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현대미술관 (MoMA) «기예르모 델토로: 피노키오 만들기» 관람 후기

No art form has influenced my life and my work more than animation and no single character in history has had as deep of a personal connection to me as Pinocchio.
애니메이션만큼 제 삶과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예술 양식은 없었으며, 역사상 어떤 캐릭터도 피노키오만큼 저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주말을 맞아 뉴욕현대미술관 (MoMA) 에서 진행 중인 «기예르모 델 토로: 피노키오 만들기 (Guillermo del Toro: Crafting Pinocchio)»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피노키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제작기를 담은 전시로 올해 4월 15일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에 관한 배경 정보와 감상평은 링크한 영상을 참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본문에서 인용한 단락은 모두 전시장 내 작품 설명글의 일부를 발췌하여 번역한 것입니다.
전시장 입구부터 목각의 이미지를 표현한 모습입니다. 바깥으로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멕시코 과달라하라, 영국 올트링엄에서 영화가 제작되고 있을 당시 기획된 이 전시는 델 토로의 비전을 스크린에 옮기는 과정을 조명합니다. “룩 디벨롭먼트” 과정을 되짚으며 손수 제작한 영화 속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쓰인 다양한 기법과 소재, 현실에 기반한 고증, 카메라 앞에 서기 전 다양하게 제작된 인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제작에 쓰인 큰 규모의 세트를 통해 촬영 현장의 뒷모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타임랩스, 동작연구,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영상 등의 자료는 스톱 모션을 실사영화만큼 생생하고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한 협력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피노키오 목각인형과 부품도를 볼 수 있습니다.
배경이 된 마을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세 번째 지도부터 성당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지도의 어두운 부분은 폭격받은 지역을 표시한 것인데 성당과 겹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인형 또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인형 제작은 디자인부터 시작합니다. 그 형태, 기능, 크기가 정해지면 모형을 제작하여 크리에이티브팀이 실물 크기로 디자인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음으로 촬영 시 인형을 움직일 수 있도록 내부의 미니어처 기어, 와이어, 패들 등의 기술적 요소를 개발합니다. 끝으로 폼과 실리콘을 채우고 도색한 후 의상을 입혀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영화 세트와 캐릭터가 아름답고 (손수) 조각되고 옛것처럼 느껴지길 원했습니다”라고 기예르모 델 토로는 설명했습니다. “피노키오는 스스로 핸드메이드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영화입니다."
인상 깊게 보았던 피노키오의 성장에 따른 감정 변화를 정리한 보드입니다.
어떻게 하면 수십 개의 애니메이션 팀이 주인공의 내면을 같은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비록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대부분의 기존 묘사와는 달리 신체적 변화를 겪지는 않지만, 본질적인 내면의 성장을 이룹니다. 피노키오가 어떤 규칙이 선의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규칙은 깨뜨려야 하는지 배워가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불순종과 소속감을 아우르는 주제가 펼쳐집니다. 피노키오의 이야기와 터닝포인트를 보드에 세심히 기록해 수년간의 디자인과 제작 기간 애니메이터들과 공예가들이 참고하도록 했습니다.
제페토가 사는 마을의 중심부에는 주민들이 수 세기에 걸쳐 여러 자재와 목조 기술을 사용해 지어 현대와 중세 양식을 모두 보여주는 성당이 있습니다. 제페토가 조각한 예수 목조상은 피노키오를 떠올리게 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프레스코는 피노키오의 줄거리뿐 아니라 전쟁, 순수함, 괴물 등 델 토로의 다른 영화에서 다뤄진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세트의 다양한 버전이 제작되어 다수의 애니메이션 팀이 동시에 촬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애니메이터는 우리의 배우입니다”라고 마크 구스타프슨 감독은 말했습니다. 애니메이터들은 라이브 액션 비디오 (LAV) 에서 스스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연기해 촬영하여 캐릭터의 동기와 동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그들은 경청, 주저함, 머뭇거리는 손짓, 아픈 관절 등 스톱 모션에서 흔히 놓치는 인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매진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가장 신성하고 마법 같은 애니메이션 기법은 스톱 모션입니다. 애니메이터와 인형 사이의 유대는 가장 기본적인 전통적 스토리텔링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델 토로는 설명했습니다.

촬영에 사용된 다양한 세트가 전시되어 있었고 끝으로는 크루 멤버의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작업한 동료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느껴지네요.
이상으로 «기예르모 델토로: 피노키오 만들기» 관람 후기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량을 많이 사용한 것 같아 뿌듯하네요.
아래는 관람 당일 MoMA 의 모습입니다. 뉴욕에 방문하신다면 꼭 들려보시길 추천합니다. 종종 관심 가지실만한 전시 후기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