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시간을 썼다면 누군가를 비난할 권리가 생기는 걸까? 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생각

손님은 왕이다. 이런 표현 흔히들 쓰지 않습니까? 저는 굉장히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현대사회를 살면서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이 우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내가 가게를 하면서 물건을 팔 때는 을이 되지만, 또 다른 가게에 가서 내가 물건을 살 때는 내가 갑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정된 재화, 돈, 시간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내 시간을 써서 뭘 한다, 내가 내 돈을 써서 뭘 한다라고 했을 때 그걸 제공해주는 사람에 대해서 내가 강하게 말할 자격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구도도 이것은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인 것이고.
현대의 철저하게 분업되어있는 사회 속에서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소비자죠.
그렇지만 특정 나의 직업적인 영역에서 나는 생산자가 되는 거거든요.

이런 식으로 사회의 수많은 어떤 고리들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도로 엮여져 있는데,
이것이 결코 갑을의 관계가 아니다.

내가 그것을 소비한다고 상대에게 호통칠만한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는 지나치게 이 소비를 부추겨 세우는 그런 자본주의 사회를 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내가 (시간이나 돈을) 쓸 때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소비해주는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상대에게 호통을 치거나 화를 낼 권리가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이 사람 자체도 다른 데 가게 되면 생산자가 되는 것이고요.
그냥 현대사회에서 분업이 그렇게 이뤄져 있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 수밖에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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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 우리는 모두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며, 서로 의존하며 살아야 한다.
2.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갑을 관계라 볼 수 없고
3. 소비자라고 해서 생산자에게 호통을 치거나 화를 낼 권리는 없다.
불 지피는 것 같아 뭐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라고 해서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동진님 관련 글이 주펄님 게시판에 많이 올라와 있길래 이 글 역시 주펄님 게시판에 공유해봅니다
출처: 이동진의 파이아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