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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음악(아티스트) 추천

DiFi
23.02.15
·
조회 265

안녕하세요. CD 인증글 이후로는 첫 글이네요. 

하루 종일 진전도 없는 곡 작업에 쩔어있다 느즈막히 집에 와서 음악 듣고 쉬던 중 침하하에도 공유하고자 글을 남깁니다. 

 

—글 재주가 없어서 다소 글이 길고 재미없을 수 있으니 뒤로가기를 누르시거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냥 음악만 들어봐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워낙 오래된 기억이라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발견하실 경우 따끔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

 

오늘 추천하는 아티스트와 앨범은 D’angelo(이하 D)의 Voodoo입니다. 제가 지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찾는 앨범이자 “LL Cool J”, “Wu-Tang Clan” 등과 함께 저에게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한 네오 소울이라는 장르의 개척자라 불리우며, 최근에는 방장이 발렌타인 너굴맨으로 학살(?!)을 즐기고 있는 레데리의 사운드트랙 “Unshaken”이라는 곡으로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의 전용 자장가 Africa라는 곡입니다. D가 그의 아들을 위해 만든 곡으로 자신의 뿌리를 잊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합니다.

 

Voodoo는 D의 두번째 셀프 타이틀 앨범(2집)입니다. 굉장히 토속적이면서도 원초적인 그루브가 매력적인 음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제가 고3이었던 2001년에 발매했으니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하지만 사운드적으로나 연주, 음악성으로나 어느면에서도 뭐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음반입니다. 

D의 1995년 데뷔앨범인 Brown Sugar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혼자서 이 앨범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 편곡, 연주와 믹싱을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제2의 프린스 혹은 지미 헨드릭스라  불리울만큼 재능을 인정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2집에서는 1집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세션들을 모아 “Soulquarian” 크루를 만들고 스티비 원더나 지미 헨드릭스가 작업을 한 것으로 유명한 뉴욕의 전설적인 스튜디오 일렉트릭 레이디에 둥지를 틀고 앨범 작업에 들어갑니다.

 

 Soulquarian은 The Roots의 리더이자 프로듀서, 드러머인 Ahmir “Questlove” Thompson, 존 메이어 트리오와 엘튼 존, 에릭 클랩튼 등 이름을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유명 아티스트들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Pino Palladino”,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제왕으로 불리우며 사망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J.Dilla”,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었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사망한 재즈 트럼페터 “Roy Hargrove”, 걸출한 팝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서이자 키보디스트로 활동한 “James Poyser”, Tony Toni Tone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Raphael Saadiq”, 현재는 영화배우로 더 유명해진 랩퍼 ”Common“ 등등.. 당시 이들의 영향력은 레알 마드리드 부럽지 않은 갈락티코라 할 수 있었습니다. 

Soulquarian 멤버들이 출동한 2집 수록곡 Chicken Grease의 라이브 입니다. 뒤에서 흥겹게 춤추는 코러스 조차도 유명한 소울 가수였던 “Anthony Hamilton”과 여자친구(였는지 아내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인 “Angie Stone”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세션진 외에도 이 음반을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이 앨범이 극도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한 앨범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의 음악제작은 이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간 시기였습니다. 부피가 크고 무거우면서도 관리가 까다롭고 사용하기 불편한 아날로그 신스나 샘플러들은 모듈이라 불리우는 19인치 랙타입 장비들로 교체되었고, 프로툴을 이용한 하드레코딩 방식을 사용하는 등 아티스트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편의성을 누리기 시작하였죠. 

하지만 이 음반은 녹음부터 믹스까지 70-80년대의 소울이나 훵크의 라이브 레코딩을 진행하는 등 순도 99% 이상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 앨범은 당시 남들과는 다르게 가장 아날로그적으로 제작을 하였음에도 가장 진보적인 앨범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플레티넘을 기록하고 그래미를 수상하게 됩니다. 

**후방주의(남자분들이 기대하는 그런 후방주의는 아닙니다..)

2집의 타이틀곡이자 미국에서도 꽤나 논란이었던 Untitled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이 비디오에서 D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로 출연해 엄청난 몸매를 과시합니다. 하지만 이 뮤비는 논란과 관계없이 결국 패착이 되었는데, 대중매체들이 음악보다는 섹스심벌로서만 관심을 보이자 이에 환멸을 느껴 당시 진행 중이던 라이브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한 것입니다. 이후 수 많은 사건 사고와 더불어 마약과 술에 찌들었고, 큰 교통사고까지 겹치면서 어쩌면 이제 다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근황 올림픽 마냥 간간히 올라온 D의 파파라치 샷과 머그샷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하지만 Voodoo발매 14년 뒤인 2014년. 엄청난 체중 감량과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을 땐, 그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집 “Black Messiah”의 수록곡 “Really Love”의 라이브. 더이상 Soulquarian도 없고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지만 D는 여전히 D였습니다. 이게 저에겐 원피스고 D의 의지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레데리의 사운드트랙 Unshaken 투척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침하하에 워낙 글을 잘 쓰시고, 명쾌하게 정리를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 다소 길고 지루한 글이었을텐데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혹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테마로 추천 글을 도전해 보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두들 오늘 하루 수고하셨고, 편안한 밤 되세요. 그리고 해 뜨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 

댓글
타이거즈레전드김주형
23.02.15
디안젤로.. 노래는 참 좋은데 과작이라는 점이 항상 아쉽습니다
DiFi 글쓴이
23.02.15
레드불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퀘스트 러브의 인터뷰를 보니 박자 하나에도 아티스트로서의 기준이나 고집이 굉장히 강해서 고생했다 하더군요.
덕분에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좋지만 저 역시도 아쉽다는 마음이 항상 공존하네요. 흐흐흐,
큐엠
23.02.15
개추 드립니다.. 말머리는 음악 으로 부탁드립니데이~~ 이런글이 기지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
쭈디악
23.02.15
전집이 그야말로 걸작이죠 그게 3장 밖에 안 된다는 게 문제지만...
임진모
23.02.15
설명을 추가한 좋은 추천이네요.
그의 활동이 가져온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이 엄청났죠.
저또한 많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네요.
DiFi 글쓴이
23.02.15
이것저것 쓰고 싶은 말은 더 많았지만 표현을 잘 못해서 쑥스러웠는데 부족한 글에 칭찬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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