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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수필] 슈퍼스타를 만나다

전무님의팝업스토어
24.05.11
·
조회 6614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추첨, 당첨이라는 것과는 인연이 없었던 나는 지난 1차 사전 예약일에 새로고침 없이 1트에 11일 토요일 12시 30분 타임 예약을 성공하는 기염을 토하며 수많은 개청자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 갓청자의 반열에 올랐다.

시간이 지나고 팝업 첫날이었던 10일, 나는 침하하를 떠나지 못하고 침투부 전문 일찍 일어나기팀의 구쭈 구매력에 기함하며 내가 갈때는 빨간색 모자가 있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11일, 나는 버스에 몸을 싣고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훌륭한 장수는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하는 법, 일단 팝업스토어 앞을 서성이며 나의 구매 경쟁자들의 모습을 면밀히 힐끔거렸다. 오전 입장자들의 그 여유로운 태도는 한정판에 목숨을 거는 나의 옹졸함과는 사뭇 달랐다.

팝업 초보인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낄낄깔깔 대며 자신들이 원하는 구쭈들을 모조리 도륙내겠다는 아우라는 육미애 스트리트 지하 1층을 잠식한 지 오래라 지나다니는 아주머니들마저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팝업 위층에서 음료를 쪽쪽 빨며 기다리기를 1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12시 30분 용사들의 입장 시간이 되었다. 잠시 영화를 보고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고 놀란 나는 개처럼 뛰어가 팝업 앞에 당도했고 내가 사야 할 물품들과 찍을 사진을 상기했다.

내가 원하는 물품 1순위는 바로 빨간 침착 모자. 그것만 있으면 크리스마스 선물도 필요 없기에 올해는 나쁜 어린이로 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고덕 스튜디오 포토존 앞에 서게 되면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나도 쉽게 할 수 있는 끼에엑 포즈를 프레임 안에 남기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기다리기 3분 쯤 되었을까. 갑자기 꺅 하는 소리와 함께 앞 줄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쩌스틴 삐버가 와도 침착할 개청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사람은 단 한 사람 뿐! 내 마음속은 벌써부터 전무님을 만날 기대로 가득찼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어떤 수염 아저씨가 줄도 서지않고 입장을 하는것이 아닌가? 나는 심술이 잔뜩 났지만 킬러들이 콘티넨탈 호텔에서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듯 나도 공적인 자리에서 나의 감정을 자제시킬 줄 아는 어엿한 인간이기 때문에 참기로했다.

그런데 그 수염쟁이는 굉장히 젠틀한 매너로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것이 아닌가? 아니 누구지? 혹시 침투부 출연자 중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도 있단 말인가? 짱구를 굴리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나는 마침내 깨닫고 말았다.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슈퍼스타의 기질이 가득한 인물... 맞다 13억 중국 인민의 히어로 부대룡이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부형님과의 만남에 나는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평소에 하스스톤을 하면서 럭작을 해온 덕분일까? 그동안 억울하게 당해왔던 모진 시간들이 다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이제 나는 부배우님과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나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포토존 줄에 대기했다. 다른건 필요 없었다 단지 그와 함께 끼에엑 포즈로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드디어 나의 차례가 왔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팝업 전문 사진팀에게 카메라를 맡긴 뒤 부선생님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 한번 팔짝 뛰어도 될까요?"

 

그러자 부 to the 대룡 님이 갑자기 나의 팔을 감쌌다. 훅 들어오는 그의 플러팅에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와의 합체 오줌까지 생각해 버리고 말았으나 간신히 이성을 부여잡았다.

알고 보니 아직 한국어가 서투르신지 팔짝 뛰어도를 팔짱 껴도라고 잘못 들으셨던 것이다. 실수도 호쾌하게 하시는 부더가든님의 모습에 나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갓청자들도 또 한번 반해버렸다.

마침내 제대로 이해하신 부황제님은 흔쾌히 나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셨고 나는 최고의 사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어안이 벙벙한 시간이 지나가고 꿈인지 생시인지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로 나는 구쭈 구경을 시작했다.

내 1순위 목표였던 빨침모는 아쉽게도 품절이었지만 트럼프 지지자로 오해 받을 것 같은 요상한 모자보다 내가 화면으로만 봤던 존재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처음 느껴보는 떨림의 시간에 아쉬움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절대 내가 못 사서 꼬운 것이 아니다.

내 욕심대로라면 싸인도 받고 사진도 20장 정도 더 찍고 싶었지만 그 곳에 있는 모든 분들의 그 아름다운 순간을 망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전해졌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누린 나는 조용히 사진을 찍으며 팝업 스토어를 떠났다.

 

서울에서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며 지난 몇 년간 침착맨을 알아 온 시간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 자체도 생경했던 시절 우연히 시작했던 하스스톤 덕분에 침착맨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침착맨은 나의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 재밌는 걸 봤을 때 기억에서 지우고 또 보고 싶다거나 안본눈 삽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오늘 나는 다르게 느꼈다. 침착맨이란 존재를 알게 된 시점은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아마도 불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우리는 침착맨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찾아온 기쁨, 그것이 나에게 침착맨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의미이다. 누군가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한번 팝업스토어에서 부선배님을 다시 만나게 해줄 수 있다고 나에게 제안한다면 나는 거절할 것이다. 그 순간 내가 느낀 떨림과 흥분은 다시 재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도 다시 만나는게 좋은가? 아무튼 팝업을 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며 이만 이 장황한 글을 마치려 한다.

 

PS. 그런데 침착맨은 자기 팝업인데도 코빼기도 안보였다.

PS2. 부선배님 마라탕 사주세요.

댓글
라니스푼
24.05.11
BEST
팔짝뛰어도=팔장 껴도 는 빵터지네요ㅋㅋㅋㅋ
무릉도원이세요 급ㅋㅋㅋㅋ 후기 잘봤습니다.
설렘과 떨림이 저까지 느껴집니다!
어려워서잘풀겠는데요
24.05.11
BEST
"13억 중국 인민의 히어로 부대룡"
"훅 들어오는 그의 플러팅에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와의 합체 오줌까지 생각"
"트럼프 지지자로 오해 받을 것 같은 요상한 모자"
회원님 혹시 옛날에 무도 자막 쓰셨었나요
피읖눈침저씨
24.05.12
미친팔짱.. 팔짝보다 더 큰 소득..
프사종수아님
24.05.12
와 부대룡 내한 ㄷㄷ
롤로노아침맨
24.05.12
ㅋㅋㅋㅋㅋ사진 역동적이고 너무 좋잖슴~
누군가는
24.05.12
명문이다.. 이게 문학이지
달햄쥐
24.05.12
명작 후기 한편 뚝딱
괴정동미운둥이
24.05.12
질투 끼라! 질투 끼라! 102!
오잉쥐주스
24.05.12
글 너무 재밌어용
쭈구렁이
24.05.12
아ㅋㅋ부대룡님 한국말이 아직 서투르시군요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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