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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정규 1집-HOLY 리뷰

KaiManB
23.01.24
·
조회 210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2992501311

2023년에야 비로소 첫 정규가 나오긴 했지만, 사실 홀리데이는 한국 트랩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중 하나다. 오케이션을 위시한 코홀트-하이라이트 레코즈 사단에 수많은 곡을 줬음을 물론, 그 곡들이 수록된 '탑승수속'(2012), 'HI-LIFE'(2013), 'Orca-Tape'(2013) 등의 여러 앨범들이 한국 트랩의 초기 개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 앨범들에서 홀리데이가 맡았던 트랙이 '살아남아 (Survive)'(2013), '가는길이야 (On My Way)'(2012)같은 리드 싱글이나 'What We Do II'(2013)같은 앨범의 타이틀, 혹은 'LALALA'(2012) 같은 킬링 트랙이라는 점에서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제대로 된 레이블을 토대로 활동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19년이다. 딥플로우가 그를 VMC에 영입한 이후로, 홀리데이는 오디와 오이글리라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얻게되었고, 던밀스나 넉살같은 레이블의 핵심 멤버들과도 협업하며 양질의 비트들을 제공해왔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번 앨범에서도 홀리데이는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의 예상과 좋은 방향으로 빗나가는, 독특한 사운드로 우리를 즐겁게 한다.

물론 앨범의 기반은 그의 주 장기라 할 수 있는 트랩이다. 다만,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 듯, 홀리데이는 이 앨범에서 캐릭터보다 확장에 중점을 두었고 그 결과 우리가 생각하는 트랩의 클리셰를 상당히 비껴가는 결과물이 나왔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무그의 사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보이스 샘플과 조화시켜 칩멍크 소울의 부드러움과 경건성을 가져오기도 하고('Spotlight'), 야성적인 베이스와 멤피스 풍의 트랩 드럼으로 야성적인 공격성을 자아내는('Tag', 'ANTI') 등 앨범 전반에 걸쳐 홀리데이의 영민한 사운드 활용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사운드 운용을 토대로 홀리데이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영역을 건드려보기도 하고('Bluffin') 아예 붐뱁에 가까운 드럼 배치로 견고한 쾌감과 짙은 서정을 오가기도 하며('Guilty Pleasure', 'Last Call') 음악적인 확장을 꾀한다. 이러한 경향은 어쿠스틱한 재즈 소스를 적극 활용한 'HOW U FEEL?', 기타 샘플과 전자음의 조화로 칠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Rum and Drum', 더 나아가 재즈 샘플과 무그 베이스의 조화로 제이 딜라 류의 사운드로 까지 확장되는 'Wavin'에서 극에 달한다. 이렇게 짜여진 앨범의 사운드를 하나로 엮는 것이 있다면 섬세하게 짜여진 킥 드럼과 쿨하고 미니멀한 사운드의 포진이다. 이로서 완성된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변태적이기까지한 사운드의 질감은 이 앨범을 다른 트랩 앨범들과 차별화 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우리가 프로듀서 앨범에서 익히 기대하는 플레이어들 간의 낯설면서도 특별한 케미스트리는 이 앨범에서도 꽤나 준수하게 작동한다. 가령 'ANTI'에서는 트랩에 걸맞는 염따의 중독성 넘치는 훅을 뒤로 한 채 QM과 펀치넬로의 타이트한 벌스가 빛을 발하고, 'Tag'에서 맥대디와 오이글리의 깔끔한 벌스 사이를 파고드는 한국사람의 러프한 랩도 그 맛이 상당히 독특하다. 제이 딜라 풍의 신시사이저에 언제나 처럼 자연스레 스며들며 오래간만의 호흡을 자랑하는 팔로알토나, 잠비노의 보컬이 은은한 감정선을 잡아주는 가운데 VMC라는 레이블의 마지막에 대한 소감을 담담히 말하는 딥플로우, 'Spotlight'에서 탁월한 완급조절은 물론 멜로디컬한 영역에 까지 들어서는 넉살 등 씬의 OG 들의 활약이 준수한 결과치를 남기고, 한편으로는 홀리데이의 새로운 페르소나인 오디가 VMC의 후원 하에 성장한 신예인 신스와 함께 찰진 타격감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기도 한다. 론(ron)의 음산한 보컬 사이를 촘촘히 파고드는 쿤디판다와 보다 자연스럽고 유연한 랩 디자인으로 엘범의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우원재, 멜로딕한 퍼포먼스로 앨범에 차가운 맛을 불어넣는 제이영(J.Young)과 영 스키(Young Ski) 등 다양하면서도 예상하기 어려운 협업들이 또 앨범에 인상적인 부분을 형성한다. 과거의 파트너인 코홀트 크루가 없다는 부분이 아쉽지만, 대신 상술한 아티스트들 간의 새로운 조합의 시험, 그리고 이들을 고루 품어내는 차갑고 미니멀한 프로덕션은 범고래들의 공백을 차고 넘치게 채워준다.

이 앨범은 2023년 1월 3일에 VMC가 레이블로서의 활동을 종료한다는 공지 이후에 나온 첫 앨범이다. 다시 말해, 이 앨범에는 레이블로서의 VMC의 최후를 장식해야하는, 마무리 투수로서의 막중한 무게가 걸려있었다. 다행히도, 이 앨범에는 VMC의 중역들의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는 물론, 오이글리, 신스와 같은 VMC의 도움으로 성장세를 탄 신예들의 충실한 보좌, 그리고 VMC가 그간 지켜보고 지원해온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여러 신예들의 새로운 호흡들이 두루 담겨있다. 이러한 상징적인 부분을 빼놓고 생각해도, 최신의 트랩이 요구하는 미니멀한 감성을 충족함은 물론, 마이크 딘, 제이 딜라 등 다른 영역의 프로듀서들의 요소를 끌어와 트랩의 클리셰를 고묘히 비틀고 심지어는 이를 벗어나는데서 오는 쾌감은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2023년에 레이블에서 다시 크루로 돌아가는 VMC가 보여줄 라스트 댄스, 그 시작을 훌륭하게 끊어준 짧고도 명료한 결과물이다.

Best Track: Wavin (feat. 팔로알토(Paloalto)), ANTI (feat. 염따, QM, 펀치넬로), Guilty Pleasure (feat. ODEE, SINCE)

 

 

 

 

앞으로 제가 블로그에 올렸던 VMC 관련 리뷰들을 침하하에도 하나 둘 올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댓글
싫은밤에취해
23.01.24
엘이에서도 봤는데 여기서도 보네요
평소에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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