 이야기하면 머리 아파지므로 단어만 풀어서 설명하자면 hominis는 사람이며 disponit는 배치, 정리, 정돈, 할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계획이되며, viam는 길, 방법. suam은 그 자신. sed는 하지만, 그러나, 그렇지만으로 쓰입니다. Domini는 주님. est ~이다. dirigere 앞 줄에 맞춰 놓여있는 것. gressus은 발걸음, 걸음. eius는 그, 그것(it)으로 단어 풀이를 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마음으로 길을 계획할지라도,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dirigere)은 하나님(domini)이시다.
성경은 신의 관점으로 쓰여졌기에 이런 말이 적혀져 있습니다.
하지만 신의 관점을 빼놓고 보더라도 과거 선조들의 말과 비슷할 것이라고 봅니다. 유대인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야훼(하나님)가 정해두셨고 그것을 찾아야 되는 것은 사람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는 운명론적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이는 이를 재능이라고도 말하며 어떤 이는 이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라고도 합니다. 제 말을 들으면 실망할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네, 당연할겁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절대자라고 하는 신이 정해둔 것이 있으니 그것을 따라야 된다는 것에 말이죠. 요즘에는 자신의 능력을 잘 갈고 닦으면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그래도 자신의 기질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내가 주로 무엇에 흥미만 느끼는 것이 아닌 취미의 영역으로 자신의 자원을 투자하는지 모른다면 그거야 말로 슬픈 일일거라 저는 생각해봅니다. 단순 슬픈 것을 떠나 내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겁니다. 삶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을 계속 들겁니다.
진정한 행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를 쫓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깊게 관심이 있고,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살아온 삶을 가지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세상에 전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봅니다. 이런 것을 마에스트로라고 합니다. 신은 각자에게 그 사람만이 연주할 수 있는 악보를 하나씩 주었다고 말합니다.
전(全) 우주를 보면 이런 말을 합니다. 우주는 질서정연하다고 말입니다. 누군가의 개입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고 합니다. 저는 과학자가 아니라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말에 제 사견을 붙이자면 신이라는 존재가 우주를 만들었고 지구를 만들고 피치못한 사정으로 떠나가기 전 평화로운 세계를 원했을겁니다. 생명체는 지구에서 신이라는 존재와 함께 살고 생명체들은 자기의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신은 피치못한 사정으로 인하여서 떠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위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말을 할겁니다.
하나님이 너를 위해 계획하셨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하면 이런 말을 합니다. 이 말을 듣고 기가막혀서 어이 없어서 웃으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저도 웃고 넘깁니다. 그래도 지나가보면 과거의 어떤 일 덕분에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일 덕분에 말이죠. 그래도 과거를 회상해보면 이 일을 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어느 한 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합니다.
최근 많이 힘들었다고 말입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죽을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고 말을 하지만 제 마음의 성은 다 허물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의 성을 수복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들겠죠. 이 책을 보며 이런 말이 적혀있습니다.
Dum vita est, spes est.
둠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최근에 많은 분이 죽음으로서 삶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그들의 세세한 사연을 들어보고 싶으나 들어줄 수 없는게 글로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을겁니다.
'내가 지금 절망스럽고, 힘들고 빚도 있고 당장 내일 죽을 것 같이 힘든데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희망이 있다고 밖에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 만화를 보다가 이런 대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살아있는 한 바늘 같은 구멍으로 언젠가는 빛이 보인다"라는 것을 말이죠. 여러분과 사연은 다르지만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하거나 그럴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전까지 친구관계가 원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네, 친구들을 원하면 만날 수 있었고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 때 담당 주치의도 밝히지 못한 뇌전증이 찾아오게 되면서 저의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의 감정을 이야기 하자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활화산처럼 계속 폭발하기도 하고 어느순간 차분해지는 등 그 당시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뇌전증이 와서 사춘기까지 겹친거 아닐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춘기라는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돌이켜보면 이 병이 생긴 것에 대한 원망, 분노,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노여움… 등 다양한 감정들이 섞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 그 당시 기억은 아예 앞이 안보이던 상황이 떠오르곤 합니다. 여튼, 그 결과 저랑 친했던 친구들도 잃었고, 중학교 올라가선 은따, 왕따 피해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친하게 지내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저를 피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중학생 이후로는 급식실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을 먹지 않고 학교가 끝나고 집에와서 간식으로 점심을 떼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그 분노가 나로 향하였다면 아마 자살로 삶을 끝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병이라는 존재, 신에 대한 화, 분노, 노여움 이라는 감정 더 나아가 신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확산이 되었으니 현재 제가 살아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에 있는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말에 많은 공감이 되었나 봅니다.
저는 이 책이 하늘이라고 불리우는 삶이 힘들 때 읽어보라고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러합니다. 좋은 책을 써주신 한동일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본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작가로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고민이었을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잡을 수 있게 해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출처
*How Many Books Are There in the World? | HowStuffWorks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자살 사망자 25.7명으로 집계되었음(출처 : 2022 자살예방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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