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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C Last Dance 특별리뷰2) 딥플로우 정규 4집-FOUNDER (2021.12.12 작성)

KaiManB
23.02.05
·
조회 291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2593458721

근 3년간 딥플로우라는 이름은 한국 힙합 팬들에게 논란의 중심이었다. 미디어(특히 쇼미더머니)의 힙합 개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강하게 드러냈던 '양화'(2015)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딥플로우는 고등래퍼 1~2멘토, 쇼미더머니 777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이전의 본인의 음악에서 드러냈던 말을 번복 내지는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던말릭, 저스디스 등의 신진 아티스트들이 딥플로우를 디스하기도 했으며, 그에게 실망을 표한 팬들도 더러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딥플로우가 택한 자기 변호 방식은 '음악'이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이 앨범의 사운드 전반을 진두지휘한 반 루더는 트랩 내지는 서던 힙합에 기반한 프로듀싱을 했던 TK 시절과는 다르게 밴드 프롬올투휴먼과 NP Union이 동원된 언플러그드한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어떤 (고전) 곡을 샘플링을 하는 게 아니고, 샘플을 따고 싶을 만한 곡을 우리가 직접 만들자.’라고 딥플로우가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만큼, 앨범의 사운드적 벡터 역시 구세대의 흑인 음악들을 두루 끌어안는다. 가령 '500'이나 'Low Buget', 'Dead Stock'에는 블루스의 향이 물씬하고, 'BEP'는 훵크를 토대로 하되 3박자라는 변칙이 가해졌으며, 'Blueprint'는 필리 소울의 짙은 서정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또한, 'Panorama', '품질보증'이나 '36 Dangers'에서는 블랙스플로테이션 스코어와 붐뱁에 기반한 극적인 변주가 가해졌으며, 'Big Deal'에서 넘실 거리는 신시사이저 음, 'VAT'나 '대중문화예술기회업'에서의 재지한 브라스를 통한 감정선 형성도 일품이다. 여기에 트랙리스트와 앨범의 시놉시스를 미리 구상하고 거기에 맞춰 앨범을 만드는 딥플로우의 방식이 결합되어 화자의 스토리와 감정을 드러내는, 한편의 느와르 영화 OST같은 사운드가 완성되었다. 실제 연주들과 서사의 정교한 결합이 이 앨범의 비장미를 배가시킨다.

'VMC의 창립 서사'라는 앨범의 테마에 걸맞게 보컬진들(정인, 이항석, 화지)을 제외하면 VMC 동료들로 피처링이 꽉 채워졌다(이후 화지도 VMC에 입단하게 된다.). 회사 창립 당시 핵심 멤버들이었던 우탄, 오디, 던밀스, 넉살은 물론, 신예 QM과 이로한까지 주요 멤버들 거의 대부분이 참여한 셈이다. 이들은 영화의 각 장면의 세세한 맛을 살리는 조연의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2014년 VMC 멤버들의 성장과 약진을 드러낸 트랙 '품질보증'에서는 주요 5인방의 랩으로 각 멤버의 서사를 드러내고, VMC의 성공으로 인한 바빠진 일상 속에서의 혼란을 다룬 'Harvest'에는 VMC에서 가장 상업적인 하입을 받은 넉살의 피처링이 더해졌으며, 상업성과 성공에 대해 딥플로우와 QM이 대화를 나누는 'Dead Stock', VMC의 밝은 내일을 축원하는 트랙인 'Blueprint'에 등장한 VMC의 막내이자 미래인 이로한 등 피처링이 실로 적절한 포인트에 잘 활용되었다.

딥플로우는 앨범의 서사를 잘 짜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고 이는 영등포와 홍대를 오가는 'MC 딥플로우'의 하루가 담긴 전작 '양화'(2015)에서도 잘 드러나있다. 딥플로우는 이번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음악 인생 전체와 그의 회사인 VMC의 창립과 성장을 돌이켜 보았다(애초에 앨범 명 부터가 맥도날드의 실질적 창업자 레이 크록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파운더'이니 만큼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힙합에 빠진 어린시절 부터 크루로서의 VMC의 설립(1)-올라오는 하입과 이에 기반한 회사의 건립과 발전(2~6)-사장 류상구로서의 고민, 뒤바뀌어버린 노선과 이로 인한 고뇌(7~10)-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뇌를 딛고 올라선 류상구와 그가 바라는 미래의 VMC의 비전(11~)으로 이어지는 앨범의 정교한 스토리 라인은 역시 설계가 촘촘하다. 여기에 VAT, BEP, 감가상각 등의 비즈니스 용어가 곳곳에 튀어나오면서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보다 명확하게 하며, 무겁게 흘러가는 듯 싶다가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같은 블랙 유머가 가득한 트랙으로 분위기를 풀어주는 등 완급 조절 역시 훌륭하다.

딥플로우의 랩은 화려하진 않으나 그만큼 밀도가 높고 단단하다. 스스로를 '라임 짜는 대장장이'에 비유할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진 라임과 육중하고 견고한 톤을 갗춘 그의 랩이 재지한 비트와 잘 결합되었다. 피처링 작업, 이벤트 성 음원에서는 오토튠을 쓰고 싱잉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으나 'auto tune과 trap이 나를 젊게 할 순 없기에'라는 그의 가사처럼 이번 앨범에는 그가 항상 하던 무거운 스핏의 올드스쿨한 랩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마치 늘 한결같아도 늘 멋있었던 로번의 플레이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의 음악의 결은 항상 비슷했다. 붐뱁을 하던 1집, 트랩과 서던사운드가 주가 된 2집, 이 두 사운드를 조화롭게 오고간 3집, 재즈와 소울 기반의 밴드 사운드의 본작에 이르기 까지 그의 음악은 늘 강인했고 원초적이었으며, 우리가 '힙합'이라는 음악에 기대할 수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이는 미디어를 배척하고 물질적 풍요가 없던 예전이나, 노선을 바꾸고 물질적 풍요를 얻은 지금이나 똑같다. '양화'에서의 모습과 지금 이 모습 모두 딥플로우의 진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뱀'이라고 그를 욕하기엔, '새 캘린더'를 꺼냈다고 그를 욕하기엔, 그의 음악은 여전히 높고 도도하기만 하다.

Best Track: 'Panorama', '품질보증 (Feat. ODEE, 넉살, Don Mills, 우탄)',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댓글
스타루팡
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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