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국힙 최고의 리릭시스트는 누구인가요?
저는 타블로 화나 최엘비 이렇게 3명 꼽고 싶습니다. 타블로는 펀치라인과 비유, 화나는 무친 라임과 스토리, 최엘비는 진솔함과 감정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1. 타블로
에픽하이뿐 아니라 국힙 통틀어 최고 명반 중 하나인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 1CD 2번째 트랙 <백야> - 타블로와 미쓰라가 100마디 전체를 훅 없이 래핑으로만 채웠는데도 가사의 수준이 정말 대단합니다. 노래방 가면 무조건 첫번째로 부르는 곡입니다. 에픽하이 행님들 이렇게 빡센 것 한 번만 다시 해줬으면 좋겠어잉
알기도 전에 느낀 고독이란 단어의 뜻
세상은 쉽게 변해 매 순간이 과거의 끝
그래 나 차가워진 듯 그게 나의 방어인 듯
비극이 단연 이 극작가의 사명인 듯
과연 지긋지긋한 생활의 끝에
끈처럼 풀릴까 미숙한 내 맘의 문제
세월의 행진 속에 미급한 내 발의 무게
늘 시급한 세상의 숙제 잊은 듯한 제자리뿐인데
2. 화나
최근 나온 [FANATIIC]과 [FANACONDA], [FANABYSS] 모두 명반이지만 역시 저는 [FANAttiude] 특유의 유쾌한 기분이 좋습니다. 그 중에서 <Que Sera Sera>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고, 지금도 노래방에서 무조건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입니다. <아에이오우 어?! part 2>의 verse와 <동전한닢 remix>의 ㅣㅏ라임 verse(아래 참고)가 레전드로 꼽히긴 하지만 화나 행님한테 그 정도는 껌이죠.
힙합이 이 땅 위 자리 잡기까지
차디찬 시각이란 비탈길과 실랑이
괄시나 심한 비난, 이간질 딴지 사이
만신창이 삭신 난 이 바위 앞의 가위
하지만 피하지 마 시작이 반이야
단지 mic와 피 땀이 확실한 실마리
가시밭길과 기나긴 자신과의 싸움 뒤
야심찬 희망이 날 기다린다니까
3. 최엘비
쇼미7에서 윤비와 대결하는 것을 보고 관심이 생겼고, 2019년 발매된 앨범 [오리엔테이션]의 <신입생환영회!>를 듣고 기대가 생겼고, [독립음악] 앨범을 듣고 최애가 생겼습니다. 자신의 열등감과 자괴감을 진솔하게 털어내고 이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 앨범은 11개의 트랙리스트로 분절된 것이 아니라 앨범 전체가 하나의 큰 그림을 담고 있는 하나의 노래입니다. 제가 사랑한 힙합은 개인과 사회의 서사가 담겨 있기에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다시 환기시켜준 앨범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담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퇴고가 있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 깊이의 가사들이었습니다. 앨범 하나를 통째로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 유리창 너머로 같이 출발했던 애들이
내게 말했지 ‘먼저 갈게’
엄마 말대로 음악에만 매진하지 말고
힘들게 간 학교는 졸업하는 게
맞는 거였는지도 몰라 엄만 또 속았어
아들놈 혼자 서울로 올라와
아빠 돈 좀만 빌려줘 얼마만
아들 좋은 것만 해줘 엄마 아빠는
‘엄마 걱정 마.’라고 하고 싶어 나도
하지만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아들내미
아주 가끔 사는 게 의미가 없어질 때
생각해 아직 갚은 게 1도 없어 넌 힘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