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이 묻어주고 왔어요.
원래는 화장을 해주고 싶었는데
얘기 꺼냈다가 아빠한테 욕만 쳐먹고
불법이지만 방법이 없어 공원 구석에 묻어주고 왔습니다.
그래도 가족처럼 지내던 애라 마지막을 좀 잘 해주고 싶은 마음에 얘기한건데 수능 얼마 안 남았는데 그럴 시간이 어딨고 자기도 바쁘다네요.
매번 그냥 얘기하면 되는 걸 화내며 얘기하니 화도 나고 너무 억울하기도 해요.
아빠도 감귤이를 정말 귀여워했고 아꼈는데 감귤이가 죽은 이후로 정말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슬퍼하지도, 힘들어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니 너무 낯설었어요.
되려 제가 진정 못하고 계속 우니까 그만하라 다그치기까지 했구요.
어쩌면 가족, 친구보다 더 애틋한 관계가 반려동물같아요.
사람들 간에는 싸움도 일어나고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이 친구들은 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잖아요.
너무너무 아끼고 사랑했던 도마뱀을 제 손으로 묻는다는 게 참 힘든 일이더라구요.
그렇게 활발하고 귀엽던 애가 하루아침에 차갑게 식어서 사후경직으로 딱딱해진 채로 쓸개가 터져 배가 쓸개즙으로 물든 모습을 보니
그 어마어마한 괴리가 제 마음을 후벼파더라구요.
오늘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종일 오열했는데
이러고 있는 제 모습을 감귤이가 보면 속상할까봐
이제 그만 마음에 접어두기로 합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지나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과 위로와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반려동물은
잠시 나의 여행에 함께하다가 중간에 목적지가 되어 나와 함께했던 여정을 잘 마무리하고 내리는 것이겠지요.
반드시 반려동물의 죽음이 절망과 재앙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함께한 여정동안 행복했던 만큼 떠난 뒤에 슬픈 것이고
그 슬픔은 그 자체로 아픔이 아니라 발생하는 아픔과 고통으로부터 나를 자정시켜주는 일이니까요.
무언가의 삶이라는 여행에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을 남겨두는 것이 현명한 일 같아요.
무지개다리 건너기 직전에 고통으로 몸부림 쳤을 감귤이가 너무 안쓰럽기도 하지만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