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역학을 접하고) 위로만 쏘면 무중력 되는 거 아니었어?
제목처럼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게 모든 로켓발사는 위로 올라가는 것만 보여줬고 우주로 가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수직으로 쏘는 거니까요.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면 태양 중력 영향권에서 태양공전궤도를 도니까요. 다만 이러면 지구와 영영 이별이라는게 문제지만.
제가 이 사실을 안 건 부끄럽게도 신입생 시기, KSP를 하면서였습니다. 뭣도 모르던 생초짜라 산화제의 개념도 없었고, “이거 왜 안나가?” 하면서 몇 시간 동안 머리를 쥐어짜기도 했습니다. 페어링도 뭔 지 몰랐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던 별바라기였습니다.
결국 초창기 제 우주 프로젝트는 고체 로켓모터가 주를 이뤘고, 추력 조절 따위는 없는 노빠꾸 발사체가 이 시기의 중심을 이뤘습니다. 한 번 타면 끌 수 없는 특성 상 추력을 조절하려면 모듈을 통째로 분리해야 했어요. 물론 고궤도는 꿈도 못 꿨습니다.
그러던 중 가장 길고 커다란 파츠를 발견합니다. 크기로 따지자면 우주 왕복선이나 SLS의 사이드에 달린 하얀 고체로켓 사이즈였습니다. 1단만으로 날려보니 고도가 꽤 나오길래 바로 이전에 쓰던 모듈의 1단으로 붙였고 저는 처음으로 중간권을 지나 우주의 끝자락에 닿았습니다.
근데 예상 궤도가 이상했습니다. 모행성을 중심으로 좁은 탄도 궤도를 그리던 게 갑자기 하늘을 뚫을 기세로 궤도가 그려지더군요. 시간 지나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했지만 돌아올 리가 있나요. 로켓 연소는 끝나고 크루 모듈은 항성 중심 궤도를 도는 유인 인공위성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 궤도 진입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입니다. 우주미아 하나.
이후 중력선회라는 것을 배웠고, 이를 위해 미사일처럼 2단의 끝에다 자세제어가 가능하도록 날개를 붙였습니다(3단은 반작용 모터 휠로도 자세제어가 됐습니다 물론 이게 있는 줄도 몰랐고 그냥 움지이는 구나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첫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만, 재진입 궤도을 위한 연료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주미아 둘.
이외에도 여러 커빈들의 희생(낙하산이라던가 재진입용 열 차폐막이라던가…) 끝에 궤도 형성과 재진입이 가능한 로켓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로켓 시리즈에 R1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런 방식은 제가 액체연료와 산화제 탱크라는 개념을 접하기까지 사용했고, 이후 추력편향노즐의 등장과 함께 자취를 감춥니다.
그렇게 제가 얻은 궤도 형성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직 발사
- 중력 선회(보통 자전방향을 따라감)
- 1단 연소 종료, 분리
- 2단 연소 시작 종료 분리
- 최고고도 지점에서 진행 방향으로 3단 추진
물론 이는 적도 궤도를 목표 궤도로 상정한 방법입니다.극지방을 관통하는 궤도 등은 궤도 형성추진 시에 방향이나 추진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